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Newly)

(15013) 청춘 꽃비에 잠들다 / 손정모

intervia 2015. 4. 30. 18:47
      청춘 꽃비에 잠들다 / 손정모(15013) 꽃비 흩날리는 날 흐르는 강가에 앉아 하늘을 보니 구름도 흘려가더라 가만히 앉아 있어도 꽃은 피고지고 강물은 고요하지만 않더라 하물며 하늘의 구름인들 어찌 조용히 떠 있어라 여린 마음인들 가만히 있어라 굳건한 눈빛도 이리 흔들리는데 하늘거리는 치마살결이야 백옥의 섬섬옥수 걸음걸이 붉은들 무어 대단한 역사일까 멈춰서 좋고 흘려서 좋고 한 장의 그림 수 만장 내 생애 봄날은 그렇게 간다 어허이 청춘은 노을 속에 잠든다 2015년4월30일ss 학교친구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신혼 길을 집사람과 함께 걸었다 주마등 같이 흐르는 생애의 파노라마 아직도 청춘인줄 알았더니 알게 모르게 지나가버린 편린의 조각 눈 감으니 더 선명하게 맞추어지는 지난날의 열정과 삶이 꽃보다 붉고 아름다워 황혼에 흩날리더라 --------------------------------------- 봄밤 / 김수영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울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 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靈感)이여 --------------------------------------- 첫 꿈 / 빌리 콜린스 황량한 바람이 유령처럼 불어오는 밤 잠의 문전에 기대어 나는 생각한다 세상에서 맨 처음으로 꿈을 꾸었던 사람을, 첫 꿈에서 깨어난 날 아침 그는 얼마나 고요해 보였을까 자음이 생겨나기도 오래전 짐승의 표피를 몸에 두른 사람들이 모닥불 곁에 모여 서서 모음으로만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그는 아마도 슬며서 자리를 떠났을 것이다 바위 위에 걸터앉아 안개가 피어오르는 호수 깊은 곳을 내려다보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어떻게 가지 않고도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었단 말인가, 홀로 생각에 잠기기 위해 다른 사람들은 돌로 쳐 죽인 뒤에만 만질 수 있었던 짐승의 목에 어떻게 팔을 두를 수 있었던 것일까, 살아 있는 짐승의 숨결을 어찌하여 그리 생생하게 목덜미에 느낄 수 있었단 말인가 그리고 거기, 한 여인에게도 첫 꿈은 찾아왔으리라 그가 그랬듯이 그녀 역시 홀로 있고 싶어 자리를 떠나 호숫가로 갔겠지 다른 것이 있었다면 젊은 어깨의 부드러운 곡선과 가만히 고개를 숙인 모습이 몹시도 외로워 보였을 것이라는 것뿐, 만일 당신이 거기 있었더라면, 그래서 그녀를 보았더라면 당신도 그 사람처럼 호숫가로 내려갔으리라, 그리하여 타인의 슬픔과 사랑에 빠진 이 세상 첫 남자가 되었으리라 --------------------------------------- 들리시나요 / 이외수 걸음마다 그리운 이름들이 떠올라서 하늘을 쳐다보면 눈시울이 젖었지요. 생각하면 부질없이 나이만 먹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알 수 있지요. 그리운 이름들은 모두 구름 걸린 언덕에서 키 큰 미루나무로 살아갑니다. 바람이 불면 들리시나요. 그대 이름 나지막히 부르는 소리..... --------------------------------------- 그래도 살아야 할 이유 / 신현림 슬퍼하지 마세요 세상은 슬퍼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니까 자살한 장국영을 기억하고 싶어 영화 '아비정전'을 돌려 보니 다들 마네킹처럼 쓸쓸해 보이네요 다들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 해요 외롭지 않기 위해 외로워하고 아프지 않기 위해 아픈 사람들 따뜻한 밥 한 끼 먹지 못하고 전쟁으로 사스로 죽어가더니 우수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자살자들 살기엔 너무 지치고, 휴식이 그리웠을 거예요 되는 일 없으면 고래들도 자살하는데 이해해 볼게요 가끔 저도 죽고 싶으니까요 그러나 죽지는 못해요 엄마는 아파서도 죽어서도 안 되죠 이 세상에 무얼 찾으려 왔는지도 아직 모르잖아요 마음을 주려 하면 사랑이 떠나듯 삶을 다시 시작하려 하면 절벽이 달려옵니다 시를 쓰려는데 두 살배기 딸이 함께 있자며 제 다릴 붙잡고 사이렌처럼 울어댑니다 당신도 매일 내리는 비를 맞으며 헤매는군요 저도, 홀로 어둠 속에 있습니다 --------------------------------------- 우리들의 깃발을 내린 것이 아니다 / 박두진 우리는 아직도 우리들의 깃발을 내린 것이 아니다. 