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 오는 산길 / 손정모(15008)
아침을 열면 산을 넘고
산 넘어 가는 길은 고향길 십 시오리
소나무도 굴참나무도 말이 없네
어머니 아버지 형님 누나들의 발길
서서히 달아오르고
어디서 무얼 하고 어떻게 사시나
저녁이 오면 바다를 건너
집으로 오는 내 작은 길목들
언제나 어린 고향 같은 꿈을 꾼다
어머니가 반기는 초인종 소리에도
환한 미소가 피어나듯이
진달래 철쭉 속살의 향내를 피워 올린다
어쩌다 날다람쥐
높은 소나무가지를 탈 때면
어느새 까치의 울음 적막을 훓고지난다
이름 모를 작은 새
나뭇가지마다 피아노건반을
통통 거린다
새봄의 길을 나설 때
언제나 아득한 고향집 대문을 본다
거기에는 아직도 부모님과 형제자매들
꿈같은 고운 밤 별같이 잠들고 있을까
봄은 소리 내어 재촉하는데
어이 간곳없이 산 넘어 고향 바다
비오고 바람 불어도 꽃향기 오르네
산에 들에 봄이 나 앉아
소꿉놀이에도 벌 나비가 춤추고
박새가 노래한다
가고 오는 그 산길에도
도시의 차량같이 봄바람이 지나고
나는 언제나 말없는 나무 같다
2015년2월26일ss
이하 장사익 노랫말
어머니, 꽃구경 가요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혀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어머니는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산길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더니
꽃구경 봄구경 눈 감아 버리더니
한웅큼씩 한웅큼씩
솔잎을 따서
가는 길 뒤에다 뿌리며 가네
어머니 지금 뭐하신대유....
아 솔잎을 뿌려서 뭐하신대유....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내려갈 일 걱정이구나
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허허바다 / 정호승
허허바다에 가면
밀물이 썰물이 되어 떠난 자리에
내가 쓰레기가 되어 버려져 있다
어린 게 한 마리
썩어 문드러진 나를 톡톡 건드리다가
썰물을 끌고 재빨리 모랫구멍 속으로 들어가고
나는 팬티를 벗어 수평선에 걸어놓고
축 늘어진 내 남근을 바라본다
내가 사랑에 실패한 까닭은 무엇인가
내가 나그네가 되지 못한 까닭은 무엇인가
어린 게 한 마리
다시 썰물을 끌고 구멍 밖으로 나와
내 남근을 톡톡 친다
그래 알았다 어린 참게여
나도 이제 옆으로 기어가마 기어가마
허허바다 / 정호승
찾아가보니 찾아온 곳 없네
돌아와보니 돌아온 곳 없네
다시 떠나가보니 떠나온 곳 없네
살아도 산 것이 없고
죽어도 죽은 것이 없네
해미가 깔린 새벽녘
태풍이 지나간 허허바다에
겨자씨 한 알 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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