5018 창과 방패 / 손정모(18020)
붉은 페인트로 철거 철거 쓰면서
집 집마다 낙서를 하고 다닌다
나는 드론을 타고서 그들을 따라 다닌다
물론 그들은 나를 모른다
그러다가 문득 내 집이 불안하여
냅다 달려오니 철거라고 웅성거린다
그들이 가고 난 뒤 우체부아저씨가
등기왔다고 그런다
명도소송 어쩌고 저쩌고 변호사친구라고
엥 변호사 친구가 내 집 내어 달라고
안되지 암만 안되고 말구 그런 친구없다고
일필휘지로 쓴뒤 드론으로 날아 보낸다
붉은 글씨 철거 그들이 또 쓰고 있다
나는 냅다 날아 와 1층 531001 쓴다
2층 532002, 3층 533003, 4층 535005
나는 이게 뭔 말인지 생각했다
53층 중에 10층01호, 53층 중에 50층
그렇지 이정도는 되어야 말빨도 서지
승강기 앞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백구 한마리가 내린다
주인도 없이 혼자 유유히 사라진다
여기서 개 키우면 안되는데 목줄도 없이
5018호 콜리도 혼자서 버턴을 누른다
아 우째 사람 아닌 개만 타고 다니는 전용
뭔 세상이 우찌된기고
저 위쪽 주택조합의 철거가 시작되었다
집 무너지는 소리마다 감짝감짝 놀란다
아이고 우짜모 좋노 걱정이 태산이다
돈이 돈이 아니다 이게 무슨 돈이고
받든지 말든지 나가라모 나가야 된데
여가 무슨 공익이고 수용한다 말이되나
개값이네 무슨 개만 타는 승강기도 있고
개 거픔 물고 어쩌고 저쩌고 개 싸움질하고
백구가 어떻고 그 콜리 아저씨가 어쩐단다
누렁이는 오십만원 백구는 백만원
콜리는 부르는게 값이래 누가 그래
나 잘한건가 모르겠네
갑짜기 겁나고 무서움이 밀려온다
누가 쓴거 이거 531001 이거 말이야
5018 콜리 아저씨가 누렁이에게 물었다
주눅든 누렁이를 대신해 백구가 꼬리쳤다
그게 말이오 돈이 돈값한다고 쓴거랍니다
(5018 =>주택재개발조합, 50시대518,
1946~1958년 개띠들의 수난사 등
콜리 양몰이 개 등 별칭으로 사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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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유감
일년 365일 조카 손자녀
맘되로 볼 수 있습니까
그래도 명절이란 이름으로
제사라는 이름으로 뵐 수 있습니다
일년 365일 거의 대부분
맘되로 볼 수 없는 현실입니다
얼굴 도장 찍는 행복이
이 세상 제일 행복이며 효도입니다
볼 수 있는 것의 행복은
돈의 가치는 없지만
그 비용은 그 가치를 상회합니다
다음은 배부른 행복이겠지요
또는 배부른 싸움 생존본능의
행복이지요
제일의 행복은 보는 것
부모가 아이들 보는 것
아이가 부모와 놀아 주는 것
일년 365일 중 명절과 제사(예배)에
참석 못하는 사람들이 많겠지요
피치못할 사정없이 불참
그 불효는 당대에 다아 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유없이 가슴 멍들게 하고
피눈물 흘리게 되면
결국 이치가 돠값음되는 현실을
목도합니다
그런점에서
허례허식으로 폄훼하는 것 보다
어리석음의 가치가 0원이라도
더 값진 0원의 행복을 위하여
고유명절은 지켜가야 하리라 봅니다
모든 생존자가
후손을 보는 이유는
하늘의 뜻이고
그 뜻을 완수 했다는 것이
그것이 행복이 아니면
생의 존재 가치는 없는 것입니다
줏대가 없이 흔들리는 것은
교육이 옳바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못배운 선대의 격식을
내손에서 거부하는 우는
없어야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선대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재주를 가지지 못한
대부분의 하대의 예의존재에
불과합니다
.
.
.
~~~~~~~~~~~
섭섭한거 모난 거
다아 묻어야 어른이다
아이들도 친구도
어른이 감싸 안아야 한다
얼굴 본 것이 최고의 정이다
연민도 있고 부족함이
있을지라도
다 나의 허물이다
들 쑤셔서 좋은 의미는
일푼도 없다
어른은 고요해야하고
잠재된 연륜을 삭이는 것이다
그것도 사랑이란 이름으로
가만히 들어다 보면
거기에 내가 있고
아이들이 있고
친구가 있다
내 얼굴이 못 났어도
내 아이 내 친구가 그러하여도
그것이
진정한 내 모습의 전부이거나
일부인 것이다
내가 나를 잘 모른데
니가 다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내가 거기 있었다
.
.
손
.
.
우리에게도
괜스레 가슴이 뛰던 젊은 날들이 있었지요?
바람에 낙엽이 딩구는 모습을 바라보며
다가올 날들에 대해 생각을 하던때도 있었지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던
그 암흑같던 젊은 날에도
우리의 가슴은 뜨겁게 뛰었지요?
그러나 -
이제는 소슬한 가을 바람이 불어도
내 가슴은 잔잔 하기만 합니다
그 무엇인가에 대한-
그 누군가에 대한-
그림움이 지나간 세월만큼
켜켜히 쌓인 까닭일까요?
