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 비 / 손정모(16004)
(세상 밖)
겨울 내내 동백꽃이
시린 눈 속에서
살며시 웃음지며 피었다 지고
피었다 지고 눈 속에 묻혔다
벌써 봄이야 봄이다 하듯
시샘밖으로 홍매화 백매화가 웃었다
꽃닢 한 점 두 점 떨어져 가고
어느새 목련도 뒤 따르더니
수많은 벚꽃과 복사꽃이 피었다
온 세상이 꽃 속에 향기롭다
저 수많은 꽃닢들이
이슬을 머금고
봄비를 머금고
흘러가는 시간
한 해 두 해...
붉은 점하나 우산속 연인들
한 점 빗물 두 점 행복 세 점 기쁨
하나 둘 모여 하늘이 되었다
(세상 안)
동백꽃 하늘
매화꽃 하늘
모든 꽃들의 바다 그 하늘
한 닢 두 닢 바다를 이루고
산, 산이 되어 하늘이 되었다
저 바다는 꽃들의 바다
나도 하늘이다
너도 바다이다
너와 내가 산이 되었다
오늘 또 이쁜 꽃이 되었다
정말로 당신이 제일로 예쁘다
사랑스런 당신이다
멋스런 당신의 웃음이다
우우우우우
꽃 한 점 떨어져 어딘들 못 가리
손 내밀면 가까운 눈물의 행복
바람만 불어도 내 기쁨의 향기
비바람 모질어도
내게는 너가 하늘이고 바다이다
눈 속에 피는 동백도
내게 시린 하늘 바람이다
큰 바위가 못되어 미안해도
푸른 거목이 못되어 서러워도
너는 내게 시공을 나누어 노래하며
너들이 내게 큰 돌이다 하고
꽃들이 저렇게 하늘이다 하고
봄비 속으로 걸어간다
꽃비는 어느새 바다로 왔다
(세상 밖 절반은 낮이고 밤이다
햇님이 있어도 고마웠고
달님이 있어도 그리웠다
빗물마져 없었다면
내 어찌 바다가 되고
하늘이 되었으리...)
2016년3월06일ss
------------------------------------
사람 / 송해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
때때로 가슴을 다 비워 낸 것처럼
한없이 헛헛하고 참으로 쓸쓸한 일이지
사람이 사람의 마음 한 쪽 얻어내는 일
그 또한 외롭고 참으로 쓸쓸한 일이지
어느 순간에는 모든 게
한 순간에 부질없어 지고 말아도
그래도 사람은 사람을 찾고
사람은 사람의 사랑에 목숨 걸고
사람은 사람의 마음에 스스로 갇히고
사람은 사람의 가슴에다 꽃씨를 심고
사람은 사람에 기대 살 수밖에 없어
더욱 가엾고 쓸쓸한 일이지
------------------------------------
별들은 따뜻하다 / 정호승
하늘에는 눈이 있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라고 부르던 것들은
모든 거짓이었으나
북풍이 지나간 새벽거리를 걸으며
새벽이 지나지 않고 또 밤이 올때
내 죽음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