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Newly)

(15030) 겨울 나그네 / 손정모

intervia 2015. 12. 29. 16:09

      겨울 나그네 / 손정모(15030) 한 겨울 밤 내내 그녀의 손길은 따스한 얘기를 했다 동굴 같은 이불속에서도 도란도란 별빛의 밤을 헤고 지붕 위로 지나는 겨울바람의 숨소리를 훑터 보았다 여름 별빛보다도 겨울바람은 더 아린 질곡의 숨소리 거침없이 내달려 아스라한 새벽이 오는 저 빛 나그네 한겨울에도 옷을 벗을 줄 알고 모질게 벋티어 선 자 여름날별은 보이지 않고 겨울날 바람이 보이는 소리 낙엽이 소곤소곤 따라오더니 어디론가 사라져간 그길 겨울바람에 나부끼는 별빛의 노래들 그 얘기들 같은 봄의 노래 여름의 소리 가을 밤 겨울 눈 살며 웃는 곱디고운 살결 산 능선을 넘으며 다져온 마디마디 언제 어디서 누굴 만나도 눈 오면 눈꽃 향기가 되고 낙엽송 노래 같은 사철나무에도 별 빛을 달고 운다 동굴 속에서 들리는 이 소리는 겨울을 지나는 소리다 눈 내리는 날 밤에 꽃피는 향기는 내 어머니 자장가 저 눈 덮인 산언덕을 넘어가는 나그네 겨울 나그네 눈 녹으면 보이는 보이지 않는 그 소리의 빛 저 만큼 한 겨울 밤 내내 그녀의 손길은 따스한 얘기를 했다 (오솔길을 가고 들길을 가고 강을 건너고 산을 넘어서 겨울바람을 따라 살아남은 낙엽은 뒹굴며 좋아했다 고량에 쳐 박히고 부셔지며 밟히며 깨어지듯 웃었다) 아아아~바람이 보인다~~ ㄴㄱㅁㅆㄱㄴ도 보인다~ 아아아~날아가는 ㅉ ㅅ 바람구멍도 보인다 보인다~ 2015년12월29일ss --------------------------------------------- 모기 정권의 흡혈귀 정책 모기향 피우고 에프킬러 질식사 중독사 검안의 왈 피가 부족해서 사망 추론 피가 왜 부족했는지 몰라 소득 없어 재산도 없어 담배 흡연으로 사망유예 한 갑자 육십년 선고유예 육십년간 각자 흡연노역 금연보조 금연치료 사칭 모기향 에프킬러 잘 사서 고급 피는 못 빨아 먹고 못살고 고통 받는 피 빨고 씨 벌건 입술로 내 피 도오 한잔 술에도 핏물 핏물 피 피 많이 부족해 더더더더 과속은 왜 했어 혼미혼절 면허취소 면허반납 구속 ㅈㄷ모르는 기 무슨 운전 내 피 내 놔 ㅈㅁ할 때 쌍 2015년12월27일ss

      --------------------------------------------- 가장 외로운 날엔 / 용혜원 모두 다 떠돌이 세상살이 살면서 살면서 가장 외로운 날엔 누구를 만나야 할까 살아갈 수록 서툴기만 한 세상살이 맨몸, 맨손, 맨발로 버틴 삶이 서러워 괜스레 눈물이 나고 고달파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만 싶었다 모두다 제멋에 취해 우정이니 사랑이니 멋진 포장을 해도 때로는 서로의 필요 때문에 만나고 헤어지는 우리들 텅빈 가슴에 생채기가 찢어지도록 아프다 만나면 하고픈 이야기가 많은데 생각하면 더 눈물만 나는 세상 가슴을 열고 욕심없이 사심없이 같이 웃고 같이 울어줄 누가있을까 인파속을 헤치며 슬픔에 젖은 몸으로 홀로 낄낄대며 웃어도 보고 꺼이꺼이 울며 생각도 해 보았지만 살면서 살면서 가장 외로운 날엔 아무도 만날 사람이 없다 --------------------------------------------- 귀가 / 도종환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지쳐 있었다 모두들 인사말처럼 바쁘다고 하였고 헤어지기 위한 악수를 더 많이 하며 총총히 돌아서 갔다 그들은 모두 낯선 거리를 지치도록 헤매거나 볕 안 드는 사무실에서 어두워질 때까지 일을 하였다 부는 바람 소리와 기다리는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지는 노을과 사람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밤이 깊어서야 어두운 골목길을 혼자 돌아와 돌아오기가 무섭게 지쳐 쓰러지곤 하였다 모두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라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의 몸에서 조금씩 사람의 냄새가 사라져가는 것을 알면서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터전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쓰지 못한 편지는 끝내 쓰지 못하고 말리라 오늘 하지 않고 생각 속으로 미루어둔 따뜻한 말 한마디는 결국 생각과 함께 잊혀지고 내일도 우리는 어두운 골목길을 지친 걸음으로 혼자 돌아올 것이다 --------------------------------------------- 잊자 / 장석주 그대 아직 누군가 그리워하고 있다면 그대는 행복한 사람이다 그대 아직 누군가 죽도록 미워하고 있다면 그대 인생이 꼭 헛되지만은 않았음을 위안으로 삼아야 한다 그대 아직 누군가 잊지 못해 부치지 못한 편지 위에 눈물 떨구고 있다면 그대 인생엔 여전히 희망이 있다 이제 먼저 해야 할 일은 잊는 것이다 그리워하는 그 이름을 미워하는 그 얼굴을 잊지 못하는 그 사람을 모두 잊고 훌훌 털어버리는 것이다 잊음으로써 그대를 그리움의 감옥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잊음으로써 악연의 매듭을 끊고 잊음으로써 그대의 사랑을 완성해야 한다 그 다음엔 조용히 그러나 힘차게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 겨울나무 / 도종환 잎새 다 떨구고 이상해진 저 나무를 보고 누가 헛살았다 말하는가 열매 다 빼앗기고 냉랭한 바람 앞에 서 있는 나무를 보고 누가 잘못 살았다 하는가 저 헐벗은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숲을 이루어내지 않았는가 하챦은 언덕도 산맥의 큰 줄기도 그들이 젊은 날 다 바쳐 지켜오지 않았는가 빈 가지에 새 없는 둥지 하나 매달고 있어도 끝났다 끝났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실패했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이웃 산들이 하나씩 허물어지는 걸 보면서 지킬자리가 더 많다고 믿으며 물러서지 않고 버텨온 청춘 아프고 눈물겹게 지켜낸 한 시대를 빼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