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갈 길이 있다 / 손정모(16024)
세상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살아갈 길은 있다
세상이
모두를 버리고 해친다 해도
살아 숨쉬는 그 무언가를 위해
어제도 그러했고
오늘도 그러하고
내일도
당신을 향한 태양은
온누리에 찬란한 빛을 내린다
세상이
어찌 그대를 꼬집어 울게 했는가
오늘도 살고
내일도 살고
그렇게 살아갈 길이 있다
2016년9월16일 추석뒷날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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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노래 / 손정모(16023)
어느듯
하늘은 높고 푸르다
살면서
풍요로운 마음 갖지 못해도
오늘을 위하여 축배를 들자
단 하루를 살더라도
겸손하자
겸허한 마음으로
함께한 여러분에게
감사하자
내게
높은 하늘이고
늘 푸르렸으니
언제
겨울이 오고
봄날이 온다 하여도
오늘
그대를 향한 삶
9월의
노래를 부른다
(어제 보다 더 좋은
오늘을 위하여
내일 보다 더 좋은
오늘을 위하여
9월의 노래를 부르자)
2016년8월31일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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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어 줘서 고마워 / 김선정
하늘처럼 멀리 있는 사람
바다처럼 닿지 못할 사람
문을 박차고 나놨다
희미한 가로등 아래 창백한 눈만 꿈틀 거릴 뿐
어둠 속엔 아무도 없다
정처 없이, 언덕의 집들 사이로 난
구불구불한 길을 걸으며 나는 모른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집집마다 켜진 등불 사이로 비친
사람들의 모습은 정겹다
저 앞에 한 무리의 검은 물체들이 보인다
부부싸움 뒤의 우울한 나의 걸음이
그들에게 불미스런 빌미가 될 수도 있겠다싶어
무슨 급한 볼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걸음을 서둘러 위장한다
술 취한 그들이 예상외로 얌전하다
어느새, 한기가 뼈 속까지 침투한다
정신없이 나온 나의 얇은 옷차림에
바닷바람과 진눈깨비는 너무 잔인하다
부두가 보인다
바닷물이 높게 일렁이고
나의 서러운 마음도 높게 일렁인다
세상에 혼자 깨어있는 쓸쓸함
이국에서의 삶을 하소연할 상대가 없는
오래 묵은 침묵
바닷물이 손짓한다
"이리와, 내가 위로해 줄께"
"...이리와"
나는 한참을 바다와 갈등했다
그러다 모진 목숨을 안고
바보처럼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집에 없다
1시간이 흘러 돌아온 그는 흠뻑 젖어있다
"살아있어 줘서 고마워"
그가 나를 안으며 운다
"살아있어 줘서 고마워"
그는 나를 안고 울고있다
"생활이 힘들어도 살아내자"
그의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아무 대꾸도 못했다
가슴이 너무 아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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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 이외수
여름이 문을 닫을 때까지
나는 바다에 가지 못했다
흐린 날에는
홀로 목로주점에 앉아
비를 기다리며 술을 마셨다
막상 바다로 간다해도
나는 아직 바람의 잠언을 알아듣지 못한다
바다는
허무의 무덤이다
진실은 아름답지만
왜 언제나 해명되지 않은 채로
상처를 남기는지
바다는 말해 주지 않는다
빌어먹을 낭만이여
한 잔의 술이 한잔의 하늘이 되는 줄을
나는 몰랐다
젊은 날에는
가끔씩 술잔 속에 파도가 일어서고
나는 어두운 골목
똥물까지 토한 채 잠이 들었다
소문으로만 출렁거리는 바다 곁에서
이따금 술에 취하면
담벼락에 어른거리던 나무들의 그림자
나무들의 그림자를 부여잡고
나는 울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리석다
사랑은
바다에 가도 만날 수 없고
거리를 방황해도 만날 수 없다
단지 고개를 돌리면
아우성치며 달려드는 시간의 발굽소리
나는 왜 아직도
세속을 떠나지 못했을까
흐린 날에는
목로주점에 앉아
비를 기다리며 술을 마셨다
인생은
비어 있음으로
더욱 아름다워지는 줄도 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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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도 밤이면 운다
이 기 희 / 윈드화랑 대표·작가
꽃도 죽고 사는구나.
때 맞춰 피고 지는구나.
한낮의 시계가 기울면
한여름 퇴약볕에
사력을 다해 버티던 목숨줄 놓는구나.
누군가의 도움 없이
살 수 있는 것은 없지.
아침 저녁 물 주고
가꾸는 손길이 있었기에
화려한 꽃들의 향연을
마당 가득 채울 수 있었다.
햇병아리 털만큼
보드라운 햇살이
고양이 등을 쓰다듬던
어느 아침 복수초 개나리
벗나무 민들레 자목련
달래 유채 영산홍 모란
산달래 팬지 튤립 찔레꽃
수선화가 첫사랑의 목을 내밀었다.
아! 그 첫사랑의 달콤한 입맞춤이
채 식기도 전에
나팔꽃 수레국화 해바라기 장미
금낭화 패랭이꽃 애기기린초
돌양지꽃 쑥부쟁이 등이
여름의 정원을 가득 채웠다.
