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Newly)

(14070) 가을비를 향하여 / 손정모

intervia 2014. 10. 13. 19:51
      가을비를 향하여 / 손정모(14070) 시월의 가을비 남쪽의 열기를 가져왔어도 차갑다 가을 쓸쓸하구나 가을비 슬프구나 바람이 불어와 낙엽이 뒹굴어도 가을비 우산속은 처량하다 시월에는 더 가까운 눈물을 향해 떠난 자의 노래를 바람이 대신 가을비로 울어준다 해도 아픔은 혼자 우산을 들고 가지 어두운 밤거리를 향해 가을비는 처량하게도 내리지 쓸쓸함도 슬픔도 내일이면 떠나가야 할 자리들 말끔이 밝은 햇살이 내릴 모퉁이를 낙엽을 밟고 가겠네 시월의 노래를 부르면서 돌아가야 하리 가을비 내리는 날에 홀로 우산을 가리고 슬픈 이별을 삼키며 낙엽을 밟고 있으리..... 2014년10월13일ss ----------------------------------- 그녀에게 / 신경희 그날은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지요. 대합실에 앉아 열차를 기다리는 한 여인의 손에는 사진 한장이 놓여있었습니다. 는개비를 좋아하는 여인은 작은 차창을 멀리 내다 보고 있었습니다. 은행나뭇잎이 속절없이 떨어지는 날 섬에서 나온듯 바다내음의 향이 그녀에게서 불어왔습니다. 으뜸의 미녀는 아니였습니다. 로숀하나 만으로도 은은한 향기가 베어있는 나무와 비를 사랑하는 작은 여인이었습니다. 을쓰년 스러워진 가을바람에 머풀러를 두를줄 아는 이상과 현실의 중간에서 조금은 방황을 하고 있는 그녀에게 끌리는 눈길을 접어둘 수 없었습니다. 던져진 눈빛이 빛나는 그녀에게 밤마다 편지를 썼습니다. 터질 듯 피어오르는 동백꽃잎의 그리움으로. ----------------------------------- 시월은 또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릴 것이다 / 이기철 시월의 맑고 쓸쓸한 아침들이 풀밭 위에 내려와 있다 풀들은 어디에도 아침에 밟힌 흔적이 없다 지난 밤이 넓은 옷을 벗어 어디에 걸어놓았는지 가볍고 경쾌한 햇빛만이 새의 부리처럼 쏟아진다 언제나 단풍은 예감을 앞질러 온다 누가 푸름이 저 단풍에게 자리를 사양했다고 하겠는가 뜨거운 것들은 본래 붉은 것이다 여윈 줄기들이 다 못 다독거린 제 삶을 안고 낙엽 위에 눕는다 낙엽만큼 쓸쓸한 생을 가슴으로 들으려는 것이다 욕망을 버린 나뭇잎들이 몸을 포개는 기슭은 슬프고 아름답다 이곳에서는 흘러가버릴 것들, 부서질 것들만 그리워해야 한다 이제 나무들이 푸른 이파리들을 내려놓고 휴식에 들 때이다 새들과 들쥐들이야 몇 개의 곡식이면 족하지 않겠는가 망각만큼 편안한 것은 없다 기억은 밀폐된 곳일수록 조밀해진다 이제 가을바람이 남겨놓은 것들만이 내 것이다 시월은 또 작년의 그 자리에서 오래 참으며 나를 기다릴 것이다... ----------------------------------- 작명의 즐거움 / 이정록 콘돔을 대신할 우리말 공모에 애필(愛必)이 뽑혔지만 애필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결사적인 반대로 무산되었다 그중 한글의 우수성을 맘껏 뽐낸 것들을 모아놓고 보니 삼가 존경심마저 든다 똘이옷, 고추주머니, 거시기장화, 밤꽃봉투, 남성용고무장갑, 정관수술사촌, 올챙이그물, 정충검문소, 방망이투명망토, 물안새, 그거, 고래옷, 육봉두루마기, 성인용풍선, 똘똘이하이바, 동굴탐사복, 꼬치카바, 꿀방망이장갑, 정자지우개, 버섯덮개, 거시기골무, 여따찍사, 버섯랩, 올챙이수용소, 쭈쭈바껍데기, 솟아난열정내가막는다, 가운뎃다리작업복, 즐싸, 고무자꾸, 무골장군수영복, 액가두리, 정자감옥, 응응응장화, 찍하고나온놈이대갈박고기절해 아, 시 쓰는 사람도 작명의 즐거움으로 견디는 바 나는 한없이 거시기가 위축되는 것이었다 봄 가뭄에 보리누룽지처럼 졸아붙은 올챙이 눈 그 작고 깊은 끈적임을 천배쯤 키워놓으면 그게 바로 콘돔이거니, 달리 요약 함축할 길 없어 개펄 진창에 허벅지까지 빠지던 먹먹함만 떠올려보는 것이었다 애보기글렀네, 짱뚱어우비, 개불장화를 나란히 써놓고 머릿속 뻘구녕만 들락거려보는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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