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은 있지만
소득이 없다
적자다
내 생의 적자가
계속되면
결국
빚진 생이 되는데
그것이
싫다.....
어머니의 눈물 / 손정모(17027)
당신은 일생을 통해
자식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살아오면서
힘들고 어렵고 슬픈일이
왜 없었겠습니까
고해의 길을 가면서
어버이의 눈물을 생각합니다
가슴아픈일 후회의 언덕에서
먼바다를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가슴 따뜻한 품을
생각날 때마다
어머니의 눈물은 어떠했을까
이생에서 흘리지 못한 눈물
비되어 내리고
아버지의 눈물은 눈이 되어
하얗게 쌓이는가 봅니다
눈물없이 우는 곡소리
쌓이고 쌓였으니
그 비가 내를 이루어 흘려
생명을 눈 뜨게 합니다
아버지
어머니의 눈물을 아십니까
알지 알고말고 그래서 내가
눈물보이지 말라고 눈으로 만든거야
어머니
아버지의 눈물을 아십니까
모르지 항상 포근하게 덮으니
비 오는 날이면
어머니의 눈물을 봅니다
가끔 한곡조 뽑는
천둥소리도 듣습니다
2017년12월25일
...............................
한해가 가면 / 손정모(14076)
한해가 가고 있는 것은
등뼈하나가 태어나는 것이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 갈대도
이슬이 맺힌다
갈대바람에 흔적이 없이 날아가도
한마디를 보면 안다
한해살이가 짧고 굵은지
길고 가는지 소리로 알아본다
한해가 가고 있는 것은
바람소리가 아니라
등뼈가 내는 소리를
바람의 언어로 기록한 것이다
화가의 붓으로 내는 바람소리도
대나무 숲에 서성인다
올 한해는
갈대같이 흔들리는
바람소리가
등뼈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의 노래 같다
모래 발자국
바람의 소리는
홀로 우는 첼로의 선율
석양고운 갈매기 노래도
때로는 설산을 타고 가는
바람의 신 같다
용하다 그대 갈대의 소원
등뼈 휘는 소리도
바람의 한 소절 쉼표이리라
그대를 알고 가는 음표
바람같이 등뼈도
하얗게 빛이 난다
(동의원소)
2014년12월29일ss
...............................
세모의 종소리/ 손정모(14075)
2014.12.27.ss

...............................
까치 밥 /손정모(13049)
앙상한 가지에 매달린 까지 밥
붉게 빛났다 살아남아서 영광이다
새벽 까지가 날아와 소리친다
기쁜 소식을 물고 오지는 않았어도
그 사람 올 것이란 기대감
그것만으로 기다림은 조급하지 않다
어느 날
까마귀가 날아와 소리쳤다
아직도 안 온 거야 안 올 거야
기다리지 마 기다리지 마
그 붉든 까지 밥이
외롭다 못해 쭈그려졌다
장독 안에 있든 기대도 식었다
살아남아서 영광이란 소리도
할 말이 없어 말문을 닫았다
까치도 까마귀도 오지 않는
나목의 겨울은 찬 서리 내린
기대할 것도 없는 죽음뿐이다
나목은 눈을 잃고 귀를 잃고
숨마저 멈춤 순간 변덕 심한
겨울마저도 극한속의 절망의
목을 비틀었다
몹쓸 사람이 까치밥의 위안마저
낚아챘다 배부른 자의 심술이다
까마귀는 까치로 변색하고
까치는 그 목소리까지 잃었다
별이 별일이 활개 치는 세상에
까지 밥 하나의 위안의 여유도
찰나의 조급함이다
아마 달나라 선녀도 기적소리에
목을 맬 것 같다
(아빠의 기적소리를 듣고 싶다)
2013.12.22.일 밤 노조의 기만전술을 보면서
[최장기 철도 파업을 보면서
노동운동은 삶의 대한 순수이어야 한다
강성노조 외 일반 다수의 노조는
까치 밥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
세모에 / 손정모
한 겨울 찬 바람이 밤 세도록 불었다
덜컹거리는 문소리 잠든 귀에도
몹쓸 바람 얼마나 바쁘면
저럴까
산 사람 잠 자기도 서러운데
죽은 사람은
더 바삐 무서운 사망의 골짜기를 지나겠지
꿈에 본 화원을 지나고
물이 흐르는 초원을 지나
사막 한 가운데 큰 바위에
쉬었다
하늘을 보니
저 수 많은 별이 쏟아져 내린다
눈이다 함박눈이다 폭설이다
사막이 눈 밭이된 지금 별이 노래한다
전봇대로 본 하늘이다
참 길기도 하네 그 놈 참 실하다
밤세도록 암케(개)만 찿아다니다 만난 전봇대다
오줌빨이 가늘어질쯤 두어번 흔들어 낸 소리
보기보다
깨끗한거야 뭇놈이 싸질려 놓아도
세상 모두가 예수가 되고 부처가 된 거야
전봇대 밑에서
멋진 자세로 보안등이 졸고 있을 때
또 어떤놈이 컹컹거리고 등을 탈 때
도시는 떠나고 날이 세었다
아침이 오는 소리
해가 뜨는 빛살
밤세 울든 꿈속도
아무 일 없는 사연
전봇대
너는 대체 뭘 보고 서 있나
CCTV 풀어 봐
전봇대를 감싸 않고
이 사람 술이 과했네
저거는 뭐야 귀신 아니야
아~ 개는
하늘로 높이 뻗은 전봇대로
못다한 사랑을 삭혀 보고
남 담벼락에 질질 낙서로
하룻밤을 얘기하고 떠났다
...............................