때 이른 낙엽 하나가 발끝을 스칩니다
그렇게 또 하나의 가을은
우리의 가슴속을 적시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그래도-
우리의 창가를 두드리며
희망을 전해줄
봄날을 기다려 봐야겠습니다
아직도 갚지 못한 빚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
.
친구
길호
.
.
~~~~~~~~~~~
먼 길을 돌아서 왔네(15021)/ 손정모
시간이 한참 지났어
검은 머리도 날이 새었어
언제 만나고 헤어졌는지
아무도 모르는 눈을 보았어
뭘 그렇게 보느냐고
빛이 흔들리듯 말하더군
그림자는 누군지 몰라도
잘도 따라 붙이더군
옆에 있는 그림자도 멀리 있었어
가고나니 너무 가까이 있었네
이렇게 가슴에 있는 그림자를
어디서 찾아 본다고
먼 길을 돌아서 왔네
있을 때 말도 못하고 그냥 흘러서
그게 알고 보니 침묵의 강이었어
내가 너를 너가 내를 꺼내 보지 못하고
아주 많은 빛만 쌓아두고
나누지도 못 했다고 말하더군
후회하지 말라고 쳐다보지 말라고
너무 보고 싶어서 찾았어
눈 빛이 흐리어 비가 되더군
강물이 모이는 세월도
바다가 되지 못해서
참 못 난 사람이 많아서
저 멀리 돌아서 간다고
얼마나 많은 말이 모이고
얼마나 많은 침묵이 흘러서
잊어진 그날
나 이렇게 먼 길을 돌아서
왔네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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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인가 / 손정모(12000)
잠 못 이루는 밤
길게 내려다 본 고요
불빛 지새운 바람과
비 내릴 듯한 하늘 소리와
달빛 젖은 귀뚜라미가 운다
어둠속에도 찻잔은 놀고
태풍에 무너진 기억은
홍수에 흘러 잠든다
바퀴벌레와 귀뚜라미
너 친구가 맞니
죽는다 죽어 세상 끝났네
벌써 가을인가 가을
피멍든 가슴에 일침
곱게 물들고 싶었는데
빠비용의 감옥 잇발 빠진 소리
그 이탈 속에서도
유영하는 우주의 눈빛
바퀴벌레도 귀뚜라미도
자살인지 타살인지 힘드네
내가 버린 가을 쓰레기
출렁이는 파도
삶도 죽음도 자유다
가을에는 겨울도 보이겠지
한 서린 피맺힌 눈물도
대신 울어주는 가을 빛
햇살도 달빛도 고운
꿈속의 바다
세상에는
원하지 않는
바라지 않는 가을도
연가시
울음에 춤추는
선과 악의 죽고 죽이는
내 맘의 가을인가
산자도 죽은 자도
가을은
단풍에 울어 보겠지
산자가 더 힘든
이 가을에
겨울은 지독한 어둠속
촛불 같은
좀 더 뜨거울 수 있는
봄빛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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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보는 때도 없이 날아든다 / 손정모(14066)
대한민국은 공중부양된 것 같다
거저 하늘에 부웅 떠 흐르는 구름같다
가는 듯 안가는 듯 구름은 흐르고
시간되니 달이 뜨고 별이 지고
아침이 오니 태양이 온 천지에
대노하고 있는 것 같다
아침저녁으로
벌겋게 달아오른 알몸을 식혀주지만
낮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다
에라이 문디자슥들 꼭 뭐하다 들킨 꼬락서니
니끼 굵나 내끼 굵나 그라모 크기는 어떻노
니는 괜찮나 고롬 괜찮지
오늘도 계속되는 이야기 뭔 비려먹을 것들이
눈물은 와그리 많노
하늘이 저리도 높고 깊은데
뭔 일인들 없으리.....
