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링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intervia 2014. 9. 30. 19:25
      아름다운 세상 산다는 게 퍽퍽해서 세상이 아름다운줄 몰랐네 사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전쟁 아닌 전쟁으로 살면서 세상이 이렇게 더려운줄도 알았네 밥 먹고 사는 게 정말로 힘든 시기를 건너오면서 세상은 날로날로 좋아지는줄 알면서 살았어 바보같이 살았어 이제 보니 보이는 세상 너무 모르고 살았어 그런줄 알았어..... 그래도 열심히 살았을까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보이는 것만 보아도, 보이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젊음이 불꽃되어 타 오르고 재가 되어야 할까 어느날 목젖이 부어오르고 아, 이제 가자 가야지 그렇게 담담히 내게 말할 수 있을까 저 IS 참수자들 처럼 순순히 갈 수 있을까 못 볼 것을 보면 꿈에도 보인다더니 그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이 아름다운 세상을 두고서 또 어떤 곳에 살 것이라고..... 2014년9월30일ss ------------------------------------ 가을, 그 바다는 추석 끝물에 모처럼 안목바닷가에 갔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고기를 낚고 있는 강태공들, 삼삼오오 모여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과 홀로 고독하게 바다를 바라보거나 책을 읽고 있는 소녀도 있었다. 명절 끝 날이라 그런지 그들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사람들의 여유가 내 행복으로 새겨지고 있었다. 바다에서는 도 닦는 사람이 없다는데도 나는 아직도 철이 덜 들었는지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바다를 산보다 더 좋아한다. 봄에 바다를 쳐다보면 새 꿈을 꾸는 아이를 보는 것 같고, 여름에는 모험과 사랑을 즐기는 젊은이를 만난 듯 흥이 저절로 난다. 가을에 바라보는 바다는 여름과 비할 수 없는 성숙함이 느껴지는 장년 같고, 겨울에는 노년 같은 인생의 진지함이 느껴져 바다가 좋은 것이다. 특별히 한 없이 드높고 푸른 코발트색 가을바다는 어떤 의미를 따지기 전에 쳐다만 보아도 인생의 여유가 느껴진다. 여름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경망한 느낌까지 들었지만 사색이 깊은 가을바다는 참된 인생의 의미를 스스로 깨닫도록 쉼과 평안을 안겨다 준다. 가을 바다는 그 많은 사람들이 떠나간 후에 이제는 아무도 봐 주지 않는 파도가 갈매기와 함께 흥분을 가라앉히며 다 말하지 못한 보따리를 풀고 진지하게 말을 하고 싶어 한다. 보석처럼 아름다웠던 지나간 꿈과 애틋하게 가슴 적시게 했던 한여름 밤의 격정들을 뒤로한 채 이제는 조용히 잠재우며 현실로 돌아가서 자신을 찾아가게 한다. 파도는 연신 모래밭에 새겨진 이름들을 지우면서 보이는 현실에서 보이지 않는 영원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 사람들은 잔잔함 속에서 시원하게 밀려오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근심과 두려움을 내려놓고 비로써 겨울을 생각해 본다. 아니 거울 앞에서 나를 보듯 겨울을 앞두고 이제야 나를 걱정해 본다. 어느 가족은 횟집에서 나오면서 이런 대화를 나눈다. ‘잘 먹었어. 얼마 나왔어?’ ‘12만원이요.’ ‘비싸다.’ ‘웬걸요, 아버님이 맛있게 드셨으면 됐죠.’ 장인 장모를 모시고 사위가 가족과 함께 외식을 나온 모양이다. 온 가족이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는 그들은 수고로운 인생의 여정을 마치고 그 분과 함께 걸어가는 듯 한없이 평안하게 보였다. 여름에는 가족끼리 바다에 와도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수선하지만, 가을에는 물에 들어가지 않고 다만 모래사장에서 앉아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파도소리에 파묻혀 겨울을 더 단단하게 준비케 한다. 