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Newly)

(17004) 별이 빛나는 밤에 / 손정모

intervia 2017. 2. 9. 21:59
      별이 빛나는 밤에 / 손정모(17004) 간밤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 고향으로 부터 사자가 왔다 때 이른 꽃향기를 전하더니 한 번 다녀가라고 재촉한다 멀리도 가까이도 아닌 지척 개도 아닌 것이 자꾸 짖는다 낮설은 서려움이 밀려 온다 우리가 남이가 우리가 누꼬 쇠뇌당한 소리들과 바람들 또 어디론가 휘젖듯 지난다 남빛 바다에 펼쳐지는 여운 죽은 목숨도 이제는 안간다 어떤 고목의 그림자로 부터 오래전 순이가 떠난 뒤부터 갈매기가 제집이라고 한 번 다녀갔다고 고향이라 하고 오래도 살았지 낮선 그곳에 별처럼 빛나든 유리 조각들 동백꽃도 고향을 잃었다고 연어가 알을 낳으며 죽었다 회귀성 바람 끼와 철새들은 오랜 잔치 끝에 밤을 잃었다 슬프고 슬프다 한들 집 잃고 길 잃은 바람풍보다 더할까 간밤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 고향으로 부터 사자가 왔다 별이 빛나는 밤에 길 떠나는 기러기의 행렬속 달이 울고 서울 간 순이가 눈이 빨갛게 꽃을 피우더니 밤세 갔다고 새파란 소녀가 혜안을 했다네 인생이 뭐 별 건가 18 섹스지 그러는 판에 고향이 그 뭐라고 2017.02.08.sons ------------------------------------ 겨울 강에서 / 정호승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겨울 강 강 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 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리 ------------------------------------ 눈보라 / 유일하 냉혹하게 엉켜서 쓰러질 청춘이라면 이렇게 살지는 않았는데 장엄하고 쓸쓸히 넘어갈 고목이라면 이렇게 버티질 않았는데 눈꽃이 흔들며 바람에 떠밀리듯 눈보라 들썩이는 산하 헤치고 가야할 수많은 시련 매섭게 파고든다. ------------------------------------ 간 격 / 이정하 그대와 나 사이에 간격이 있습니다. 엄청난 것도 아니면서 늘 그것은 일정하게 뻗어 있어 나를 절망케 합니다. 그러나 나는 믿습니다. 서로 다른 샘에서 솟아나온 물도 끝내는 한 바다에서 만남을. 그대와 나, 지금은 잠시 떨어져 있지만 나중에는 한 몸입니다. 우리 영혼은 하나입니다. ------------------------------------ 사평역(沙平驛)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 지 그리웠던 순간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
Jung Eup Sa(井邑詞) - Ray 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