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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피는데 / 손정모(17008)
사람 만드는데
10개월 걸렸지
인간 만드는데
몇 년 걸려야 하는지
대학은 나와야
결혼은 해야 인간
사람은 한글이제
인간은 무슨 글
그걸 뭘 따져봐
아니지
영어를 잘하려면
몇 년을 해야 하는지
살다 보니까
본질을 흐리게 하는
사람이 많을까
인간이 많을까
이 또 뭔 소리
사람은 적고
인간은 많다
다만
불임 때문에
사람도 안 되고
결혼도 안 한다
인간은
해도 되고
사람은 못한다
언제
인간될려나
사람으로 왔어
꽃 한번 피고
그땐
참 고왔는데
창밖에
또
봄인가 봐
꽃은 피는데
언제
사람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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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떠나갈 때는 / 류시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라도
저 빛 눈부셔 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로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번 떠나온 길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네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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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할 때와 사랑할 때 / 김설하
그립다 말자해도 더 또렷해지는 것은
사랑하기 이전부터 인연이었던 사람
마주앉아 향좋은 차를 마시는 것보다
나란히 맞댄 어깨가 정겨운 사람
절대 잊을 수 없다는 말도 짐이 될까봐
무언의 결속 기다림 되어버린 사람
그리움 지독하여 아픈 날에는
가슴속 걸어 둔 그대의 풍경
성장하지 못한 영원이라는 화첩 펼쳐 놓고
못 다한 인연 눈물로 붓질하며
몇 날을 이렇게, 또 얼마를 그렇게
기다리다가 돌이 되어도 좋을 사람
언제나 그렇듯 사랑했다는 말보다
그리워할 수 있는 날 선명하여
사방을 둘러보아도 헤어짐은 낯설고
눈에 보이지 않아서 아프다는 사유
혼자 결리는 고통은 더욱 아니기에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밖에 없는 사람
지금 멀리 떨어져있어도
우리에게 지워지지 않는 지난 날
그리워할 수 있을 때 그리워하고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자고
맞댄 어깨의 온기 일기 속에서 걸어 나와
초저녁달 같은 은은한 미소로 서 있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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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로 하여 눈물겹다 / 고은영
내 몸의 모든 빛을 뽑아
너의 짚신을 짜랴
미완의 사랑으로 섧게 울어도
낮과 밤은 흐르고,
세포마다 물이 든
네 정체를 나는 알지 못 한다
내 모든 생각의 촉수를 베어
너의 영혼에 심으랴
뜨겁디 뜨거운 내 가슴위로는
시원한 바람 한 점 불어주지 않고
분간 못할 미움과 그리움의 장이
수 없이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한다
아니면 최면을 걸고
내 모든 감수성을 걸고
눈물로 네 앞에 무릎을 꿇고 호소하랴
색채의 마술처럼 섭섭함으로 흐르는
애틋한 내 그리움에는 한계가 없다
불현듯 하늘 저 끝자락 푸르름이
내 심연의 아픔을 퍼 올리면서
큐피트 화살로 네 심장을 과녁하여
당기고 싶은 강렬한 충동 하나
간신히 잠 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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