겨울 나는 법 / 손정모 (13048)
좋은 시절 다 지나가고
잔뜩 움추린 겨울날에
비무하는 겨울 울음소리
깃발이 붉게 탄다
목이 시고 바람에 흔들린다
사춘기의 용기는 본능
철지난 꽃들이 부셔지는
저 거리의 북소리
하늘가에 가슴 메이는
처절한 자기반성이다
오늘 또 누가
겨울 나는 법은 말한다
서로에게 본능을 심는 것은
내가 좀 더 철이 들기 위해서
겨울은 매몰차야 한다고
혹독한 겨울을 나고
새봄을 맞는 생존의 기쁨을
한껏 않아 본 감정의 씨앗만이
봄은 더 생기롭고 찬란한
꽃을 피울 수 있다고
죽을 수 있는 자유는 없다
겨울새의 비무를
얼어붙은 겨울강의 숨소리를
강한 자의 깃발이 찟기고
겨울은 매섭게 지난다
소복이 쌓이는 흰 눈
새하얀 님의 칼바람 노래는
언제 들어도 겨울답다
한 송이 붉은 장미
한 점의 녹색 풀잎에 잠든다
...............................
굿 판 / 손정모 (13047)
밤에 열심히 별을 보다가
아침에 일어나 보니
태양이 되어
씨 벌건 중천에 빛났다
바람 부는 밤에
별이 염병을 떨다가
얼마나 곡예를 하는지
둥둥 떠 다녔다
낮에 열심히 태양을 보다가
밤이 되니 잠을 이룰 수 없다
깜깜한 밤에
경험보다 못한 감각이 울었다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릴 방법은
저 태양을 삼키거나
저 별을 따오거나 해야 하는데
그런 재주는 이 세상에 없다
귀신이 곡을 해도 없는 것을
입을 벌려 하늘 보고 별을 삼키고
눈으로 태양을 만진다
천정에 노는 별이 땅에 내려 와
공원 접시 물에 빠져 있는 것을
홀짝 홀짝 마시다 보니
저 미친 태양이 면전에 엎허진다
목이 마른 미꾸라지를 삼키고
뒤 틀린 번호를 왼다
돼지꿈인데 함만 사라
덩신 문신만 남았져
오늘밤은 어디에서 울고
내일 밤은 안녕 하시겠는가
씨 벌건 대낮에
태양이 이마 박에 박히는
불꽃놀이를
오늘도 좋고
내일도 좋다
훨훨 날려보면 돈도 춤을 추지
암만 온 국민도 깔깔 웃을 테지
우와 진짜 세종임금도
춤을 추시는 구마
링컨도 달러 나와 춤을 추고
굿판이네 시 뻘건 굿이네
니는 돈 싫나
내는 돈 좋다
비려먹을 청념은 고추장도 안돼
내 말 맞제
...............................
단시는 전개가 없다
횡간을 읽는 묘미가 있다
...............................
겨울연인 / 손정모
따뜻한 햇살
천금같은 꿈
미련한 추위
입김이 곱다
얼얼한 기다림
그사랑이 좋다
...............................
그 사람 / 손 정 모
잊어진 것 보다
기억되는 사람
생각나는 사람
그리운 사람
내게도 눈물 나는
행복한 사람
못 잊을 날을 위한
꿈이 있었네
...............................
연륜/손정모
푸른 날 꿈
저리 고운데
남 보기 부끄
바람살 쌓이네
2011.12.01.
...............................
