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별이(別離) / 손정모 (14073)
가을이 간다는 것은 기쁜일이다
가만히 들어다보면 슬프다
가을이 내게 인생을 얘기해주기에
내가 답해 주기를
너는 떠나도
나는 남았어 나는 남았어
겨울을 맞으리...
가을이 간다는 것은 슬픈일이다
가만히 들어다보면 기쁘다
내가 이렇게 살아있으니
떠나는 것에 머물지 않고
겨울이 오고
그 겨울이 가고 나면
봄이 온다는 것을 알기에
슬픈 노래를 부르는 것도
내게 있어 행복한 일이다
가을은 떠나도
나는 남아 나는 남아
또 다른 기쁨을 얘기하리라
가을이 간다는 것은 기쁜 일 많은 아니다
내가 이 나이에 또 철들어 감이
더 슬픈 일인가도 모른다
가을이라는 게
이렇게 눈물을 이야기할 줄은
나는 몰랐네 나는 몰랐네
(그 끝없는 생의 노래를...
그 끝없는 생의 노래를...)
2014년11월22일 밤에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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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길은 없다 / 류시화
자기 인생의 의미를 볼 수 없다면
지금 여기 이 순간 삶의 현재 위치로 오기까지
많은 빗나간 길들을 걸어 왔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영혼이 절벽에 올라 왔음도 알아야 한다
그 상처 그 방황 그 두려움을
그 삶의 불모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지치고 피곤한 발걸음들이 없었다면
오늘날 이처럼 성장하지도 못했고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도
갖지 못했으리라
그러므로 기억하라
그 외의 다른 길은 있을 수 없었다는 것을
자기 지나온 그 길이
자신에게는 유일한 길이었음을
우리들 여행자는
끝없는 삶의 길을 걸어간다
인생의 진리를 깨달을 때까지
수많은 모퉁이를 돌아가야 한다
들리지 않는가
지금도 그 진리는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삶은 끝이 없으며
우리는 영원불멸한 존재들이라고
길을 모르면 물으면 될 것이고
길을 잃으면 헤메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늘 잊지 않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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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기도 / 이문재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 놓기만 해도
솔숲 지나는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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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 성미정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다 그 안에 숨겨진 발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리도 발 못지않게 사랑스럽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당신의 머리까지
그 머리를 감싼 곱슬머리까지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저의 어디부터 시작했나요
삐딱하게 눌러쓴 모자였나요
약간 휘어진 새끼손가락이었나요
지금 당신은 저의 어디까지 사랑하나요
몇 번째 발가락에 이르렀나요
혹시 제 가슴에만 머물러 있는 건 아닌가요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그러했듯이
당신도 언젠가 모든 걸 사랑하게 될 테니까요
구두에서 머리카락까지 모두 사랑한다면
당신에 대한 저의 사랑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것 아니냐고요
이제 끝난 게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처음엔 당신의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이제는 당신의 구두가 가는 곳과
손길이 닿는 곳을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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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old rain fell-Letter / Na hui deok
우리가 후끈 피워냈던 꽃송이들이
어젯밤 찬비에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아프지도 못합니다.
밤새 난간을 타고 흘러내리던
빗방울들이 또한 그러하여
마지막 한 방울이 차마 떨어지지 못하고
공중에 매달려 있습니다.
떨어지기 위해 시들기 위해
아슬하게 저를 매달고 있는 것들은
그 무게의 눈물겨움으로 하여
저리도 눈부신가요
몹시 앓을 듯한 이 예감은
시들기 직전의 꽃들이 내지르는
향기 같은 것인가요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마음껏 향기로울 수도 없습니다.
찬비 내리고 - 편지 Ⅰ / 나희덕
여기에 내리고
거기에는 내리지 않는 비
당신은 그렇게 먼 곳에 있습니다.
지게도 없이
자기가 자기를 버리러 가는 길
길가의 풀들이나 스치며 걷다 보면
발 끝에 쟁쟁 깨지는 슬픔의 돌멩이 몇 개
그것마저 내려놓고 가는 길
오로지 젖지 않는 마음 하나
어느 나무그늘 아래 부려두고 계신가요
여기에 밤새 비 내려
내 마음 시린 줄도 모르고 비에 젖었습니다.
젖는 마음과 젖지 않는 마음의 거리
그렇게 먼 곳에서
다만 두 손 비비며 중얼거리는 말
그 무엇으로도 돌아오지 말기를
거기에 별빛으로나 그대 총총 뜨기를
젖지 않는 마음 - 편지 Ⅲ /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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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믿음 그리고 행복
사랑은 인생의 흐뭇한 향기이자
우리의 인생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인생의 따뜻한 햇볕입니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그리고 이웃 간에
흐뭇하고 아름다운 정을 나누고 삽니다.
그 고운 정속에는
아름다운 사랑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랑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인생을 희망과 용기와
기대를 가지고 살아 갈수가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정의 아름다움과
흐뭇함이 있기 때문에
괴로운 인생도
기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하여
따뜻한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내가 사랑의 주체가 되어
누구를 사랑하는 동시에
내가 사랑의 객체가 되어
누구의 사랑을 받아야 합니다.
내가 사랑할 사람도 없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도 없을 때
나의 존재와 생활은 무의미와
무가치로 전락하고 맙니다.
사랑이 없는 인생은
풀 한 포기 없는 사막과 같고
샘물이 말라버린 샘터와 같습니다.
생에 빛을 주고, 향기를 주고,
기쁨을 주고, 보람을 주고,
의미를 주고, 가치와 희망을 주는 것이
곧 사랑입니다.
사랑은 우리 생활의 등뼈요
기둥입니다.
인생을 행복하게 살려면
애정의 향기를 항상 발산해야 합니다.
나는 너를 믿고 ,
너는 나를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 믿기 때문에 같이 잘살 수 있고
같이 일할 수 있고
같이 친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랑, 협동, 화목, 대화, 희생, 봉사 등
인간의 아름다운 덕이 모두 다
믿음과 신의의 토대위에서
비로소 가능합니다.
신의와 믿음의 질서가 무너질 때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맙니다.
사랑과 믿음 그리고 행복은 하나의
가치임과 동시에 삶의 기초입니다.
사랑과 믿음과 창조의 토대위에
행복의 탑을 쌓고 즐거운 생활의
요람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우리일 때 인생은 아름다워집니다.
(소담에서 옮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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