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Newly)

(14067) 고독한 단자 / 손정모

intervia 2014. 9. 20. 18:00

 

 


      고독한 단자 / 손정모(14067) 고독은 우울한 생각을 담는다 가슴 한 컨으로 가두리 양식장의 고기다 먼 세월 같기도 하다가 아주 가까이 있는 밍크같은 느낌이다 바다를 자유로이 헤엄치다 어느 날 한 방에 갇힌 요동치는 물결 속에는 고독이 숨쉰다 백파속에는 미끈하기도 하지만 아주 거칠은 감촉도 있다 알 수 없는 깊이를 표면상 뜨겁다고 얘기한다 끓어오르면 안개 속을 헤엄치다 가만히 가만히 지난세월을 본다 몇 시지 지금이 어느 때 인거야 단자의 문을 열고 심장속의 혈류를 검사한다 건강한 우울 그 고독이 전신을 헤집다 빼꼼 내다 본다 가을이다 남자의 가을이다 2014년9월20일ss ------------------------------------ 그 여름의 끝 / 이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 더딘 슬픔 / 황동규 불을 끄고도 어둠 속에 얼마 동안 형광등 형체 희끄무레 남아 있듯이, 눈 그치고 길모퉁이 눈더미가 채 녹지 않고 허물어진 추억의 일부처럼 놓여 있듯이, 봄이 와도 잎 피지 않는 나뭇가지 중력(重力)마저 놓치지 않으려 쓸쓸한 소리 내듯이, 나도 죽고 나서 얼마 동안 숨죽이고 이 세상에 그냥 남아 있을 것 같다. 그대 불 꺼지고 연기 한번 뜬 후 너무 더디게 더디게 가는 봄. ------------------- 더딘 사랑 / 이정록 돌부처는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 번 하는데 한 달이나 걸린다 ------------------------------------ 꽃을 보려면 / 정호승 꽃씨 속에 숨어있는 꽃을 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꽃을 보려면 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라 ------------------------------------ 나의 싸움 / 신현림 삶이란 자신을 망치는 것과 싸우는 일이다 망가지지 않기 위해 일을 한다 지상에서 남은 나날을 사랑하기 위해 외로움이 지나쳐 괴로움이 되는 모든 것 마음을 폐가로 만드는 모든 것과 싸운다 슬픔이 지나쳐 독약이 되는 모든 것 가슴을 까맣게 태우는 모든 것 실패와 실패 끝의 치욕과 습자지만큼 나약한 마음과 저승냄새 가득한 우울과 쓸쓸함 줄 위를 걷는 듯한 불안과 지겨운 고통은 어서 꺼지라구! ------------------------------------
Y Te Vas / The Velvet Sound Orchestra (그대 가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