장군이 말 / 손정모
춥냐 추워요
춥냐 추워요
그래 춥냐 안 추워요
그래 춥지 안 추워요
우 엄청 따시네
(동장군은 이열치열
암만 하이하이 )
...............................
월식의 노래 / 손정모
사람이 노래를 하면
술도 노래를 하지
이겨울엔
돈도 노래를 부르나
달빛마저 흔들...
(한해도 저물고
저 달도 얼굴을 가리네 거참!
오늘 무슨 날이야!
누구 시집갔어
벌써 간거야!)하이하이
...............................
유영 / 손정모
같이 있어 보고자 해도
떠날 때는 손 흔들어
인사를 했네
가는 길 마다
흔적없이 사라진
지나온 가슴이 숨 쉴 때 마다
바다를 건너는 철새
눈물만이 남아
차가운 은하의 별
시리도록 멀어지는
그대 눈이여
...............................
칼날에 서서 / 손정모
얼마나 울어야 웃을 수 있을까
바다의 눈물은 마를 날 없어
목메는 눈 오직 했겠나
그 학업 끝 맺지 못하고
가는 길 미련 목 놓아 울었겠네
( 해경의 죽음과
고시원에서 자살한 고인을 위로하면서)
...............................
돼지의 꿈 / 손 정 모
환상이라도
돼지에게는
날으는 것이 꿈이다
진주를 가진들
하루밤 춘몽에 비할소냐
(돼지 꿈을 꾸어도
황금의 가치를 모르면
하룻밤 꿈,
그 환상 보다도 못하다)
...............................
창가에서 / 손 정 모
내게 있어
그대 귀하고 귀하다
내에 자유가
그대 자유가 되고
끝 가는 동행
뒤 돌아 천리
눈 앞 보이는 곳
펼쳐진 그 곳
그대 만이 가득하다
텅 빈 들이다
...............................
몰라예에 / 손정모
난 암 것도 몰라예에
지는 숫 것도 몰라예
아침에 종이 울리면
걔가 넘 좋아 했어요
비비꼬는 남보다 더
미녀는 숫 것을 좋아
A이O는 연기도 일품
넘 그러지 마시라우
끼흐르는 그것이 명품
아무나 못하지라우네
...............................
그림그리기 / 손 정 모
오늘이
멀어져 가네
먼 기억도 잊어져
새날이 되면
행복할꺼야
기다림으로 넘치면
또 내일이 올꺼야
...............................
에덴의 동쪽 / 손정모
남자는
아침 종이 울릴 때
새 힘이 솟는다
남자가
괴로운 것은
아침이 오는 것이 아니라
날로 늙어가는
당신을 보는 것이다
새로운
아침이 올 때 마다
그대와 함께
에덴동산 저 넘어
그 종소리를 찾는 것이다
...............................
애어른 / 손정모
애 하고
어른 하고
다른 것은 체신머리다
체신머리는
희노애락을 자제하는 기술이다
그것도 상황에 따라
얼마 만큼 노출하느냐에 따라
사람 대접이 달라진다
이 눈치라는 것이 처세술
그것이 인격의 품성을 가지는
또다른 인간이다
이 인간에 대해
노여워하지마라
...............................
보랏빛 하늘 / 손 정 모
하늘이 내게 준 일을 하였고
그 명을 다하여 길을 갈 뿐
내게 하늘은 먼 꿈에 울었다
...............................
나목 / 손 정 모
겨울비의 가슴은
봄을 틔우는 눈이 있지
빗물이 영롱할 때
가슴은 운다
봄은
그 깃털로 온다
아아
봄에는 눈을 틔우고
함께 노래할 세상을
하얀 미소를 본다
...............................
설날에 / 손 정 모
그믐날 밤
까치가 별을 헤입니다
앙상한 가지에
별이 떨어져 쌓이고
차례상은
흰눈이 되었습니다
까치가족은
한 소리로 눈 위를 날고
사람들은
반가움에 박수를 쳤습니다
풍년이 올 거라고 믿습니다
별은
까치의 품에서
별노래를 듣습니다
...............................
