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Newly)

(17002 17003) 벌거벗은 대통령

intervia 2017. 1. 12. 13:38
      벌거벗은 대통령 /손정모(17002) 꽃 같은 옷을 입기 위해 손가방을 맞추고 놓지 못하고 화려한 목소리로 쏟아 내든 말 시녀의 손으로 옷을 벗었다 손가방도 열었다 그 말들도 가필해 낸 것들 오물을 쏟았든 변기마저 바꾸었다 날마다 새롭다 못해 매일같이 배설되는 거짓 같은 진실 진실이 부끄러워 울었다 날마다 새롭기 위해 산을 오르는 숨 막히는 속살의 단내 맡으며 벌거벗는 대통령의 모습 길라임 주사의 안방마님 꽃은 꽃이 아니다 청춘도 아니다 외골로 박힌 유리조각의 상처였다 앙상한 가지에 매달린 마지막 잎새 온 산야가 벌거벗고 모진 겨울을 난다 겨울바람이 지날 때마다 눈물이 난다 배반의 눈물이다 대한민국의 영광은 배신의 정치에서 꽃이 핀다 부끄러운 웃음 뒤에 핀 영광의 꽃 상처가 너무 깊어 더 화려한 봄날의 꽃에 향기가 난다 2017년1월11일 정량 ------------------------------------ 한세상 / 손정모 (17003) 4년을 빌어먹었는데 속이 속이 아니다 맴이 맴도 아니다 노래 한 곡 불렸다고 세상 다 산 것도 아니다 웃고 있다고 말을 다 한 것이 아니다 4년을 빌어먹어도 책을 볼 때가 다 있구나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속이 속이 아닌 것을 맴이 맴이 아닌 것을 노래 한 곡 불렸다면 세상을 다 산 것이지 (살다보면 개밥도 되고 그 밥도 말아 먹을 수가 있다 한참을 그렇게 꼭 4년을 빌어먹었네) ------------------------------------ 새벽, 닿을 수 없는 그 곳엔 / 김춘경 멀리 창 밖의 긴 산자락 어깨 위로 새벽이 밀려 온다 허공을 돌아 바람을 밀치고 오는 지난 날의 연가를 닮은 아련한 모습이다 "바라보지 마, 눈물이 날 것 같아" 가슴에 저며 드는 혼잣말이 다시 바람을 타고 날아가면 어둠을 삼킨 산봉우리 손 내밀어 닿을 수 없는 그 곳엔 어느 새 그대가 웃고 있다 알싸한 가슴 삼켜 버린 바람이 차다 다시, 새벽이 오면 그 땐 나도 부서지도록 하얗게 웃으리라 산너머 햇살로 오는 그대 눈부시게 빛나도록... ------------------------------------ 칠성동 저녁노을 / 류상덕 눈을 감고 귀 열었다. 얘야 문 두드려라. 은행나무 받쳐 든 그 너머에 저녁노을 처마에 걸어 놓았다 자죽자죽 밟고 오렴 저 빛살 지려나보다 어스름이 내리는데 이 산 저 산 실을 걸어 그리운 말 다 풀어도 가슴엔 고운 빛깔이 너를 밝혀 떠 있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어느새 속이 삭은 논고동 같은 몸에 여기저기 금이 갈 뿐 채워도 바람만 부는 칠성동은 쓸쓸하다 ------------------------------------ 아득한 한뼘 / 권대웅 멀리서 당신이 보고 있는 달과 내가 바라보고 있는 달이 같으니 우리는 한 동네지요 이곳 속 저 꽃 은하수를 건너가는 달팽이처럼 달을 향해 내가 가고 당신이 오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움은 오래되면 부푸는 것이어서 먼 기억일수록 더 환해지고 바라보는 만큼 가까워지는 것이지요 꿈속에서 꿈을 꾸고 또 꿈을 꾸는 것처럼 달 속에 달이 뜨고 또 떠서 우리는 몇생을 돌다가 와 어느 봄밤 다시 만날까요 ------------------------------------ 너무 아픈 사랑/ 류근 동백장 모텔에서 나와 뼈다귀 해장국집에서 소주잔에 낀 기름때 경건히 닦고 있는 내게 여자가 결심한 듯 말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 라는 말 알아요? 그 유행가 가사 이제 믿기로 했어요 믿는 자에게 기쁨이 있고 천국이 있을 테지만 여자여, 너무 아픈 사랑도 세상에는 없고 사랑이 아닌 사랑도 세상에는 없는 것 다만 사랑만이 제 힘으로 사랑을 살아내는 것이어서 사랑에 어찌 앞뒤로 집을 지을 세간이 있겠느냐 택시비 받아 집에 오면서 결별의 은유로 유행가 가사나 단속 스티커처럼 붙여오면서 차창에 기대 나는 느릿느릿 혼자 중얼거렸다 그 유행가 가사, 먼 전생에 내가 쓴 유서였다는 걸 너는 모른다 ------------------------------------ 내 마음에 그려 놓은 사람 / 이해인 내 마음에 그려 놓은 마음이 고운 그 사람이 있어서 세상은 살맛나고 나의 삶은 쓸쓸하지 않습니다. 그리움은 누구나 안고 살지만 이룰 수 있는 그리움이 있다면 삶이 고독하지 않습니다. 하루 해 날마다 뜨고 지고 눈물 날 것 같은 그리움도 있지만 나를 바라보는 맑은 눈동자 살아 빛나고 날마다 무르익어 가는 사랑이 있어 나의 삶은 의미가 있습니다. 내 마음에 그려 놓은 마음 착한 그 사람이 있어서 세상이 즐겁고 살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
Jung Eup Sa(井邑詞) - Ray 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