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링이야기

살아간다는 것은.....

intervia 2014. 10. 2. 19:07
      살아간다는 것은..... 살아간다는 것은 날씨와도 같은 것 흔들리며 피는 꽃처럼..... 하나의 인연이 맑고 화창하다면 다른 인연은 장대비가 내리는 것처럼..... 지나간 날들이 나이를 말함이요 새로이 오는 날이 성숙함이다 떠난 이가 있으면 오는 이도 있는 것처럼..... 비 온 뒤땅은 더 단단해지므로.....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를 되새기며 여러 색깔이 모여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 흔적 처럼 / 황 은 경 회색빛 물감으로 스쳐본다 그 사람 고개 숙인 그 모습 가냘픈 뒷모습이 빗줄기 같아 상처는 가슴에 담고 나를 부른다 비의 무채색이 회색을 만나 어둠을 담고 하얀 노래를 했다 녹아 버릴 기억들을 묻기에 정말 좋았어 그대여 지울 수 없으면 그냥 가져라 그게 너이기에 기억도 다 줄게 미움에 쌓인 자리는 먼지처럼 널 사랑한 마음은 흔적처럼 ------------------------------------ 빈 가슴 / 성순자 그대 없는 빈 가슴은 어두운 밤인가 한 줌의 고독도 느낄 수 없이 서럽다 시린 혹한에 한 몸 버린다 해도 깨어지는 아픔 이보다 더할까 그대가 떠난 허무의 끝에서 바라본 불 꺼진 수척한 가로등 그림자 없는 가로등 밑 내 모습은 잃을 것도 없는 빈 가슴만 외롭다. ------------------------------------ 가 을 / 최춘자 어찌하여 이토록 고요한가? 흐르면서 버리고 지나면서 비워 어언 허심(虛心)에 닿았는가. 물빛조차 멈춘 먹먹한 가을 강 쓸쓸하거나 서럽거나 인생의 뒷면은 대개 그렇다 괜찮다 괜찮다 파랑 없이 흘러온 강이 있으랴 잎 져 가벼워진 가을이 아프랴 헐벗은 마음 저 조용한 가을 강 ------------------------------------ 10월 / 오세영 무언가 잃어 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 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 겨울 사랑 / 고정희 그 한번의 따뜻한 감촉 단 한번의 묵묵한 이별이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고 활짝활짝 문 열리던 밤의 모닥불 사이로 마음과 마음을 헤집고 푸르게 범람하던 치자꽃 향기 소백산 한쪽을 들어올린 포옹 혈관 속을 서서히 운행하던 별 그 한번의 그윽한 기쁨 단 한번의 이윽한 진실이 내 일생을 버티게 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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