설날은 / 손정모(14013)
유년의 설날은 기억도 새롭다
얼른얼른 자라도록
맨 날 떡국을 먹고 싶었지
매일 떡국을 먹는다고
나이를 주지 않는다는 걸 알지
설날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나이를 덤으로 주지 않는다
때가 되면 공평하게 한 살씩 주는 것을
설날은 나이를 확인하는 것
얼마나 사람이 되었는지
지난 잘못을 반성을 하는지
설날을 맞을 때마다
한 살씩 어른이 되는 것을
땅으로부터
하늘로 가는 길을 알고 있는지
묻고 있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해도
한 걸음씩 가까워지고 있음을
설날에 세배를 하고
떡국을 먹는다는 것은
하늘을 향해
경배하는 삶을 살겠노라고
감사하는 것을
하늘이 주신 복을 복대로
땅에서 열심히 살겠노라고
가슴깊이 새기는
새로운 용기를 갖는
희망이라고
한 살의 나이를
보태어 주는 삶에 대한
상금인 것을
설날은
장수하는 것에
존경을 표하는 겸손함이라
누구나 나이를 먹지만
아무나 장수할 수 없다는 것을
함께하는 설날의 만남은
기쁨이 되고
복이 되는 것을
덕담은
염원이 되고
삶이 녹녹지 않음이라
부디 천수를 살라고 하는
하늘의 섭리 설인 것을
...............................
책장을 넘기며 / 손정모(13044)
고요한 마음에 바람소리 사나워
돌아서 눈감으면 바다저쪽 파도가 온다
고이 잠재운 실타래를 만지작거리며
심장에 꽂는 바늘귀에 핏빛 입술
푸른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을 본다
올해도 첫눈은 하얗게 내리겠지
모진겨울을 이고 가는 한철 바람 따라
노란 은행잎 파도에 밀리어 모래톱에 앉다
철지난 바다는 파도마저 높다
평범하게 주어진 하늘은 늘 시샘을 한다
고요한 마음에도 큰 파도가 소리친다
철따라 바람소리도 시대를 읇고 간다
저 언덕 너는 무엇으로 넘어가리
실타래 사리며 바늘귀속으로 든다
잠잠히 배면 밖으로 포만의 배를 내민다
-----------------------------------
12월에 띄우는 편지 / 손정모(13045)
또다시 12월이 왔군요
한해를 마무리 하는 12월
지나온 사계를 생각합니다
주어진 시간을 사랑하며
새싹 틔우며 꽃 피웠지요
얼마나 아름답고 고왔든지
땀 흘려 살아온 당신
해마다 이때면 늘 미안하다오
세파에 눈물겨운 여정을 잊고
속일 수 없는 연륜을 위로하며
잔을 들라 감사와 축복의 잔을
더 높은 어울림과 마주한 눈빛
맞잡고 가자 손잡고 가자
뒤돌아 긴 날 저어 긴 날들
함께한 여로여 길이 빛나라
함께한 여로여 길이 빛나라
비록 (2013년)깃대는 쓰러져
무성의 손짓 보이더라도
돌아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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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에게 / 김재진
당신 만나러 가느라
서둘렀던 적 있습니다.
마음이 먼저 약속 장소에 나가
도착하지 않은 당신을
기다린 적 있습니다.
멀리서 온 편지 뜯듯 손가락 떨리고
걸어오는 사람들이 다 당신처럼 보여
여기에요, 여기에요,
손짓한 적 있습니다.
차츰 어둠이 어깨 위로 쌓였지만
오리라 믿었던 당신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입니다.
어차피 삶 또한 그런 것입니다.
믿었던 사람이 오지 않듯
인생은 지킬 수 없는 약속 같을 뿐
사랑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실망 위로 또 다른
실망이 겹쳐지며
체념을 배웁니다.
잦은 실망과 때늦은 후회,
부서진 사랑 때문에 겪는
아픔 또한 아득해질 무렵
비로소 깨닫습니다.