사랑하고 꽃 피우던 시절은 참 좋았다.
풍성하고 아름다왔다.
봄 햇살로 다가 온
어머니 품 속 같은
아늑한 사랑도 좋았고
몸과 영혼을 불살랐던
한여름의 몽매한 사랑은
돌이킬 수 없어 더욱 좋았다.
천둥 번개 치는 날에는
두려움에 떨었지만
함께 있어 편안했다.
소낙비가 쏟아져
한 치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한여름 오후에는
우산 속에서
어깨 맞대고 있어
가슴이 떨렸었다.
캄캄한 어둠과
요동치는 파도의 끝자락에
서 있어도 둘이 손잡고 있는
시간은 행복했다.
'내일은
내일을 꿈꾸는 자의 몫'이라고
당신은 말했었지.
여름 꽃들이 시든
빛 바랜 정원이
가슴 저며도 참고 견디면
내일은
계절 속에 작은 소망을
싹 틔운다고 말해 주었지.
뒤돌아보면
소금 기둥 된다고
그냥 앞만 보고
묵묵히 가야 한다고
내 등을 두드리는 그대.
피고 지는 꽃잎 속에
사랑으로 남은
그대의 낮은 목소리!
꽃은 계절을 거스르지 않는다.
다투어 피지 않는다.
제때에
자기만의 색깔과 몸짓으로 꽃을 피운다.
패랭이꽃처럼
작으면 작은 대로
해바라기.맨드라미처럼
화려하면 찬란하게
크나큰 왕관 쓰고 산야를 가득 채운다.
여름꽃들이
작별의 눈물을 훔치기도 전에
만수국아재비 구절초 용담
산부추 국화 등의 가을 꽃들이
서둘러 향기를 내뿜는다.
들국화는 몸을 낮추어 피고
코스모스는 작은 바람에도
하늘거리지만 자태를 뽐내지 않는다.
억새풀은
산과 들에서
무리 지어 드높게 푸른 창공에
눈부신 흰빛의 붓놀림으로
한 폭의 장관을 이룬다.
갈대는 속과 마디가 비어 있는데
그 속으로 산소를 운반한다.
차 있는 것보다
비어 있는 것들이
생명의 통로가 된다.
물가나 습지 험한 곳에
발목을 딛고사는 갈대는
마디가 비어 있지만
다른 갈대와 무리지어
함께 살 부비며 살기에
잘 꺾이지 않는다.
꽃들도 밤이면 운다.
이른 새벽
꽃잎 속에 맺힌 이슬 방울은
꽃의 눈물이다.
갈대도
바람 부는 날이면
서걱이며 흐느낀다.
흔들리지 않는 것들이 어디 있으랴!
떠나는 계절의 허리 잡고
생이 목마른 그대여.
마지막 남은
가을 햇살
한자락 접어
밀알의 소망으로 땅에 묻길 바랍니다.
한겨울 삭풍이
모질게 두 뺨을 때려도
그 단단한
한 알의 씨앗
가슴에 품고
희망으로 버티시길 간구합니다.
보이지 않는 시간과
힘든 삶으로 뒤척일 때
그 한 알의 씨앗은
당신께
사랑의 묘약이 됩니다.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나태주 '멀리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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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끝 / 이 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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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통화 / 서안나
지하철 안에서 사내가 목청을 높인다.
아 환장해 불겄네. 뭣이라고요.
사기꾼 이라고야. 아 참말로 환장해 불것네.
내가 세금 꼬박꼬박 내고 착하게 살아 불고
나쁜 짓은 안 해봤는디 사기꾼이라고요.
아따 선상 아무리 세상이 각박혀다고 혀도
내가 신용불량자가 되었기로서니
말씀이 너무 심허시오.
나도 처자가 있는 사람인디.
다음주엔 꼭 보내준다고 허지 않소.
나도 거짓말은 싫어하는 사람인디.
세상이 날 거짓부렁하게 맹근다 안 하요.
그 머시냐 문어 대가리 같은
김 사장이 부도만 안 내부렀어도
내가 이러지는 않소.
기다려 달라고
암 생각 없이 그 말을 믿은 게,
신용사회를 믿은 게 내 잘못이구만.
뭣이라고요.
내일까지 갚아야한다는 말이요.
아, 참말로 환장해 불겄네.
내 말을 콧구멍으로 들은 거요.
발가락으로 들은 거요.
이보쇼. 아 이보쇼. 긍께 내일까지는 힘들당 게요.
이보쇼. 내가 돈을 맹글러 서울까지 왔응께
다음주까지만 기다려 주라고요.
아, 이보쇼.....이보쇼...
얼굴이 시뻘게지게 목청을 높이던 사내가
한숨을 쉬며 끄는 핸드폰.
지하철이 사내 얼굴만큼
벌겋게 달아올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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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 마더 테레사
우리는 빵에 대한 굶주림만
굶주림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굶주림,
훨씬 더 고통스러운 굶주림이 있습니다.
사랑에 대한 굶주림,
나를 원하는 누군가에 대한 굶주림,
어떤 이에게
특별한 누군가가 되고 싶은 굶주림입니다.
환영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하고,
거부당하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매우 큰 굶주림이자
커다란 빈곤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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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빈다 /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
나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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