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밤에 / 손정모 (16001)
사람들이
한순간 착한 마음으로 변했다
분명 간밤에 낮선 사람 여러 명이
내 집 문을 열려고 열쇠구명을 돌렸다
나는 그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들이 문을 열지 못하고 돌아갔다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그들이 왜, 문을 열지 못했을까
참, 착한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한순간 악한마음도 없는 사람이 됐다
무능이라는 말속에서도 지혜가 선한
꼭두각시보다 못한 개가 꼬리를 흔든다
사람들이
한순간 무능해져 멍한 상태에서
생명의 존재감을 잃는다
우락부락한 인상과 강한 근육질
힘이 아니라 마음 앞에서도
사람은 바람처럼 날리어 간다
복면을 한 사람들이 줄지어 간다
아주 강한 소리가
가까이서 멀리로 어울거린다
무슨 소리를 해도 들리지 않는다
개천을 따라
골목바람이 북풍처럼 설친다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 속에 남은
하얗고 까만 자국이 빛살에 울다가
천연색 빛깔 좋은 실 웃음이 나온다
사람들이
한순간 도망가고 난 뒤
노란 개나리꽃이 길가에 선다
진달래 분홍빛 얼굴 속 횡단보도
낮선 거리에 밤 벚꽃이 아주 많이
아침 햇살에 피었다
벌써 봄이 온 거야
어느날 갑자기 사람들이
아주 많은 사람들이 웃는 거야
사람마다 꽃을 든 마음이
가만가만 깨어나는 거야
간밤에 사람들이 다아
살맛나는 세상에 이름표를 달고
자기 집 문 앞에 서서
그동안 무능에 대한 고백을 했어
어찌어찌하여
찾아온 신상명세를 털고
잊어버린 고향을 찾아온 거야
그 집에서 하룻밤도
착하디 착한 웃음으로
가만히 눈 감고 그렇게
가셨다 하더구먼 그렇게 간 거야
2016년1월14일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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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편지 / 양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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