왜 기다렸던 사람이 오지 않았는지,
갈망하면서도 왜 아무것도
이루어지는 것이 없는지,
사랑은 기다림만큼 더디 오는 법
다시 나는 당신을 만나기 위해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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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물이 되어 / 강 은 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處女)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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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꽃 / 최두석
새벽 시내버스는
차창에 웬 찬란한 치장을 하고 달린다
엄동 혹한일수록
선연히 피는 성에꽃
어제 이 버스를 탔던
처녀 총각 아이 어른
미용사 외판원 파출부 실업자의
입김과 숨결이
간밤에 은밀히 만나 피워낸
번뜩이는 기막힌 아름다움
나는 무슨 전람회에 온 듯
자리를 옮겨 다니며 보고
다시 꽃이파리 하나, 섬세하고도
차가운 아름다움에 취한다
어느 누구의 막막한 한숨이던가
어떤 더운 가슴이 토해낸 정열의 숨결이던가
일없이 정성스레 입김으로 손가락으로
성에꽃 한 잎 지우고
이마를 대고 본다
덜컹거리는 창에 어리는 푸석한 얼굴
오랫동안 함께 길을 걸었으나
지금은 면회가 금지된 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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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노래 / 박시교
봄에 하는 이별은 보다 현란할 일이다
그대 뒷모습 닮은 지는 꽃잎의 실루엣
사랑은 순간일지라도 그 상처는 깊다
가슴에 피어나는 그리움의 아지랑이
또 얼마의 세월 흘러야 까마득 지워질 것인가
눈물에 번져 보이는 수묵빛 네 그림자
가거라, 그래 가거라 너 떠나보내는 슬픔
어디 봄산인들 다 알고 푸르겠느냐
저렇듯 울어쌌는 뻐꾸긴들 다 알고 울겠느냐
봄에 하는 이별은 보다 현란할 일이다
하르르 하르르 무너져 내리는 꽃잎처럼
그 무게 견딜 수 없는 고통 참 아름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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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처럼 / 문정희
하룻밤쯤
첼로처럼 살고 싶다
매캐한 담배 연기 같은 목소리로
허공을 긁고 싶다
기껏해야 줄 몇 개로
풍만한 여자의 허리 같은 몸통 하나로
무수한 별을 떨어뜨리고 싶다
지분 냄새 풍기는 은빛 샌들의 드레스들을
넥타이 맨 신사들을
신사의 허세와 속물들을
일제히 기립시켜
손바닥이 얼얼하도록 박수를 치게 하고 싶다
죽은 귀를 잘라 버리고
맑은 샘물을 길어 올리게 하고 싶다
슬픈 사람들의 가슴을
박박 긁어
신록이 돋게 하고 싶다
하룻밤쯤
첼로처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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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뒤에
사랑을 더 많이 받은 사람이
사랑을 잊지 못해서
더 그리워한다고 합니다
저는 당신에게
제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제가 더 그리워하며
아파하는 것을 보니
당신이 저를 더 많이
사랑했나 봅니다
---------------------------
아름다운 유서
........................................
제목 : 우동 한 그릇
구리 료헤이(栗良平)의 단편소설
해마다 섣달 그믐날이 되면
일본의 우동집들은 일년중 가장 바쁩니다.
삿포로에 있는 우동집 <북해정>도
이 날은 아침부터 눈코뜰새 없이 바빴습니다.
이 날은 일년중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밤이 깊어지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빨라졌습니다.
그러더니 10시가 지나자 손님도 뜸해졌습니다.
무뚝뚝한 성격의 우동집 주인 아저씨는
입을 꾹 다문 채
주방의 그릇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편과는 달리 상냥해서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은 주인여자는,
"이제 두 시간도 안 되어 새해가 시작되겠구나,
정말 바쁜 한 해였어."하고
혼잣말을 하며 밖에 세워둔 간판을 거두기 위해
문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출입문이 드르륵~하고 열리더니
두 명의 아이를 데리고 한 여자가 들어섰습니다.
여섯 살과 열 살 정도로 보이는 사내애들은
새로 산 듯한 옷을 입고 있었고,
여자는 낡고 오래 된 체크무늬
반코트를 입고 있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주인 여자는 늘 그런 것처럼
반갑게 손님을 맞이했습니다.
그렇지만 여자는 선뜻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머뭇머뭇 말했습니다.
"저…우동…1인분만 시켜도 괜찮을까요?…"
뒤에서는 두 아이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세 사람은,
다 늦은 저녁에 우동 한 그릇 때문에
주인 내외를 귀찮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해서
조심스러웠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주인 아주머니는
얼굴을 찡그리기는커녕
환한 얼굴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네네... 자~, 이 쪽으로..."
난로 바로 옆의 2번 식탁으로 안내하면서
주방 안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여기, 우동 1인분이요!"
갑작스런 주문을 받은 주인아저씨는
그릇을 정리하다 말고
놀라서 잠깐 일행 세 사람에게
눈길을 보내다가 곧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네! 우동 1인분!"
그는 아내 모르게 1인분에
우동 반 덩어리를 더 넣어서 삶았습니다.
그는 세 사람의 행색을 보고
우동을 한 그릇밖에 시킬 수 없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자, 여기 우동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가득 담긴 우동을 식탁 가운데 두고,
이마를 맞대며 오순도순 먹고 있는
세 사람의 이야기 소리가
계산대 있는 곳까지 들려왔습니다.
"국물이 따뜻하고 맛있네요."
형이 국물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습니다.
"엄마도 잡수세요."