파면 팔수록
긁으면 긁을 수록
눈에는 핏빨이 벌겋게 달아 오른다
바람들은 얼굴 붓기나 빼면서
목이 부어 오른다
뜬구름 같이 여행을 다녀온 후로
어언 5천년 역사를 돌아서 오는 지구는
대한민국에 잔치를 벌이는 소식을 전한다
그것도 노다지 금빛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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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길이 있다 / 손정모(16024)
세상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살아갈 길은 있다
세상이
모두를 버리고 해친다 해도
살아 숨쉬는 그 무언가를 위해
어제도 그러했고
오늘도 그러하고
내일도
당신을 향한 태양은
온누리에 찬란한 빛을 내린다
세상이
어찌 그대를 꼬집어 울게 했는가
오늘도 살고
내일도 살고
그렇게 살아갈 길이 있다
~~~~~~~~~~~
고독한 단자 / 손정모(14067)
고독은 우울한 생각을 담는다
가슴 한 컨으로
가두리 양식장의 고기다
먼 세월 같기도 하다가
아주 가까이 있는
밍크같은 느낌이다
바다를 자유로이 헤엄치다
어느 날 한 방에 갇힌
요동치는 물결 속에는 고독이 숨쉰다
백파속에는 미끈하기도 하지만
아주 거칠은 감촉도 있다
알 수 없는 깊이를
표면상 뜨겁다고 얘기한다
끓어오르면 안개 속을 헤엄치다
가만히 가만히 지난세월을 본다
몇 시지 지금이 어느 때 인거야
단자의 문을 열고
심장속의 혈류를 검사한다
건강한 우울 그 고독이
전신을 헤집다 빼꼼 내다 본다
가을이다 남자의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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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은혜로 / 손정모(15022)
소식 없어 섭섭합니다
알고 모르고 떠난 자리
민들레도 피고지고
상사화도 피고지고
봄이 오고 가을이 가고
제비는 날아오는데
기러기도 울어 가는데
소식 없어 섭섭합니다
동해로 붉은 해 떠오르고
갈매기 날으는 바닷가에서
올 곳이 서 하늘을 보니
하늘은 어디가고
바닷물만 오락가락
해이야 놀자 해이야 놀자
서녘 저녁놀 숨어 우는
내 사랑 하늘이 거기 있네
어이할거나 섭섭합니다
동년 3월이 가고도
추계도 못하는 은혜로 있어
고개 숙여 내 사랑이 넘쳐
온 들길 헤매이고 돌아다보아도
소식은 간 곳 없고 찾는 이도 없는
그 고운 꽃잎 떨어진 바람의 날에
내 사랑 엄니 섭섭도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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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을 향하여 / 손정모(14069)
가을의 높은 하늘을
우르르 올린 코스모스의 손 흔듬도
향기로운 가을국화의 화려한 작별의 이슬도
한 시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날의 시기를
준비하는 인고의 날, 한 겨울을 견디어
살아남을 년륜을 기약함이 아니겠는가
혼자 달리는 것 보다 함께 달려보자
친구야 한번 달려 볼 탠가
준비는 하였는가, 자아 준비 운동도 해야지
어떤가 새로운 시작을 향해
달려 나가는 청춘의 용맹함을
그곳이 어디인들 두렵지 않아 안 그런가
지난 걸음마다 숨 가픈 날을 세우고
마른먼지 휘날리는 청마의 이름도
가을 하늘에 토해내고 자동차연기 내음도
더 나아가 구름 속에 흐르는 전륜도 마찰하는
뜨거운 피와 눈빛과 찰나의 기압과 압력들
가슴의 폭발과 삭힘을 가늠해 보지 않을 탠가
이 가을에 힘껏 달려 보자구
포기하지 말구 끝까지 달려 보자구
저 새로운 시작을 향하여 온 몸으로 가르자구
바람마저도 길을 비겨가지 않은가
땀이 비오듯, 숨이 턱에 닫듯, 죽을힘을 다해
저 하늘 끝까지 바람 자는 그날까지
~~~~~~~~~~~
꿈에 / 손정모(120928)
화려한 도시
질주가 멈추는 날
어지려운 방황이 잠들고
정적이 사라진 고요
하늘 문이 열리고
은하길 별빛같이
순간 이동이 시작된다
개구장이 뛰놀던 시냇물
버들피리 꽃피는 언덕
꽃가지 푸른 교정
어미소 손잡고 걷던 길
하늘높이 날으는 매
재 넘어 구름 비가 내린다
잠깐의 꿈은
아이도 어른도 즐겁다
순간 이동은
꿈같은 세월만 오고가는
꿈에 본 길을 춤추듯 간다
동구밖 장승
꿈에
그 이야기로 눈을 감다
꿈에 본 그 길은
아득한 눈길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천리를 간다
~~~~~~~~~~~
비와 여행 / 손정모(160928)
부산에는 줄기 굵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어둠이 내리는 창가에서 눈을 감습니다
이 빗소리는 옛적의 빗소리는 아닙니다
작위 부작위
가분 불가분
경합과 병합
무슨 주술같은 힘으로
옛적 어느 기와집 아래 누운
두꺼비 같은 생각을 합니다
헌집과 새집 사이에서
들려오는 먼 아주 먼 곳에서
들리는 빗소리
오늘 밤은 빗에 젖어 취하고
빗물 따라 여행하는 기쁨에
한참을 서성이다
돌아와야할 것 같습니다
~~~~~~~~~~~
한 달 만 /손정모(13040)
먼 길
달려서
고지가 보입니다
숨 막히는 순간도
절망의 갈등도
때가되니
눈 앞
한 달 만
한 달 만 한달 만
영광이 네게 오리니
가라
가거라
거기로 가거라
네게 축복할찌니
끝 없다
시작은 영원하고
갈 길은
또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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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 솔 / 손정모 (16025)
아이들은 모르지
푸른 하늘가에도
흐르는 바람있어
그 무덤
더 푸르게 보이는 날에도
하얗게 하얗게
깃발을 흔들며
무덤 하나 사라져 간다는 것을
아이들은 모르지
누구나
무덤 하나는 파고 산다는 것을
알면 너무 슬픈 현실이야
어느날 갑짜기 다가온
바람의 소리를 안다는 것도
꿈같은 바램을
한아름 안고 산다는 것도
다아
무덤 하나를 파고 산다는 것을
오래토록 오래토록
아이들 노래소리로
아롱저 갈 것을
깊이 깊이 무덤을 파면서
외롭게 서 있는
소나무 아래
잠시 머물다 가는 바람
그 바람
아이들은 정말 모르지
...........