그 붉은 선혈로 나부끼는 우리들의 깃발을 내릴 수가 없다. 우리는 아직도 우리들의 절규를 멈춘 것이 아니다. 그렇다. 그 피불로 외쳐 뿜는 우리들의 피외침을 멈출 수가 없다. 불길이여! 우리들의 대열이여! 그 피에 젖은 주검을 밟고 넘는 불의 노도, 불의 태풍, 혁명에의 전진이여! 우리들 아직도 스스로도 못막는 우리들의 피대열을 흩을 수가 없다. 혁명에의 전진을 멈출 수가 없다. 민족, 내가 사는 조국이여 우리들의 젊음들 불이여! 피여! 그 오오래 우리에게 썩어내린 악으로 불순으로 죄악으로 숨어내린 그 면면한 우리들의 핏줄 속의 썩은 것을 씻쳐 내는 그 면면한 우리들의 핏줄 속에 맑은 것을 솟쳐 내는 아, 피를 피로 씻고 불을 불로 사뤄 젊음이여! 정한 피여! 새 세대여! 너희들 일어선 게 아니냐? 분노한 게 아니냐? 내달린 게 아니냐? 절규한 게 아니냐? 피흘린 게 아니냐? 죽어간 게 아니냐? 아, 그 뿌리워진 림리한 붉은 피는 곱디고운 피 꽃잎 피꽃은 강을 이뤄 강물이 갈앉으면 하늘 푸르름, 혼령들은 강산 위에 햇볕살로 따수어, 아름다운 강산에 아름다운 나라를, 아름다운 나라에 아름다운 겨레를, 아름다운 겨레에 아름다운 삶을, 위해 우리들이 이루려는 민주공화국, 절대공화국 철저한 민주정체 철저한 사상의 자유 철저한 경제균등 철저한 인권평등의 우리들의 목표는 조국의 승리 우리들의 목표는 지상에서의 승리 우리들의 목표는 정의, 인도, 자유, 평등, 인간애의 승리인, 인민들의 승리인, 우리들의 혁명을 전취할 때까지 우리는 아직 우리들의 깃발을 내릴 수가 없다. 우리들의 피외침을 멈출 수가 없다. 우리들의 피불길, 우리들의 전진을 멈출 수가 없다. 혁명이여! 청록파로 알고 있는 박두진 시인이 이런 시를 썼다는 게 놀랍다. '피'와 '혁명'이라는 단어가 연이어 나온다. 살아 숨쉬는 야성의 외침이다. 4.19 혁명 직후의 사회적 분위기가 그대로 담겨져 있는 것 같다. 그리고 55년이 지났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 이별노래 / 이해인 떠나가는 제 이름을 부르지 마십시오 이별은 그냥 이별인 게 좋습니다 남은 정 때문에 주저하지 않고 갈 길을 가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리움도 너무 깊으면 병이 되듯이 너무 많은 눈물은 다른 이에게 방해가 됩니다 차고 맑은 호수처럼 미련 없이 잎을 버린 깨끗한 겨울나무처럼 그렇게 이별하는 연습이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 봄날은 간다 / 기형도 햇빛은 분가루처럼 흩날리고 쉽사리 키가 변하는 그림자들은 한 장 熱風에 말려 둥글게 휘어지는구나 아무 때나 손을 흔드는 미루나무 얕은 그늘 속을 첨벙이며 2시반 시외버스도 떠난 지 오래인데 아까부터 서울집 툇마루에 앉은 여자 외상값처럼 밀려드는 대낮 신작로 위에는 흙먼지, 더러운 비닐들 빈 들판에 꽂혀 있는 저 희미한 연기들은 어느 쓸쓸한 풀잎의 자손들일까 밤마다 숱한 나무젓가락들은 두 쪽으로 갈라지고 사내들은 화투패마냥 모여들어 또 그렇게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간다 여자가 속옷을 헹구는 시냇가엔 하룻밤새 없어져버린 풀꽃들 다시 흘러들어온 것들의 人事 흐린 알전구 아래 엉망으로 취한 군인은 몇 해 전 누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여자는 자신의 생을 계산하지 못한다. 몇 번인가 아이를 지울 때 그랬듯이 습관적으로 주르르 눈물을 흘릴 뿐 끌어안은 무릎 사이에서 추억은 내용물 없이 떠오르고 小邑은 무서우리만치 고요하다, 누구일까 세숫대야 속에 삶은 달걀처럼 잠긴 얼굴은 봄날이 가면 그뿐 宿醉는 몇 장 紙錢 속에서 구겨지는데 몇 개의 언덕을 넘어야 저 흙먼지들은 굳은 땅 속으로 하나둘 섞여들는지 ---------------------------------------
I Want To Know What Love Is / Wynonna Ju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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