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Newly)

(17023) 개새끼 / 손정모

intervia 2017. 9. 4. 14:36
      개새끼 / 손정모(17023) 개새끼 때는 엄청 귀엽고 좋았다 개새끼가 커서 개가 되고부터 엄청 못 생긴게 욕은 더럽게 잘한다 이제는 개새끼가 육두문자를 한다 그 욕이 지구 반대편에서 지구 천정에 팅기어 또르르 칵하고 내게로 온다 개의 시간과 내 시간이 다르다는게 엄청 신기하지도 않다 어짜피 자는 시간이 다르니까 어느날 갑짜기 낮밤이 바뀐건지 천정속에서 빗물이 흐른다 파란하늘 아니 깜깜한 밤에 늘푸른 하늘과 깜깜한 밤 내게는 개새끼 장난같은 별이 그런 빛나는 별이 자꾸만 떨어진다 2017년9월1일.ss. ............................. 먼 길을 돌아서 왔네(15021)/ 손정모 시간이 한참 지났어 검은 머리도 날이 새었어 언제 만나고 헤어졌는지 아무도 모르는 눈을 보았어 뭘 그렇게 보느냐고 빛이 흔들리듯 말하더군 그림자는 누군지 몰라도 잘도 따라 붙이더군 옆에 있는 그림자도 멀리 있었어 가고나니 너무 가까이 있었네 이렇게 가슴에 있는 그림자를 어디서 찾아 본다고 먼 길을 돌아서 왔네 있을 때 말도 못하고 그냥 흘러서 그게 알고 보니 침묵의 강이었어 내가 너를 너가 내를 꺼내 보지 못하고 아주 많은 빛만 쌓아두고 나누지도 못 했다고 말하더군 후회하지 말라고 쳐다보지 말라고 너무 보고 싶어서 찾았어 눈 빛이 흐리어 비가 되더군 강물이 모이는 세월도 바다가 되지 못해서 참 못 난 사람이 많아서 저 멀리 돌아서 간다고 얼마나 많은 말이 모이고 얼마나 많은 침묵이 흘러서 잊어진 그날 나 이렇게 먼 길을 돌아서 왔네 왔어..... 2015년9월04일ss ............................. 새로운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울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옮김- ............................. 복서 2/ 박후기 지구의 스파링 파트너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삭월(朔月)의 눈앞이 캄캄해진다 아들 3은 실업자, 나비처럼 날아도 벌처럼 쏠 데가 없다 오늘도 집 안을 겉돌며 눈치만 살핀다 꼭두새벽 집을 나서는 엄마는 정류장까지 로드워크를 한다 아버지가 녹아웃된 후 대신 엄마가 장갑을 끼고 매일 지옥의 링 위로 올라간다 아들 3은 품속에 카운터블로를 숨긴 채 결정적인 순간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달과 엄마처럼 숨죽이며 참고 견딘다 탐색전이 지나치면 식구들의 야유를 받는다 나가 싸우지 않는 아들 3을 향해 아들 1이 경고를 보낸다 도대체 누가 적(敵)인지 알 수 없는 세상이다 사랑했다고 치자, 아들 1과 한 여자가 링 위에서 엉겨 붙는다 사랑도 결국 사람과 무관한 일이 되어버린다 때리는 자와 맞는 자,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그로기 상태에 빠진 생이여 너에게 확, 수건을 던지고 싶다 ............................. <복서1> “틈을 노려라. 파고들지 않으면 살 길은 없다. 아버지는 내게 세상을 파고드는 인파이터가 되라고 주문했다... 아웃파이터로 살고 싶었지만 치고 빠지는 것이야말로 비겁한 짓이라고 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아웃사이더가 되어 고장 난 인공위성처럼 지구를 겉돌았고, 아버지는 틈 많은 세상의 스파링 파트너로 살다가 땅속으로 꺼져버렸다.”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는 링 위의 생이 아닌가. 무언가와 다부지게 맞붙어 피 터지도록 싸우다가 링을 내려오기도 하지만, 달의 공전처럼 링 위를 빙글빙글 돌다가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복싱에서 인파이터는 상체를 많이 움직이면서 거리를 좁혀 공격하는 선수를 말한다. 이와는 달리 아웃복서는 빠른 발놀림을 이용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거리를 유지하며 기회를 엿보는 선수를 가리키는 말이다. 인파이터는 용감과 더불어 맷집도 좋아야 한다. 상대의 공격을 버텨 내기 위해서는 적절한 커버링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근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서 상대의 잔 펀치를 흘리면서 받아칠 수 있는 어퍼컷 주 무기가 장착되어야 한다. 인파이터로 살려고 했으나 틈 많은 세상의 스파링 파트너로 세상을 마감하고만 아버지의 살아생전 주문은 줄곧 인파이터였다. 자신은 ‘아웃파이터로 살고 싶었지만 치고 빠지는 것이야말로 비겁한 짓이라고 아버지가 말했다’ ‘나비처럼 날아도 벌처럼 쏠 데가 없는’ 아들3은 실업자다. 사실상 실업자 신분으로는 링에 올라봤자 아웃복싱이건 인파이터건 그 어떤 전략도 구사할 수 없다. 경쾌한 풋워크로 상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유효한 타격을 노리는 아웃복서는 기술이 뛰어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다. 그런 조건도 구비하지 않은 채 외곽으로 빙글빙글 돌기만 한다면 영원히 고장 난 인공위성처럼 지구를 겉돌다가 지구를 떠나거나 치명적인 카운터펀치를 얻어맞고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다. ‘품속에 카운터블로’가 있기나 하며, 어느 천 년에 결정적인 순간이 오겠는가. 숨죽이고 참고 견디는 식구들로서도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이 지경이면 ‘나가 싸우지 않는 아들3’은 우군이 아니라 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도대체 누가 적인지 알 수 없어’ 모든 게 지리멸렬해진다. 엎어진 묵사발에 사랑도 인생도 ‘그로기 상태에 빠져’ 마침내는 링 안에다 확 ‘수건을 던지고 싶다.’ 어차피 빤한 게임에 내 편의 손이 오르지 않을 것은 자명한 이치다. 공이 울리는 시간까지 견딜힘조차 없다. 다시 글로브를 낄 수나 있을지 그게 문제다. 이기든 지든 어차피 우리 모두는 링에서 내려와야 하는 공동운명체란 사실을 환기한다면 그뿐이겠지만..... -권- 폄. ............................... 9월이 오면 / 안도현 그대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9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 중년의 가슴에 9월이 오면 / 이채 사랑하는 사람이여! 강산에 달이 뜨니 달빛에 어리는 사람이여! 계절은 가고 또 오건만 가고 또 오지 않는 무심한 사람이여! 내 당신 사랑하기에 이른 봄 꽃은 피고 내 당신 그리워하기에 초가을 단풍은 물드는가 낮과 밤이 뒤바뀐다 해도 동과 서가 뒤집힌다 해도 그 시절 그 사랑 다시 올리 만무하니 한 잎의 사연마다 붉어지는 눈시울 차면 기우는 것이 어디 달 뿐이랴 당신과 나의 사랑이 그러하고 당신과 나의 삶이 그러하니 흘러간 세월이 그저 그립기만 하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