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Newly)

(17001) 잘 살자 / 손정모

intervia 2017. 1. 1. 22:39
      잘 살자 / 손정모(17001) 새해의 아침이다 먼동이 오기전에 어둠이 지나가는 소리 싸이리 나이리 휘휘휘 지구가 돌아가는 소리 그 소리에 지나가는 세월의 기억 싸이리 나이리 바람따라 어제 같은 새해의 아침이다 먼동이 오기전에 사람은 나이를 먹었다 니도 먹고 나도 먹고 하늘아래 새들도 먹었다 싸이리 나이리 먹었단다 아무도 그 누구도 명쾌하지 않는 내일을 위해 소리쳤다 희망이라고 했다 거절할 수 없는 새해 아침에 간절함으로 한 살 더 먹은 가락으로 심호흡 몇 번으로 새해 아침을 맞이했다 잘 살자 세상 모두를 향해 잘 살자고 했다 그 소리를 나도 듣고 너도 듣고 바람도 듣고 날으는 새들도 듣고 나무도 풀잎도 들었다 잘 살자 지구가 멈추지 않는 한 내일 또 해가 뜬다 싸이리 나이리 잘 살자 2017년1월1일 정량 . . . . . 바람도 새들도 나무도 풀잎도 화답했다 인간 니들만 잘 살면된다 제발 싸우지들 말고 새벽은 니들 때문에 좀 먹지 말고 제발 잘 살아 보아라 했다 알겠습니까 준비되었나요 . . . ------------------------------------ 검은 강 / 박인환 신(神)이란 이름으로써 우리는 최후의 노정(路程)을 찾아보았다. 어느날 역전에서 들려오는 군대의 합창을 귀에 받으며 우리는 죽으러 가는 자와는 반대 방향의 열차에 앉아 정욕처럼 피폐한 소설에 눈을 흘겼다. 지금 바람처럼 교차하는 지대 거기엔 일체의 불순한 욕망이 반사되고 농부의 아들은 표정도 없이 폭음과 초연이 가득 찬 생과 사의 경지로 떠난다. 달은 정막(靜幕)보다도 더욱 처량하다. 멀리 우리의 시선을 집중한 인간의 피로 이룬 자유의 성채(城砦) 그것은 우리와 같이 퇴각하는 자와는 관련이 없다. 신이란 이름으로써 우리는 저 달 속에 암담한 검은 강이 흐르는 강을 보았다. ------------------------------------ 간 격 / 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 눈 오는 날 / 강진규 내가 서 있는 세상 어디쯤으로 무심결에 눈을 돌리면 아직도 남아서 떠도는 그리움일까 불현듯 땅에 떨어지며 내 마음에 매달리는 눈발 시간은 쌓이고 쌓여 굳어버린 아픔도 한 자락 기억을 수놓으며 이내 내 마음에 남아 있는데 세월이 남겨 놓은, 세월이 미처 다 그려내지 못한 희미한 얼굴까지 내 생각 속을 메운다 추억은 물들어 세월 속에서 물결처럼 흐르고 있는데 눈 속에 이미 묻혀버린 시간들 다시 또 다른 시간을 부르고 있다 ------------------------------------
March With Me - Vangelis & Montserrat Cabal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