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Newly)

(16005) 황홀한 봄을 위한 로망스 / 손정모

intervia 2016. 3. 16. 23:36
      황홀한 봄을 위한 로망스 / 손정모(16005) 겨울을 지나 봄 횅한 거리에 생명들이 기지개를 켠다 힘들었지 지난겨울은 그러면서 살아있음이 다행이라 했다 살아만 있다면 꽃피는 날도 있겠지 이 봄에 꽃을 피어올리고 삶의 향기를 피어 올리며 미소 짓는 아름다움 삶을 향한 유혹의 눈빛이 흐른다 그런 봄이 여름을 노래하더니 가을이 되니 넌 그동안 뭘 했니 열매가 있니 없니 죽었니 살았니 뭐 하고 살은 거야 아우성 같은 삶의 가치를 저울질하고 겨울 또 봄이 되니 사는 것이 그런 거지 횅한 거리에 생명의 꽃이 피어나 삶의 향기를 날린다 살다보면 황홀한 날도 오겠지 봄이 유혹하는 생명의 가치는 얼마나 오래 기다리다 봄의 유혹을 뿌리치고 여름을 지나는 것 함정에 빠지지 않는 가을소리를 멀리하고 또다시 겨울잠을 자고 봄에 일어나 꽃 한 번 피워 보는 것 유혹하지 않아도 사랑은 아름다운 것 떨리는 가슴으로 너를 한 번 안아 보는 것 눈 한 번 감고 너의 유혹에 휘말려 보는 것 그리하여 남모르는 비밀을 간직하고 평생을 오지게 웃으며 눈길 한 번 흘깃 보는 것 그게 봄비가 되고 소낙비가 되고 가을비가 되는 것 너와 나의 삶이 평생을 웃으며 예쁘게 다정하게 살아보는 것 그렇게 봄이 오는 길목을 님 마중 가듯 살랑살랑 홀로 걸어보는 것 (사랑은 그렇게 노래하는 거야) 2016년3월16일ss ------------------------------------ 그 곳이 어디쯤일지 / 강인한 엷은 새벽빛이 흘러와 벽에서 4호 액자가 떠오른다 삼십 년 전 전라도 어느 개울과 산이 날것으로 숨쉬다가 젊은 화가의 선과 색채를 입고 이 작은 액자 속으로 들어온 것이니 그 곳이 어디쯤일지 내 어린 날 어느 겨울이었으리 곤죽이 된 논바닥에 고무신 푹푹 빠지며 연을 날리는데 까마득한 하늘에서 홀연 실을 끊고 사라져버린 그 연의 행방이여 첫 여인의 소식처럼 ------------------------------------ 기러기 / 메리 올리버 착해지지 않아도 돼. 무릎으로 기어다니지 않아도 돼. 사막 건너 백 마일, 후회 따윈 없어. 몸속에 사는 부드러운 동물, 사랑하는 것을 그냥 사랑하게 내버려두면 돼. 절망을 말해보렴, 너의. 그럼 나의 절망을 말할 테니. 그러면 세계는 굴러가는 거야. 그러면 태양과 비의 맑은 자갈들은 풍경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거야. 대초원들과 깊은 숲들, 산들과 강들 너머까지. 그러면 기러기들, 맑고 푸른 공기 드높이, 다시 집으로 날아가는 거야.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너는 상상하는 대로 세계를 볼 수 있어. 기러기들, 너를 소리쳐 부르잖아, 꽥꽥거리며 달뜬 목소리로- 네가 있어야할 곳은 이 세상 모든 것들 그 한가운데라고. ------------------------------------ 안개꽃 / 이수익 불면 꺼질듯 꺼져서는 다시 피어날듯 안개처럼 자욱이 서려있는 꽃 하나로는 제 모습을 떠올릴 수 없는 무어라 이름을 붙일 수도 없는 그런 막연한 안타까움으로 빛깔진 초련(初戀)의 꽃 무데기로 무데기로 어우러져야만 비로소 형상이 되어 설레는 느낌이 되어 다가오는 그것은 아, 우리 처음 만나던 날 가슴에 피어오르던 바로 그 꽃 ------------------------------------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 이기철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놓아 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놓고 구름처럼 하이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놓아 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동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통장도 벗어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정하게 앉아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 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떼 잉잉거리는 벚꽃처럼 넉넉하고 싱싱해짐을 알 것이다 그대, 흐린 삶이 노래처럼 즐거워지길 원하거든 이미 벚꽃 스친 바람이 노래가 된 벚꽃 그늘로 오렴 ------------------------------------ 훗날이 오늘이다 / 유안진 나 밖을 떠도는 내가 찾아다니는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그 우주는 어딘가 머리 속 전두엽과 후두엽사이 틈 없는 틈새를 호시탐탐 노리다가 내 안에 들어와서 거꾸로 흐른 시간 안에 나를 잡아두고 싶어 하는 내눈 응시하고 있으면서도 보고 있지 않는 눈동자 그 너머로 얼핏 잡힘 뻥 뚫린 거긴가 등잔 밑이 어둡다고 먼 데가 가까운 데라고 훗날이 오늘이라고 고개드니 입구이자 통로이자 출구의 문인 내 눈동자 너머의 광할한 허공 여기 지금 너머 나를 열지 않고는 나갈 수도 없는 훗날의 거기를 오늘 여기로 살아야 한단다 ------------------------------------
Les Yeux Noirs(검은 눈동자) / Caravelli Orchestra

'신작(New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주의 꽃  (0) 2016.03.26
(16006) 봄을 기리며 / 손정모  (0) 2016.03.21
(16004) 꽃 비 / 손정모  (0) 2016.03.06
(16003) 고향을 일별하고 / 손정모  (1) 2016.03.01
(16002) 바쁨 (봄소식) / 손정모  (0) 2016.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