.
.
누구나 무덤 하나는 파고 살지
보이지 않게
누구도 모르게
무덤 하나 파는 것을 자랑으로 삼지
대놓고
죽어 보겠다고 단식하는 자도
지 무덤 지가 판다는 것을 알지
내 보기가 역겨워
무덤 하나 외로워
친구 하나 덤으로
공개 구인 하여도
정말 외로울 것이지
누구나
무덤 하나씩은 가저도
그 무덤 다 자랑은 아니다
고요히
말문을 닫고
홀로 선 소나무 아래
무덤 하나 잡아 두겠네
어여어여
오시게
어여어여 오시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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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
밀가루 장수와
굴뚝 청소부가
싸움을 하면,
밀가루 장수는 검어지고
굴뚝 청소부는 희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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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고 있으니 조용히 좀 해 주세요
(선운사에 상사화를 보러 갔다) / 김소연
꽃이 지고 잎이 난다
꽃이 져서 잎이 난다
꽃이 져야
잎이 난다
할망구처럼 쪼그리고 앉아 들여다 본다
목덜미에 감기는 바람을 따라온 게 무언지는
알아도 모른다고 적는다
바다 위로 내리는 함박눈처럼
소복소복도 없고 차곡차곡도 없었다고
지금은 그렇게 적어둔다
꽃 지면 나오겠다는 약속을 지킨 걸지라도
꽃 피면 나오겠다는 약속을 어긴 거라고
오히려 적어둔다
잘했다고
배롱나무가 박수를 짝짝 친다
저녁밥 먹으러 나는 내려 간다
고깃집 불판 위 짐승의 빨간 살점을
양양 씹는다
~~~~~~~~~~~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구월이 오면 / 안도현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구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
나의 기도 / 손희락
그대를 만나기 전에는
실체가 없는 그림을 그리며
어떤 사람이 다가올까,
만남을 준비하는
인내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대를 만났을 때는
최고의 선물을
허락하신 분에게
기쁨에 넘치는 마음으로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대를 만난 후에는
아픔의 풍랑이 출렁일 때마다
독선을 버리고
아집을 버리는
자신과 싸우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지금의 기도는
마지막 날까지,
그대와 함께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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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 김용택
허전하고 우울할 때
조용히 생각에 잠길 때
어딘가 달려가 닿고 싶을 때
파란 하늘을 볼 때
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둥둥 떠가면 더욱더
저녁 노을이 아름다울 때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때
둥근 달을 바라볼 때
무심히 앞산을 바라볼 때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귓가를 스칠 때
빗방울이 떨어질 때
외로울 때
친구가 필요할 때
떠나온 고향이 그리울 때
이렇게 세상을 돌아다니는
내 그리움의
그 끝에
당신이 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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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힘을 주소서 / 김정한
나에게 힘을 주소서.
지치고 힘든 일에 부딪칠 때마다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날 힘을 주소서.
남 탓으로 세상 탓으로 원망하지 않게 하소서.
오로지 나의 실수로 인정하게 하소서.
전신이 삶의 상처로
피고름이 흘러내려도
포기하지 않게 하소서.
지나친 집착과 헛된 욕망에 빠져
남의 삶을 살지 않게 하소서.
나에게 힘을 주소서.
어떤 어려움이 찾아와도
견디고 이겨낼 수 있는
나를 신뢰하는 믿음의 기도로
헤쳐 나갈 수 있게 하소서.
사랑으로 믿음으로
끌어안을 수 있게
강한 자신감을 주소서.
가치 없는 걱정을 물리칠 수 있는
현명함을 주소서.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나를 더 신뢰하고 나를 더 사랑하여
나날이 만족해하는 내가 되게 하소서.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해 걱정하는
어리석은 내가 아니라
일어날 일에 대해 미리 준비하는
지혜로운 내가 되게 하소서.
무엇보다도 단단한 삶을 살아가게
나에게 강한 힘을 주소서.
