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른 뒤 / 손 정 모(15018)
돌아본다는 것은
바르게 가겠다는 것이다
멀리 본다는 것은
가까이도 잘 보겠다는 것이다
한 걸음
두 걸음
산으로 오르는 것은
한 길
두 길
바다 깊이도 모르면서
하늘 가까이
더 높은 곳에서
내 눈을 씻어 보고자 함이다
무엇이 된다고
무엇이 되었다고
무슨 말을 하겠는가
살아서 볼 수 없음은
꿈에서도 볼 수 없더라
사랑하는 그대여
슬퍼마라
돌아본다고
울고 간 그대가 웃고 있지 않으리
한 걸음
두 걸음
오르고 오르다 보면 그 바다도 보이리
한 길
두 길
그 속을 알다보면
그대 마음도 보이리
모진 가슴인들
열어보고 싶지 않으리
돌아본다는 것은
살아서 볼 수 없음을
죽어서도 볼 수 없음을
꿈엔들 알았으라
내에 알았으라
사랑하는 그대여
멀리 볼 수 없다 해도
더 가까이 볼 수 없음도
슬퍼하지 마라
돌아볼 수 있다함은
말하지 않아도
그 가슴이 뜨겁다는 것을
사랑 할 수 있음도
꿈꾸고 있음을
저 산인들 모르라
저 바단들 모르라
2015년8월02일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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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노래 / 이 정 하
너에게 달려가는 것 보다
때로 멀찍이 서서 바라보는 것도
너를 향한 사랑이라는 것을 알겠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 보다
묵묵히 너의 뒷모습이 되어주는 것도
너를 향한 더 큰 사랑인줄을 알겠다.
너로 인해, 너를 알게 됨으로
내 가슴에 슬픔이 고이지 않은 날이 없었지만
네가 있어 오늘 하루도 넉넉하였음을......
네 생각마저 접으면
어김없이 서쪽하늘을 벌겋게 수놓은 저녁해.
자신은 지면서도 세상의 아름다운 뒷배경이 되어주는
그 숭고한 헌신을 보면서, 내 사랑 또한
고운 빛깔로 바알갛게 번지는 저녁해가 되고 싶었다.
마지막 가는 너의 뒷모습까지 감싸줄 수 있는
서쪽하늘, 그 배경이 되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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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 김현승
너를 잃은 것도
나를 얻은 것도 아니다.
네 눈물로 나를 씻어 주지 않았고
네 웃음이 내 품에서 장미처럼 피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아니다.
눈물은 쉬이 마르고
장미는 지는 날이 있다.
그러나 그것도 아니다.
너를 잃은 것을
너는 모른다.
그것은 나와 내 안의 잃음이다.
그것은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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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꽃을 나는 꺾었다 / 류시화
세상의 정원으로 나는 걸어 들어갔다
정원 한가운데 둥근
화원이 있고 그 중심에는
꽃 하나가 피어 있었다
그 꽃은 마치 빛과 같아서
한번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부셨다
나는 둘레에 핀 꽃들을 지나
중심에 있는
그 꽃을 향해 나아갔다
한낮이었다. 그 길이 무척 멀게 느껴졌다
나는 서둘러야만 했다
누구의 화원인지는 모르지만
그 순간 그것은
나를 향해 저의 세계를
열어 보이는 듯했다
밝음의 한가운데로 나는 걸어갔다
그리고 빛에 눈부셔 하며
신비의 꽃을 꺾었다
그 순간 나는 보았다 갑자기
화원 전체가 빛을 잃고
폐허로 변하는 것을
둘레의 꽃들은 생기를 잃은 채 쓰러지고
내 손에 들려진 신비의 꽃은
아주 평범한
시든 꽃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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