동생은 젓가락으로 국수를 한 가닥 집어서
어머니의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비록 한 그릇의 우동이지만
세 식구는 맛있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이윽고 다 먹고 난 뒤
150엔(한화 약 1,500원)의 값을 지불하며,
"맛있게 먹었습니다."라고
공손히 머리를 숙이고 나가는 세 사람에게
주인내외는 목청을 돋워 인사를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 후, 새해를 맞이했던 <북해정>은
변함없이 바쁜 날들 속에서
한 해를 보내고 또 다시 12월 31일
섣달 그믐날을 맞이했습니다.
지난해 이상으로 몹시 바쁜 하루를 보내고
10시가 지나 가게 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드르륵~ 하고 문이 열리더니,
두 명의 사내아이를 데리고
한 여자가 들어왔습니다.
주인 여자는 그 여자가 입고 있는
체크무늬의 반코트를 본 순간,
일 년 전 섣달 그믐날
문 닫기 직전에 와서
우동 한 그릇을 먹고 갔던
그 손님들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여자는 그 날처럼 조심스럽고
예의바르게 말했습니다.
"저…우동…1인분입니다만…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주인 여자는 작년과 같이
2번 식탁으로 안내하면서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여기 우동 1인분이요!"
주방 안에서,
역시 세 사람을 알아 본 주인아저씨는
"네엣! 우동 1인분!"
그러고 나서
막 꺼버린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였습니다.
물을 끓이고 있는데
주인 여자가 주방으로 들어와
남편에게 속삭였습니다.
"저 여보,
그냥 공짜로 3인분의 우동을 만들어 줍시다."
그 말에 남편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안돼요. 그렇게 하면 도리어 부담스러워서
다신 우리 집에 오지 못할 거요."
그러면서 남편은 지난해처럼
둥근 우동 하나 반을 더 넣어 삶았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내는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여보, 매일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인정도 없으려니 했는데
이렇게 좋은 면이 있었구려."
남편은 들은 척도 않고
입을 다문 채
삶아진 우동을 그릇에 담아
세 사람에게 가져다 주었습니다.
식탁 위에 놓인 한 그릇의 우동을 둘러싸고
도란도란하는
세 사람의 이야기 소리가
주방 안의 두 부부에게 들려왔습니다.
"아…맛있어요…"
동생이 우동 가락을 우물거리고
씹으며 말했습니다.
"올해에도 이 가게의 우동을 먹게 되네요."
동생의 먹는 모습을 대견하게 바라보던
형이 말했습니다.
"내년에도 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
주인 내외는 순식간에 비워진 우동 그릇과
대견스러운 두 아들을 번갈아 바라보는
어머니의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이번에도, 우동 값을 내고 나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향해
주인 내외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 말은, 그날 내내 되풀이한 인사였지만
주인 내외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도 크고 따뜻함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의 섣달 그믐날 밤은
<북해정>의 주인 내외는
누가 먼저 입을 열지는 않았지만
밤 9시 반이 지날 무렵부터 안절부절 못하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0시가 지나자 벽에 붙어 있던
메뉴를 차례차례 뒤집었습니다.
금년 여름부터 값을 올려
<우동 200엔>이라고 씌어져 있던 메뉴가
150엔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번 식탁 위에는
이미 30분 전부터
'예약석'이란 팻말이 놓여졌습니다.
이윽고 10시 반이 되자,
기다리고 있던 어머니와 두 아들,
그 세 사람이 들어왔습니다.
형은 중학생 교복,
동생은 작년에 형이 입고 있던
점퍼를 헐렁하게 입고 있었습니다.
두 형제 다 몰라볼 정도로 성장해 있었는데,
아이들의 엄마는 여전히 색이 바랜
체크무늬 반코트 차림이었습니다.
"어서오세요!"
"저…우동…2인분인데도…괜찮겠죠?"
"넷!…어서 어서 자, 이쪽으로…"
세 사람을 2번 식탁으로 안내하면서,
주인 여자는 거기에 놓여있던
<예약석>이란 팻말을 슬그머니 감추고
주방을 향해서 소리쳤습니다.
"여기 우동 2인분이요!"
그 말을 받아 주방 안에서
이미 국물을 끓이며 기다리고 있던
주인아저씨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네! 우동 2인분, 금방 나갑니다!".
그는 끓는 국물에
이번에는 우동 세 덩어리를 던져 넣었습니다.
두 그릇의 우동을 함께 먹는
세 모자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그리고, 세 사람은 어느 해보다도
활기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들에게 방해될까봐
조용히 주방 안에서 지켜보고 있던
주인 내외는
우연히 눈이 마주치자
서로에게 미소를 지으며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세 사람의 대화는 계속되었습니다.
"시로도야, 그리고 쥰아~
오늘은 너희들에게
엄마가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구나."