~~~~~~~~~~~
별바라기 / 김춘성
별을 바라보면 촉촉해진다
이승을 털어낸 조상들의 영혼이 거기
반짝이기 때문이다
뒤따라 오를 내 영혼이 미리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오늘, 나의 어제가
저 빈집들 차곡차곡 채워가다
마침내 어느 날
이승의 생활들 홀연히 비워내고
기어이 찾아들 내 자리이기 때문이다
오늘 올려보는 내 별의 뜨거움은
내일 내려다볼 지상의 빈자리인 것을
내일 반짝거릴 내 별은
지금 내가 사랑하는 만큼 빛날 것이라는 것을
나는 지금
얼마쯤이나 헤아리고 있는 것일까
내 올라 찾아갈 별만큼은
지금 수국꽃처럼 빛났으면
이승의 하루하루
모두 꽃으로 피었다가
오롯한 덩어리
빛나는 꽃무리처럼
거룩하게 반짝거렸으면
~~~~~~~~~~~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 안도현
어제도 나는 강가에 나가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당신이 오시려나, 하고요
보고 싶어도
보고 싶다는 말은 가슴으로 눌러두고
당신 계시는 쪽 하늘 바라보며 혼자 울었습니다
강물도 제 울음소리를 들키지 않고
강가에 물자국만 남겨놓고 흘러갔습니다
당신하고 떨어져 사는 동안
강둑에 철마다 꽃이 피었다가 져도
나는 이별 때문에 서러워하지 않았습니다
꽃 진 자리에는
어김없이 도란도란 열매가 맺히는 것을
해마다 나는 지켜보고 있었거든요
이별은 풀잎 끝에 앉았다가 가는
물잠자리의 날개처럼 가벼운 것임을
당신을 기다리며 알았습니다
물에 비친 산그림자 속에서 들려오던
그 뻐꾸기 소리가 당신이었던가요
내 발끝을 마구 간질이던
그 잔물결들이 당신이었던가요
온종일 햇볕을 끌어안고 뒹굴다가
몸이 따끈따끈해진 그 많은 조약돌들이
아아, 바로 당신이었던가요
당신을 사랑했으나
나는 한 번도 당신을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고
오늘은 강가에 나가 쌀을 씻으며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 밥 한 그릇 맛있게 자시는 거 보려고요
숟가락 위에 자반고등어 한 점 올려 드리려고요
거 참 잘 먹었네,그 말씀 한 마디 들으려고요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
앉은뱅이 민들레 / 도종환
나 죽은 뒤
이 나라 땅이 식민의 너울을 벗었거든
내 무덤가에 와서 놀아라
새떼처럼 하얗게 아이들 데리고 와
웃으며 손뼉치며 놀아라
나 죽은 뒤
아직도 이 나라 땅이
식민의 너울로 그늘져 흐리거든
내 무덤가에 오지 말아라
돌아가 피 흘리며 싸워라
나 죽은 뒤
아무곳에나 잘 자라는 앉은뱅이 민들레로 돋아
타는 마음으로 이 땅을 지켜보다
꽃 다하면 풀씨로 산천 떠돌며 보리라
너희와 너희의 아이들이 진달래처럼 살고
환하게 살고
살아 지켜야 할 이 땅에서
너희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 보리라.
~~~~~~~~~~~
나도 그랬듯이 / 조병화
머지 않아 그날이 오려니
먼저 한 마디 하는 말이
세상만사 그저 가는 바람이려니,
그렇게 생각해 다오
내가 그랬듯이
실로 머지 않아 너와 내가 그렇게
작별을 할 것이려니
너도 나도 그저 한세상 바람에 불려가는
뜬구름이려니, 그렇게 생각을 해다오
내가 그랬듯이
순간만이라도 얼마나 고마웠던가
그 많은 아름답고,
슬펐던 말들을 어찌 잊으리
그 많은 뜨겁고도,
쓸쓸하던 가슴들을 어찌 잊으리
아, 그 많은 행복하면서도
외로웠던 날들을 어찌 잊으리
허나, 머지 않아 이별을 할 그날이 오려니
그저 세상만사 들꽃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생각을 해 다오
행복하고도 쓸쓸하던 이 세상을
내가 그렇게 했듯이
~~~~~~~~~~~
꽃들도 밤이면 운다
이 기 희 / 윈드화랑 대표·
꽃도 죽고 사는구나.
때 맞춰 피고 지는구나.
한낮의 시계가 기울면
한여름 퇴약볕에
사력을 다해 버티던 목숨줄 놓는구나.
누군가의 도움 없이
살 수 있는 것은 없지.
아침 저녁 물 주고
가꾸는 손길이 있었기에
화려한 꽃들의 향연을
마당 가득 채울 수 있었다.
햇병아리 털만큼
보드라운 햇살이
고양이 등을 쓰다듬던
어느 아침 복수초 개나리
벗나무 민들레 자목련
달래 유채 영산홍 모란
산달래 팬지 튤립 찔레꽃
수선화가 첫사랑의 목을 내밀었다.
아! 그 첫사랑의 달콤한 입맞춤이
채 식기도 전에
나팔꽃 수레국화 해바라기 장미
금낭화 패랭이꽃 애기기린초
돌양지꽃 쑥부쟁이 등이
여름의 정원을 가득 채웠다.
사랑하고 꽃 피우던 시절은 참 좋았다.
풍성하고 아름다왔다.
봄 햇살로 다가 온
어머니 품 속 같은
아늑한 사랑도 좋았고
몸과 영혼을 불살랐던
한여름의 몽매한 사랑은
돌이킬 수 없어 더욱 좋았다.
천둥 번개 치는 날에는
두려움에 떨었지만
함께 있어 편안했다.
소낙비가 쏟아져
한 치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한여름 오후에는
우산 속에서
어깨 맞대고 있어
가슴이 떨렸었다.
캄캄한 어둠과
요동치는 파도의 끝자락에
서 있어도 둘이 손잡고 있는
시간은 행복했다.
내일은
내일을 꿈꾸는 자의 몫'이라고
당신은 말했었지.
여름 꽃들이 시든
빛바랜 정원이
가슴 저며도 참고 견디면
내일은
계절 속에 작은 소망을
싹 틔운다고 말해 주었지.
뒤돌아보면
소금 기둥 된다고
그냥 앞만 보고
묵묵히 가야 한다고
내 등을 두드리는 그대.
피고 지는 꽃잎 속에
사랑으로 남은
그대의 낮은 목소리!
꽃은 계절을 거스르지 않는다.
다투어 피지 않는다.
