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Newly)

(15029) 지구에 서서 내가 돈다 / 손정모

intervia 2015. 12. 16. 18:06

      지구에 서서 내가 돈다 / 손정모(15029) 한아이가 아침 해와 함께 태어났다 세상이 밝아올 때 까치소리와 함께 뒤집어 보고 그 날 정오 땡 하자마자 거짓말 같이 일어섰다 조마조마 하게도 한발도 걷지 못했다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셈으로 셈하지 못했지만 아마도 지구가 트림을 하고 밤낮으로 뺑글뺑글 도는 것만큼 지진이 일어나고 해일도 일어나고 화산도 치솟았다 이곳저곳 상처투성이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조마조마하고 아팠을까 탄생 1주년 그 날 아이가 뛰기 시작했다 지구가 덩달아 자동차 달리듯 비행기 날아가듯 생생한 소리를 냈다 이거 아무것도 아니어 한두번 넘어진 것 갖고 세상 한탄할 것 하나도 없어 참, 대단하이 아직 뒤집지도 못했는데 도서관 모퉁이에 서서 시집 한 권을 읽어보고 아니 1년 열 두권을 다 보고도 지구는 돌지 않았다 꿈쩍도 안하는 지구에게 구닥다리 손편지를 썼다 뭐라고 횡설수설 한 게 해석이 필요한데 우째 이것만큼 속사하듯 원본을 복사해 놓았다 야! 이~지구야!! 니는 와, 내 한태만 안 도노 ㅆㅂㄴㅁㅆㄲ 지구야^^ 니가 도나 내가 도나 ㅎ,ㅎ보자!!~~~ 아이, ㄷㄹㄷ ㅆㅂ!! 야! 이~지구야!! 니는 와, 내 한태만 안 도노 ㅆㅂㄴㅁㅆㄲ 지구야^^ 니가 도나 내가 도나 ㅎ,ㅎ보자!!~~~ 아이, ㄷㄹㄷ ㅆㅂ!! 아이구, 뭔 경위서가 이런말이 다 있어요!! 남 속도 다아 훌터내고 소화도 안된 속은 여엉 덥다부다 춥다부다 ..... 2015년12월16일ss ----------------------------------------- 설날 아침에 / 김종길(金宗吉)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 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 생(生)의 감각 / 김광섭 여명의 종이 울린다. 새벽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같이 산다. 닭이 운다. 개가 짖는다. 오는 사람이 있고 가는 사람이 있다. 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가는 사람이 다 내게서 간다. 아픔에 하늘이 무너졌다. 깨진 하늘이 아물 때에도 가슴에 뼈가 서지 못해서 푸른빛은 장마에 넘쳐흐르는 흐린 강물 위에 떠서 황야에 갔다. 나는 무너지는 둑에 혼자 섰다. 기슭에는 채송화가 무더기로 피어서 생의 감각을 흔들어 주었다. ----------------------------------------- 흥부 부부상 / 박재삼 흥부 부부가 박덩이를 사이 하고 가르기 전에 건넨 웃음살을 헤아려 보라. 금이 문제리, 황금 벼이삭이 문제리, 웃음의 물살이 반짝이며 정갈하던 그것이 확실히 문제다. 없는 떡방아 소리도 있는 듯이 들어 내고 손발 닳은 처지끼리 같이 웃어 비추던 거울면들아. 웃다가 서로 불쌍해 서로 구슬을 나누었으니. 그러다 금시 절로 면에 온 구슬까지를 서로 부끄리며 먼 물살이 가다가 소스라쳐 반짝이듯 서로 소스라쳐 본 웃음 물살을 지었다고 헤아려 보라. 그것은 확실히 문제다. ----------------------------------------- 설 일 / 김남조 겨울나무와 바람 머리 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신작(New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001) 간밤에 / 손정모   (0) 2016.01.14
(15030) 겨울 나그네 / 손정모  (0) 2015.12.29
(15028) 껌딱지 / 손정모  (0) 2015.12.08
(15027) 빛바랜 자유 / 손정모  (0) 2015.12.02
(15026) 따바리 / 손정모  (0) 2015.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