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Newly)

(14075) 세모의 종소리 / 손정모

intervia 2014. 12. 27. 13:05
      세모의 종소리 / 손정모(14075) 길고 긴 동지의 밤을 지나 감나무 저 위의 까지 밥 하나 댕그라니 하늘에 매달려 있다 높고 푸른 겨울 한가운데를 지나 새벽이슬에 달려온 숨 가쁜 목소리 기쁜 소식을 알리는 길조 꿈도 저 날아가는 여운만이 아스라하다 어찌 꾼 꿈들이 큰 별이 질 때마다 또 꿈을 깬다 한숨자고 일어나더니 별이 질 때마다 새벽이슬이 영롱했다 가슴에 별이 무너져 내려 씨앗이 되고 뿌리라도 내려 꽃이라도 향내를 내지 못하는 아둔이다 하나 둘 꿈을 깨어보니 더 이상 꿈을 깨어 날 것도 없이 깊이 잠들지 못하는 새벽 밤에도 별은 저 높이 아롱져 흐른다 시간이 흐르는 냇물 어제같이 오늘도 유유히 흐르는 별빛에게 나뭇잎 편지를 띄워 보낸다 한해동안 하루하루 꿈속에서 살았고 별빛에 거울하며 노래한 푸른 날들 동지섣달 긴긴밤에 그리고 그리고 세워두었던 초상이 찬바람에 무너지고 서리내린 새벽길 별빛이 밟고 지난다 꿈의 노래가 저물저물 거리며 지난다 세모의 긴 여운 그 종소리 아련아련하다 2014년12월27일ss ==================================== 눈 내리는 밤, 그대 그리움만 쌓이네 / 이채 겨울밤이 가장 깊고 어두울 때 소리없이 눈이 내리고 그 밤이 가장 춥고 외로울 때 소복이 눈은 쌓이는가 밤새 눈은 내리는데 어쩌면 나도 눈처럼 쌓여가는데 내 마음 가장 고요할 때 그대도 나처럼 하얗게 피어나는지 그대도 나처럼 도무지 잊을 수 없는지 담담한 겨울 나무처럼 그 많은 기억의 잎새들 다 털어낸다 하더라도 어떻게 그대를 온전히 비울 수 있을까 내 마음 가장 간절할 때 창밖에 눈사람처럼 서 있는 그대는 누구신가 나는 꽁꽁 언 밤을 지키는 한마리 겨울새 오, 시나브로 고운 숨결 느껴지고 잠시라도 따뜻함이 전해올 때 긴 한숨소리 감추며 조용히 귀 기울이면 한 송이 눈꽃으로 피어나는 그대는 또 누구신가 나는 포옹 한 잎의 추억으로 잠들지 못하는 꽃 한 사람의 밤이 한없이 깊어만 지고 사각사각 눈길 밟고 가로수 길 걷다 보면 그 길에 드러누운 낙엽처럼 한 잎 두 잎 떨어져 간 시간 위로 그대도 나처럼 그리움만 쌓이는가 ==================================== 밤 눈 / 기형도 네 속을 열면 몇 번이나 얼었다 녹으면서 바람이 불 때마다 또 다른 몸짓으로 자리를 바꾸던 은실들이 엉켜 울고 있어. 땅에는 얼음 속에서 썩은 가지들이 실눈을 뜨고 엎드려 있었어. 아무에게도 줄 수 없는 빛을 한 점씩 하늘 낮게 박으면서 너는 무슨 색깔로 또 다른 사랑을 꿈꾸었을까. 아무도 너의 영혼에 옷을 입히지 않던 사납고 고요한 밤, 얼어붙은 대지에는 무엇이 남아 너의 춤을 자꾸만 허공으로 띄우고 있었을까. 하늘에는 온통 네가 지난 자리마다 바람이 불고 있다. 아아, 사시나무 그림자 가득찬 세상, 그 끝에 첫발을 디디고 죽음도 다가서지 못하는 온도로 또 다른 하늘을 너는 돌고 있어. 네 속을 열면. ==================================== 하늘빛 그리움 / 이외수 살아간다는 것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 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지워진다 나는 시린 무릎을 감싸 안으며 나즈막히 그대 이름 부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 ====================================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 신경림 질척이는 골목의 비린내만이 아니다 너절한 욕지거리와 싸움질만이 아니다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이 깊은 가난만이 아니다 좀체 걷히지 않는 어둠만이 아니다 팔월이 오면 우리는 들떠오지만 삐꺽이는 사무실 의자에 앉아 아니면 소줏집 통걸상에서 우리와는 상관도 없는 외국의 어느 김빠진 야구 경기에 주먹을 부르쥐고 미치광이 선교사를 따라 핏대를 올리고 후진국경제학자의 허풍에 덩달아 흥분하지만 이것들만이 아니다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이 쓸개바진 헛웃음만이 아니다 겁에 질려 야윈 두 주먹만이 아니다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서로 속이고 속는 난장만이 아니다 하늘까지 덮은 저 어둠만이 아니다 ==================================== 무척 좋은 날 날마다 좋은 날이 되기 바랍니다. 무척 좋은 날이 되기 바랍니다. 우리나라 말 중에 ‘무척 좋다’라는 말이 있는데 ‘척이 없어야 좋다’라는 뜻입니다. 척을 짓는다는 것은 서로 원수지간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척 지면 안 됩니다. 이 세상은 거래로 이루어집니다. 모든 거래에서 항상 하늘을 의식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하늘을 의식하고 진리를 생각하면 모든 일은 선(善)이 되는데, 잊어버리면 척이 될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 척은 지기 쉬운데, 척을 한번 지으면 풀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무척 좋은 사람이 되면 의식이 진화합니다. 당신이 지금 있는 곳을 무척 좋은 곳으로 만드십시오. [희망편지] ==================================== 행복이란 바이올린 연주나 자전거 타기처럼 "일부러 익혀야 하는 기술"이요, "연습할수록 느는 삶의 습관"입니다. 행복은 우리집 화롯가에서 자라는 것이지 남의 집 정원에서 따오는 것이 아니다. - 허준혁칼럼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