제때에
자기만의 색깔과 몸짓으로 꽃을 피운다.
패랭이꽃처럼
작으면 작은 대로
해바라기, 맨드라미처럼
화려하면 찬란하게
크나큰 왕관 쓰고 산야를 가득 채운다.
여름 꽃들이
작별의 눈물을 훔치기도 전에
만수국 아재비 구절초 용담
산부추 국화 등의 가을꽃들이
서둘러 향기를 내뿜는다.
들국화는 몸을 낮추어 피고
코스모스는 작은 바람에도
하늘거리지만 자태를 뽐내지 않는다.
억새풀은
산과 들에서
무리 지어 드높게 푸른창공에
눈부신 흰빛의 붓놀림으로
한 폭의 장관을 이룬다.
갈대는 속과 마디가 비어 있는데
그 속으로 산소를 운반한다.
차 있는 것보다
비어 있는 것들이
생명의 통로가 된다.
물가나 습지 험한 곳에
발목을 딛고 사는 갈대는
마디가 비어 있지만
다른 갈대와 무리지어
함께 살 부비며 살기에
잘 꺾이지 않는다.
꽃들도 밤이면 운다.
이른 새벽
꽃잎 속에 맺힌 이슬방울은
꽃의 눈물이다.
갈대도
바람 부는 날이면
서걱이며 흐느낀다.
흔들리지 않는 것들이 어디 있으랴!
떠나는 계절의 허리 잡고
생이 목마른 그대여.
마지막 남은
가을 햇살
한자락 접어
밀알의 소망으로 땅에 묻길 바랍니다.
한겨울 삭풍이
모질게 두 뺨을 때려도
그 단단한
한 알의 씨앗
가슴에 품고
희망으로 버티시길 간구합니다.
보이지 않는 시간과
힘든 삶으로 뒤척일 때
그 한 알의 씨앗은
당신께
사랑의 묘약이 됩니다.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나태주 '멀리서 빈다'
~~~~~~~~~~~
살아있어 줘서 고마워 / 김선정
하늘처럼 멀리 있는 사람
바다처럼 닿지 못할 사람
문을 박차고 나놨다
희미한 가로등 아래 창백한 눈만 꿈틀 거릴 뿐
어둠 속엔 아무도 없다
정처 없이, 언덕의 집들 사이로 난
구불구불한 길을 걸으며 나는 모른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집집마다 켜진 등불 사이로 비친
사람들의 모습은 정겹다
저 앞에 한 무리의 검은 물체들이 보인다
부부싸움 뒤의 우울한 나의 걸음이
그들에게 불미스런 빌미가 될 수도 있겠다싶어
무슨 급한 볼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걸음을 서둘러 위장한다
술 취한 그들이 예상외로 얌전하다
어느새, 한기가 뼈 속까지 침투한다
정신없이 나온 나의 얇은 옷차림에
바닷바람과 진눈깨비는 너무 잔인하다
부두가 보인다
바닷물이 높게 일렁이고
나의 서러운 마음도 높게 일렁인다
세상에 혼자 깨어있는 쓸쓸함
이국에서의 삶을 하소연할 상대가 없는
오래 묵은 침묵
바닷물이 손짓한다
"이리와, 내가 위로해 줄께"
"...이리와"
나는 한참을 바다와 갈등했다
그러다 모진 목숨을 안고
바보처럼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집에 없다
1시간이 흘러 돌아온 그는 흠뻑 젖어있다
"살아있어 줘서 고마워"
그가 나를 안으며 운다
"살아있어 줘서 고마워"
그는 나를 안고 울고있다
"생활이 힘들어도 살아내자"
그의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아무 대꾸도 못했다
가슴이 너무 아파서
~~~~~~~~~~~
~~~~~~~~~~~
빛과 그림자 (light & shadow)
한송이 꽃잎을 피우기 위해선
수많은 뿌리들이 암흑의 땅속에서 고통을 참아
미련한 선율을 뽑아 올리기에 가능하다
한 분야에 프로가 되기위해선
무던한 시간을 고통과 고독 피를 말리는 투쟁을
하였기에 영광스런 순간을 맛볼수있답니다.
같은 의사라도 분야가 다르면 수술을 할수 없고
같은 운동선수라도 종목이 다르면
그곳에선 프로가 아니며
우물 안의 미꾸라지는 바다에서는 살수도 없다
꿀벌 한마리가 보급투쟁을 하고 있다.
나랑 나누워 먹자꾸나 ~ 그게 함께 공생하는거다.
빛이 없으면 그림자도 없고 희망도 없지않을까?
Anna Kim
~~~~~~~~~~~
[살아있는 유해] / JU.D.S님 글 발췌
투르게네프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의 <사냥꾼의 수기>만은
무척 사랑스러운 느낌으로 읽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을 읽고 있노라면
그 이야기들이 그의 상상력의 소산이라기보다
실제 러시아 농민들의 삶 속에서 보고들은
간접 체험을 형상화한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된다.
[살아있는 유해] 역시
<사냥꾼의 수기> 가운데 수록된 작품이다.
주인공은 사냥을 나갔다가
날씨가 좋지 않아 예정에도 없던,
자기 일가 소유의 농장에 가서
하룻밤을 묵게 된다.