"고맙다니요?…무슨 말씀이세요?"
"너희들도 알다시피 돌아가신 아빠가
일으킨 사고로
여덟 명이나 되는 사람이
부상을 입었잖니?.
일부는 보험금으로 보상해 줄 수 있었지만
보상비가 모자라
그만큼 빚을 얻어 지불하고
매월 그 빚을 나누어 갚아왔단다."
"네…알고 있어요."
"그 빚은 내년 3월이 되어야 다 갚을 수 있는데,
실은 오늘 전부 갚았단다"
"네? 정말이에요 엄마?"
두 형제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그래, 그 동안 형 시로도는
아침 저녁으로 신문 배달을 열심히 해 주었고,
동생 쥰이는 장보기와 저녁 준비를
매일 해 준 덕분에 엄마는 안심하고
회사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단다.
그것으로
나머지 빚을 모두 갚을 수 있었던 거야."
"엄마, 형! 잘됐어요!
하지만,
앞으로도 저녁 식사 준비는 제가 계속할 거예요."
"저도 신문 배달을 계속할래요!
쥰아, 우리 힘을 내자!"
형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습니다.
"고맙다. 정말 고마워!"
어머니는 아이들의 손을 움켜쥐며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그걸 보며 형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습니다.
"엄마, 지금 비로소 얘긴데요,
쥰이하고 제가 엄마한테 숨긴 게 있어요.
그것은요… 지난 11월에,
학교에서 쥰이 수업을
참관하러 오라는 편지가 왔었어요.
그리고 쥰이 쓴 작문이
북해도의 대표로 뽑혀
전국 작문대회에 나가게 되어서,
수업 참관일에
그 작문을 쥰이 읽기로 했다고요,"
"그래…그랬었구나…그래서?…"
"선생님께서 작문 시간에,
'나는 장래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제목으로 작문을 쓰게 했는데
쥰은 '우동 한 그릇'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서 냈대요.
지금 그 작문을 읽어 드리려고 해요.
사실 전 처음에 '우동 한 그릇'이라는
제목만 듣고는,
여기 '북해정'에서의
일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쥰 녀석...
무슨 그런 부끄러운 얘기를 썼지?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쥰이의 작문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자, 지금부터 읽어드릴게요."
시로도는 교복 주머니에
접어서 넣어 두었던
종이 두 장을 꺼내어 펼쳤습니다.
쥰의 작문을 읽어 내려가는
시로도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낭랑하게 우동가게에 울려 퍼졌습니다.
"우리 아빠는
운전사고로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그런데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위해
보험금으로도 부족해서 많은 빚을 지게 되었다.
그 때부터 엄마는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하셨고,
형은 날마다 조간과 석간신문을
배달해서 돈을 벌었다.
아직 어린 나는 돈을 벌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없었고,
엄마와 형은
나에게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했다.
대신 나는 저녁이면 시장을 봐서
밥을 해놓는 일을 했다.
내가 해 놓은 밥을
엄마와 형이 맛있게 먹는 걸 볼 때
나는 행복하다.
나도 우리 식구를 위해
작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빚을 하루라도 빨리 갚기 위해서
우리는 모든 것을 절약하는 생활을 했다.
엄마의 겨울 코트는 낡고 헤어졌지만
해마다 꿰매어 입으셔야 했다.
그러던 중에
재작년 12월 31일 밤에
우연히 한 우동 가게를 지나치게 되었다.
안에서 흘러나오는 우동 국물의 냄새가
그렇게 맛있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우리 형제의 마음을 알았는지
엄마는 우리에게 우동을 사주시겠다고 했다.
우리는 그 말이 반갑고 고마웠지만
우리 형편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선뜻 가게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형과 나는 망설이다가
딱 한 그릇만 시켜서
셋이서 같이 먹자고 엄마한테 말했다.
한 그릇이라도 우리에게
우동을 먹이고 싶었던 엄마와,
우동 국물 냄새에 마음이 끌린 우리 형제는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문 닫을 시간에 들어와
우동 한 그릇밖에 시키지 않는 우리가
귀찮을 텐 데도,
주인 내외분은 친절하고
반갑게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주인 내외는 양도 많고
따뜻한 우동을 우리에게 내놓았다.
그러고 나서는 문을 나서는 우리에게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하며
큰소리로 말해주는 그 목소리는
우리에게,
"지지 말아라!
힘내!
살아갈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 가족은 그 후
작년 섣달 그믐날에도
그 우동 가게를 찾아갔다.
