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쁨 (봄소식) / 손정모 (16002)
반짝반짝 빛나든 눈빛
살아있음에 울었다
년말을 지나 새해가 오고
겨울을 지나 새봄이 오고
그렇게 많은 하루살이 목숨
천년을 살아온 나무에도
고운 햇살이 내려오고
시원한 그늘도 드리우고
백년을 산다는 웃음꽃에도
그 웃음꽃에도 남모르는
서러움이 있었으니
쉬이 울어 재치는 목소리도
울지 못하는 울음 참고 참아
년말 새해 다아 가고
겨울 새봄 다아 가고
그렇게 다아 간 뒤
목 놓아 울어 재친 설음
해 뜨니 울고 해지니 울고
달뜨니 울고 달지니 울고
별빛가득 눈물바다
바람 불어 물어보니
어떼 쯤 오고 있더냐
이무슨 그리움을 달래여
익어올 서러움도
한없는 사람 어디 누군가
뿌리되어
천년고송 나무에
니이 소식 전한다
집안이 살아나도
집안이 죽어가도
땅 밑 뿌리
바삐 올려 보내는
별의 노래를
달의 노래를
해의 노래를
니는 알아듣지 못해도
쉼 없는 눈물의 강 은하의 강
햇살이 곱더냐
빤짝이는 눈빛거울
참, 많이 닮았다
내 대신 니가 그리 많이 우니
산 사람도 못 가는데
죽은 사람 돌아올라
그만 울거래이
사는 게 그렇지
천년을 살아도 만년을 살아도
이바쁨 새봄에도
울지 못하는 곡소리
천둥이 지나는 길
눈물이 강물이 되어 바다가 하늘 되듯이
달 가고 해가니
어이 삼십년 천년에 비할라
서러워 말라 서러워 말라
간다간다 해도 아니 간다 아니 간다
그 노래 소리도 그 울음소리도
들리는 듯 마는 듯
구름에 달 가듯 익어가는 술잔도
목 메여 목이 메여 다아 넘기지 못하고
산다는 것이 그렇지
뭐 별개 있을라고 꺼이꺼이
어디쯤 온다더뇨 오늘이더냐 내일 이더냐
반짝반짝 빛나든 눈빛
살아있음에 죽지 못해 울었다
년말을 지나 새해가 오고
겨울을 지나 새봄이 오고
그렇게 많은 하루살이 목숨
살아 숨 쉬는 날까지
하나 가득 이 몹쓸 그리움
이 서러움 하늘에 담아 올린다
2016년2월14일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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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만 / 이정하
찾아 나서지 않기로 했다.
가기로 하면 가지 못할 일도 아니나
그냥 두고 보기로 했다.
그리움 안고 지내기로 했다.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그대가 많이 변했다니
세월 따라 변하는 건 탓할 건 못되지만
예전의 그대가 아닌 그 낭패를
감당할 자신이 없기에
멀리서 멀리서만 그대 이름을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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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닿을 수 없는 그 곳엔 / 김춘경
멀리
창 밖의 긴 산자락 어깨 위로
새벽이 밀려 온다
허공을 돌아 바람을 밀치고 오는
지난 날의 연가를 닮은
아련한 모습이다
"바라보지 마,
눈물이 날 것 같아"
가슴에 저며 드는 혼잣말이
다시 바람을 타고 날아가면
어둠을 삼킨 산봉우리
손 내밀어 닿을 수 없는 그 곳엔
어느 새 그대가 웃고 있다
알싸한 가슴 삼켜 버린
바람이 차다
다시, 새벽이 오면
그 땐 나도
부서지도록 하얗게 웃으리라
산너머 햇살로 오는 그대
눈부시게 빛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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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그네 / 백창우
외로운 나그네의 눈물 속으로
별 하나가 진다
얼마나 멀리 걸어 왔을까
사람이 그립구나
저만치 저녁이 다가와
개들도 집으로 돌아가는데
오늘은 어디서 쉴까
머리 둘 곳이 없구나
지친 나그네의 가슴 속으로
별 하나가 진다
얼마나 멀리 걸어 왔을까
사람이 그립구나
고단한 나그네의 눈물 속으로
꿈 하나가 진다
여기는 삶의 어디쯤일까
사람이 그립구나
마을 어귀 아홉 장승 머리 위
시들은 까치밥이 슬픈데
아아, 언제까지일까
이 고독한 방황은
지친 나그네의 가슴 속으로
꿈 하나가 진다
여기는 삶의 어디쯤일까
사람이 그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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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강물로 흐르고 / 이효녕
우리가 얼마나 그리워하기에
이토록 밤새도록 강물로 흐르느냐
그리움 흐를수록 깊어지는 마음
어느 누가 깊어지는 그리움 못이겨
먼 하늘 떠도는 별을 헤아리게 하느냐
너무도 그리워 강변에 나가
오랜 가뭄에 갈라진 가슴 위에
추억의 패랭이꽃 피워 놓는데
그 꽃잎이 한 송이씩 떨어져
하늘에 하얀 별이 되어 떠도는데
우리가 얼마나 그리워하기에
어느 강가에 물결로 만나
그리도 애절한 별빛 띄워 흐르느냐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그리움
우리가 언제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났기에
그리움의 강이 되어 이리 흐르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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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일기 / 이정하
그대가 날 부르지 않았나요.
하루 종일 난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이런 날 내 마음은
어느 후미진 찻집의 의자를 닮지요.
비로소 그대를 떠나
나를 사랑할 수 있지요.
안녕 그대여,
난 지금 그대에게
이별을 고하려는 게 아닙니다.
모든 것의 처음으로 되돌아가
다시 시작하려는 것이지요.
당신을 만난 그날 비가 내렸고,
당신과 헤어진 날도
오늘처럼 비가 내렸으니
안녕, 그대여.
비만 오면,
소나기라도 뿌리는 이런 밤이면
그 축축한 냄새로
내 기억은 한 없이 흐려집니다.
그럴수록 난 당신이 그리웁고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안녕 그대여,
그대가 날 부르지 않았나요.
비가 오면 왠지 그대가 꼭
나를 불러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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