다음날 아침 무심코
그 농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헛간 비슷한 곳을 잠시 들여다본다.
특별한 게 없어서 그냥 돌아서려는데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가느다랗게 부르는 것이다.
헛간 한쪽에 뭔가 이불에 싸인 것 같은
물체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그 물체를 자세히 보고 주인공은 경악한다.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마치 동상처럼 거무튀튀하고
비쩍 마른 형상이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유해(?)는
주인공을 전부터 알고 있었다.
알고 봤더니 어렸을 때 자신의 집에서
가장 미인이고 인기가 많던,
심지어 성격도 좋고
춤과 노래도 잘하던 루께리아라던 여인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이 여인은 사랑하던 사람과 결혼을 앞둔
어느 아름다운 봄날 밤에 집 밖으로 나왔다가
누군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몸을 돌리다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다.
별로 대단한 상처를 입은 것 같지도 않았는데
그 뒤부터 몸이 점점 나빠져
무슨 수를 써도 치료가 되지 않고
결국 몸이 완전히 굳어져서
움직일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그 뒤로 루께리아는
헛간 한구석에 누워서
오로지 사람들의 호의에 기대어
살아가는 신세가 된다.
토끼 같은 동물들이 기웃거리고
그나마 고아 소녀 하나가
가끔 꽃을 들고 찾아와주곤 한다.
두더지가 땅을 파는 소리
그리고 멀리서 메밀꽃이나
보리수 꽃이 피어나는 것도
루께리아는 모두 민감하게 느끼며 살아간다.
고통스러운 삶이지만
루께리아는
자기보다 더 못한 사람들도
많다며 불만을 갖지 않는다.
주인공이 루께리아에게
도시로 옮겨 큰 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해주겠다고 제안하지만
루께리아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자신의 병이 나을 수도 없고, 고
통만 더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혼자 누워 있노라면,
이 세상에는
나 외에 아무도 살아있는 사람이 없다는,
오직 나 혼자만 있는 것 같답니다.
그리고 무슨 휘황한
빛에 싸여드는 느낌이 들지요...
그 빛이 마치 구름처럼 둥실 떠와서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려오지요.
그럼 말할 수 없이 마음이 상쾌해집니다만,
그것이 무언지는 알 수 없거든요..."
주인공을 만나서 추억에 젖어
옛날에 부르던 노래를 부르다가 결국 중단하고,
루께리아는 자신의 과거 약혼자였던
남자가 찾아왔던 얘기를 해준다.
이미 다른 여자와 결혼한
그 남자가 와서 앉아서 얘기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그가 돌아 가버린 뒤
혼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어디서 그렇게 많은 눈물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그런 얘기를 들려준다.
루께리아는 자신이 꾼 꿈 이야기도 들려준다.
보리가 황금빛으로 잘 익은 들판에 서 있는데,
옆에 심술궂은 개 한 마리가
자꾸 루께리아를 물려고 한다.
그녀의 손에는 낫을 들고 있는데
알고 보니 그건 달님이다.
그걸로 보리를 걷어 들여야 하는데
어쩐지 움직이기가 싫다.
약혼자가 올 테니까
들국화를 꺾어 화환부터 만들기로 하고,
보리는 나중에 거두려고 하는데
들국화는 자꾸 손에서 빠져나간다.
그런데 누군가 루우샤 이렇게
그녀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그녀는
"아, 끝내 화환을 못 만들고 말았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들국화 대신
달님을 머리에 쓰자 몸
에서 빛이 나며
온 들판이 환해진다.
그때 누군가 들판 저쪽에서 달려오는데
그는 약혼자가 아니라 예수님이었다.
그림에서 봤던 모습과 다르지만
루께리아는
그가 예수님이란 것을 그냥 알아차린다.
그는 수염이 없고, 키가 큰 젊은이였다.
새하얀 옷에 허리띠만이 금빛이다.
예수님은 "두려워마라,
아름답게 차려입은 나의 신부야,
내 뒤를 따라오라.
너는 하나님의 나라에서 원무(圓舞)를 추며,
천국의 노래를 부르게 되리라"라고 말한다.
루께리아는 미친 듯이
예수님의 손에 입을 맞춘다.
그런데 갑자기 그 개가
그녀의 발을 물고 늘어진다.
하지만, 예수님과 그녀는 하늘로 날아오른다.
그리고 개는 그녀의 발에서 떨어진다.
그때야 비로소 루께리아는
그 개가 그녀의 병이고,
천국에는
그 개가 따라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외에도 더 꿈 이야기를 듣고 난
주인공이 자리를 뜨려고 하자
루께리아는 그를 부른다.
"기억하고 계세요, 나리님?
제 머리가 얼마나 탐스러웠는지?
무릎까지 닿는 머리채였지요.
저는 오랫동안 망설이고 말설였어요.
그렇게 탐스러운 머리를
어떻게 선뜻 잘라버릴 수 있겠어요?
하지만 그 머리를 손질할 수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눈 딱 감고 잘라버렸답니다.
그럼, 안녕히~
이제 더 말할 수도 없답니다."
주인공은 그곳을 떠나며
관리인에게서 그녀가 '살아있는 유해'라고
불린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리고 몇 주일 뒤,
루께리아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녀가 꿈에서 본 그 남자였다.