여전히 우리는 형편이 나아지지 않아서
우동은 한 그릇밖에 시킬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날도 마찬가지로
주인 내외분은
친절하고 따뜻하게 우리를 대접해 주었다.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
하는 인사도 여전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되면
힘들어 보이는 손님에게
"힘내세요!
행복하세요!" 하는
말 대신 그 마음을 진심으로 담고 있는
"고맙습니다!" 하고
말해줄 수 있는
일본 최고의 우동 가게 주인이 되겠다고..."
주방 안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던
주인내외의 모습이 어느새 보이지 않았습니다.
형이 동생의 작문을 읽어 내려가는 사이
두 사람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아,
한 장의 수건을 서로 잡아당기며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나오는 눈물을
연신 닦고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나는 동안
해마다 12월 31일 섣달 그믐날밤이면
이들 모자가 우동을 먹으려고
올 것이라는 기다림 속에
<북해정>은 입소문까지 널리 퍼져
많은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어느 해 12월 31일
밤 10시 30분이 지났을 무렵에
입구의 문이 드르륵~ 하고 열렸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입구로 향하며
동시에 그들은 이야기를 멈추었습니다.
코트를 손에 든
양복 정장차림의
두 사람의 청년이 들어왔습니다.
"공교롭게 만원이라 빈자리가 없어서~"
라며 여주인이 거절하려고 했을 때...
기모노 차림의 부인이
머리를 숙이며 들어와
두 청년 사이에 섰습니다.
"저... 우동... 3인분입니다만... 괜찮겠죠?"
그 말을 들은 여주인의 얼굴색이 변했습니다.
십 수 년 간 기다림의 세월을
순식간에 밀어 젖히고,
그 옛날의 젊은 엄마와
어린 두 아들의 모습이 겹쳐졌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당황해하고 있는
여주인에게 청년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14년 전 섣달 그믐날 밤,
모자 셋이서 1인분의
우동을 주문했던 사람입니다.
그 때의 한 그릇의 우동에 용기를 얻어
세 사람이 손을 맞잡고
열심히 살아갈 수가 있었습니다.
그 후,
저는 금년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하여
내년 4월부터 삿뽀로의
종합병원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동집 주인은 되지 않았습니다만,
교토의 은행에 다니고 있는 동생과 상의해서,
지금까지 삶 가운데
최고의 사치스러운 것을 계획했습니다.
그것은,
섣 달 그믐 날
어머님과 셋이서
삿뽀로의 <북해정>을 찾아와
뜨거운 3인분의 우동을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고 있던
여주인의 눈에서 왈칵 눈물이 넘쳐흘렀습니다.
테이블에 진을 치고 있던 손님 중에
한 사람이 우동을 입에 머금은 채,
그대로 꿀꺽하고 삼키며 일어나
큰 소리로,
"여봐요 여주인 아줌마! 뭐하고 있어요?
10여 년 넘게
이 날을 위해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기다린,
섣달 그믐날밤의 2번 <예약석>이잖아요,
빨리 안내해요~, 안내를!"
손님의 말에 번뜩 정신을 차린 여주인은,
"잘 오셨어요... 자 어서요...
여보! 2번 테이블 우동 3인분!"
늘 무뚝뚝한 얼굴로
주방에서 눈물을 적시던 주인은,
"네엣! 우동 3인분!"하며
더욱 큰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10여 년을 기다렸던 손님을,
예기치 않게 맞았기에
환성과 박수가 터지는 가게 밖에서는
조금 전까지 흩날리던 거센 눈발도 그치고,
갓 내린 눈에 반사되어
창문에 비친 <북해정> 이라고 쓰인
옥호막(屋呼幕)이 한 발 앞서
불어제치는 정월의 칼바람에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1988년
구리 료헤이(栗良平/1954년 북해도 생)의
단편소설 '우동 한 그릇'은
당시 일본열도를 눈물로 강타하며
국회 회의장에서까지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했고...
해마다 섣달 그믐날이 가까워지면,
북해도의 찬바람 같이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을
마치, 한 그릇 우동국물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따뜻한 김처럼,
나눔과 배려와 사랑,
용기와 감동을 안겨주기에~,
눈시울 적셔가며 뜨겁게 읽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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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한 글귀
깊은 곳으로 가라 마음아
그곳이 가장 어두우니
그곳에서
네 몸이 어떻게 밝혀지는지 느껴라.
시대와 세월과 블면과 고독은
나를 에워싼 사면의 벽!
나는 수도승의 운명
나는 마음을 열고
자유의 활주법을 익혀
깊은 우주 속으로
내면속으로 나아간다.
아름다운 항진
내 어둠은 무한 동력
활활 타오른다
나는 깨달음이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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