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도 / 손정모(14071)
그동안 갈고 닦은 몽당연필의 날을 세우고
키가 자라 더 높이 기치 푸른 날개를 타고
이 한 몸 어느 한 성의 닭장의 낱장을 훓고
한 서리 가슴에 품어 않은 씨앗을 싹튀우리라
비록 많은 시간을 돌아 왔어도 장도에 빛나는
미지의 황토길을 필마로 내 달려 왔노라
모진 풍파를 견더온 이 작은 나뭇잎 하나로
개울을 건너고 큰 강에 엎드려 신고하노니
나는 저 강의 기슭으로 건너가 공주를 좋아하는
인택이도 중관이도 개리도 사사도 만날 것이다
보라 빛나지 않아도 이 찬란함은 언제나 푸른
사사의 장도에 개리가 있었고 중관이도
인택이도 공주도 늘 새롭게 태어난다
가라 비록 필설이 다하지 못하는 용기라도
썩어 문들어지는 필마라도 저 하늘에 세워라
자 이제 장도에 오르니 아무도 말하지 마라
그 누가 누구라고 웃지도 마라
내일이면 저 하늘에도 하늘 꽃이 핀 단다
심호흡을 마음껏 하고 넌 이름이 뭐니
어디서 무얼하다 이제야 온 거니
뭉개구름 피어 오르는 오솔길 바위에 앉자
여이~ 살만한가 장도의 길동무의 인사들
야이~ 배 나왔네 쉬엄쉬엄 와~ 그려그려
숨이 턱에 차오르니 더 오를 곳이 없다
오르고 또 오르고 싶다 길을 다오 길을
썩은 동아줄이라도 좋다 길이 험해도 간다
장도에는 거침이 없다 히이 허 젊으니까
망나니도 춤춘다 신은 이런 때 벗어 들고
달린다 궁둥이에 바람소리도 빵빵 거린다
시이 물렸거라 시이 물렸거라 물렸거라
2014년10월25일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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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저녁의 시 / 김춘수
누가 죽어 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 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 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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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 / 윤제명
행복한 사람은
세월과 사이가 좋은사람
가는시간을 아쉽게 떠나보내고
오는 시간을 가슴 설레며
기다리는 사람
행복한 사람은
사는곳과 사이가 좋은사람
자신의 고향은 아니지만
아들,딸의 고향이라는 생각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
행복한 사람은
사람들과 사이가 좋은 사람
소중하지 않은 인연이 어디 있느냐며
누구에게나 한결 같은 사람
모두'사이간' 자가 붙는 시간,공간,인간
이 세 단어와 사이가 좋은 사람
세상에 갑자기 생긴것이
어디 있는냐고 묻는 사람
홀로 이뤄진것은
어디 있느냐고 믿는 사람
사람은 혼자서 살수 없다고
힘주어 말하는 사람
손 잡을 수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음을 깨달은 사람
그런 사람이
행복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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