마을 사람들에 의하면,
숨을 거둔 그날 루께리아의 귀에는
줄곧 종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그러나 거기서 교회까지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주일이나 기념일도 아니어서
종이 울릴 일이 없었다.
그녀는 종소리가 교회에서 들려오는 게 아니라, '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주인공은
그녀가 아마 '하늘에서'라고 말하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잘은 모르지만,
나는 투르게네프가 이 이야기를
실제 자신이 직접 보고들은
러시아 농민들의 사례에 근거해서
기록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
제 기억의 편린에 딱 맞추어진
작품 내용이네요...
1965년 전후 우리나라에
무슨 전염병이나 불치병이
돌지 않았나 (의료불비)생각합니다
저와 같이 학교 다니다
몸이 아파 학교를 관두고
힘없는 모습으로
정자에 앉아 있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그 친구
언제 갔는지 모르게 떠났습니다
그리고 또, 또
먼 친척의 누나가 시골 골방에만
살다가 언제 갔는지 모르게 갔지요
초등학교 234학년의 기억
그 친구도
그 누나에게도
따뜻한 얘기를 못했네요
다만
그 눈빛과 목소리만
애초롭게 남아 있습니다
왜 궁금증을 물어보지 못했는지
묻는 것 자체가 금기시된
동네분위기 같은 느낌이 옵니다
결국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쇠약 상태가 되지 않았나 하는...
지금 돌이켜 보니
결핵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 시절
1965년 전후는
무슨 병이든 걸리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기였음을...
.
손
.
.....................
나노 기술과 나노소설
오늘날 나노기술의 연구 주제는
대부분 나노기술이 출현하기 전부터
과학소설에서 다루어진 것들이다.
1965년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모래언덕(Dune)』을 보면
이미 나노기술의 핵심 개념인
원자 조작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특히 소형화된 기계장치들은
영락없는 나노기계이다.
1966년 개봉된 영화
<환상여행(Fantastic Voyage)〉
역시 놀라운 상상력으로
나노의학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의사들이 잠수정을 타고
환자의 혈관 속으로 들어가서
뇌수술을 하는 장면이야말로
나노의 학의 메타포로 손색이 없다.
1985년 그레그 베어의 장편소설인
『블러드 뮤직(Blood Music)』이 발표되었다.
나노기술 문학의 효시로 평가되는 이 소설에는
누사이트(noocyte)라는 인공지능 세포가 나온다.
이 세포가 유행병처럼 번져 나가
인류를 파괴함과 동시에
초자연적인 변화를 일으켜
인간을 새로운 존재로 개조한다.
나노기술은 영화에서도 즐겨 다루어졌다.
1987년 작품인 〈이너스페이스(Innerspace〉는
축소된 사람이 인체에 투입되어 발생하는
포복절도할 사건을 다루며,
1989년 방영된 <스타 트렉(Star Trek)〉은
나나이트nanite라는 작은 로봇들이
성장하고 진화하는 과정을 소개한다.
1989년 아이언웟슨의 중편소설인
『나노웨어 타임(Nanoware Time)』에서는
외계인들이 인간에게 나노웨어를 선물한다.
일종의 나노로봇인 나노웨어가
뇌에 주입된 사람들은
초자연적인 힘을 갖게 된다.
나노웨어가 사람 뇌의 기능을
송두리째 바꿔놓기 때문이다.
그레그 베어는 1990년
『천사들의 여왕(Queen of Angels)』,
1997년 그 후속작인
『슬랜트(Slant)』를 펴낸다.
두 소설 모두
나노기술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천사들의 여왕』에서 나노장치는
사람의 신체를 변경시킬 뿐만 아니라
정신적 질환까지 치료한다.
『슬랜트』에서 나노로봇은
소화기 분말 거품처럼
깡통에서 퍼져 나간 뒤
건물창고의 물건들을 해체하고
원자를 재조립해서
로봇무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천사들의 여왕』처럼
나노기술에 의해
완전히 바뀐 인류사회를 묘사한 걸작은
닐 스티븐슨의 1995년 작품인
『다이아몬드 시대(Diamond Age)』이다.
이 소설에는 각종 나노기계가 등장한다.
사람의 두개골 속에 설치되는 해골총,
공기 중에 떠다니는 초소형 비행장치,
근육, 척추, 뇌 안에서 활동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해 정보를 주고받는
나노벌레 등이 출몰한다.
2001년 케빈 앤더슨의 소설
『환상여행(Fantastic Voyage)』은
1966년 아이작 아시모프 원작의 영화인
<환상여행>에서 묘사된 축소기술을 사용하여
비행접시에서 떨어진
외계인의 잠든 몸 안을 들여다본다.
2002년 11월 출간된
마이클 크라이튼의 『먹이』는
작가 고유의 상상력으로 꾸며진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과는 달리
드렉슬러의 나노기술 이론을
액면 그대로 채택해
인공생명과 분산인공지능 등
최신 과학이론과 결부시킨,
차라리 교양과학 서적으로 읽어도
무방할 만큼 너무나 과학적인 소설이다.
.
손 옮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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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weet Wild Rose 2 Star Island 3 Harvest Moon 4 Dandelion Star
5 Flowers In October 6 Reflections 7 Cape Elizabeth 8 A Thought Of 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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