하늘에는 이름 모를 구름들이 두둥실 떠있고 바다는 시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며 사람들은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들은 조개껍질을 줍는다. 또 눈싸움 하듯이 모래를 던지며 놀고 있을 때 엄마는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어준다. 할아버지는 낚시로 고기를 잡았는지 간이도마와 초장을 갖고 가고 있을 때 나도 모르게, ‘나도 끼워 주세요!’라는 말하고 싶을 정도로 가족애가 진하게 묻어나는 것이 가을바다의 여유가 아닐까. 날씨는 조금 추워 팔뚝이 약간 싸늘하게 느껴지지만 가을 바다에서 이런 여유를 온 몸으로 체득할 수 있다는 것이 축복임을 알기에 소리 없이 그냥 그들 곁에 있고픈 마음이다. 가을바다는 이렇듯 친구처럼 내 모든 아픔을 싸매줄 것 같은 넓은 가슴이 있어서 좋다. 그 가슴에는 인생의 진지함이 담겨 있다. 여름의 철부지들의 모든 소리도 종적을 감추고 진실하게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 내면의 소리가 들리는 신의 품과도 같은 것이다. 바다는 하늘을 닮는다고 했던가. 정말로 하늘에 따라 바다 색깔이 바뀌어 간다. 내가 슬플 때 가을바다를 바라보면 흑갈색으로 변하고, 내가 행복할 땐 연녹색으로 보여 지는 것이 가을바다다. ‘바다에 와서야 바다가 나를 보고 있음을 알았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처음에는 내가 바다를 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바다가 나를 보며 있음을 알기에 아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나의 쉰 소리들을 바다를 향해 부르짖고 파도 소리에 눈물을 묻어버릴 때도 그는 말없이 나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평안하게 보이는 가을바다는 ‘바다 속에는 동화가 없다,’란 어느 영화 대사처럼 누구도 알지 못하는 고통을 그도 안고 있기에 내 모든 쓴 잔을 이해하며 내 모든 부끄러움을 탓하지 않고 바라볼 줄 아는 친구가 가을바다이던가. 늘, 가을바다는 내게 참된 인생의 여유를 주며 가족을 돌아보게 하며 그리고 친구처럼 나를 감싸줍니다. 당신은 그 바다와도 같답니다. 님의 깊이와 넓이 그리고 밑바닥은 알지 못하나 적어도 나를 애타게 부르는 그 음성만은 듣게 하소서. 그리하여 겨울이라는 인생의 3막 4장에서 당황하지 않게 하소서 2014년 9월 27일 늦은 오후에 강릉 피러한(한억만) ------------------------------------ 아주 조금만 생각할께요 / 민예린 당신 그리워 보고프면 그리움 한자락 꺼내어 작게 만들어 마음속에 간직할께요 그러다 많이 보고파지면 별빛이 되어 당신 가슴에 내려 앉을께요 수없이 잠못이루고 참을 수 없는 시간이 오면 토하듯 내뿜는 한숨에 나의 심장은 녹아 버릴지도 모르겠지요 그때 나 어떡하나요 그리움의 무게에 눌려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하면 그때 당신 나를 안아 줄 수 있나요 바람에 실려오는 당신향기 느낄수가 있게 조금만 아주 조금만 그렇게 생각을 할께요 ------------------------------------ 나는 참 행복합니다 / 용혜원 목메인 사람처럼 그리움이 가득하게 고인 눈으로 오랜 날 동안 그대를 찾아다녔습니다 낡은 영화 필름처럼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는 그대를 오랜 세월 동안 기다려야 했습니다. 봄이면 지천으로 피어나는 꽃향기 속에 연인들이 사랑을 나눌 때 내 가슴은 그리움만 커져 떨어지는 꽃을 바라보며 애잔한 연민 속에 고독과 엉켜 홀로 탄식하며 외로워했습니다 그대가 나에게 눈부시게 다가오던 날 내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벼웠습니다 내가 어디로 가나 어디 있으나 그대는 항상 내 마음을 잡아당깁니다 그대를 만난 후로는 늘 부족을 느끼고 바닥을 드러내고 갈증이 메마르던 내 마음에 사랑의 샘이 흘러 넘쳤습니다 우리는 서로 기댈 수 있고 마음껏 스며들 수 있습니다. 나를 아낌없이 다 던져도 좋을 그대가 있기에 나는 참 행복합니다. ------------------------------------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 박우현 이십 대에는 서른이 두려웠다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 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삼십대에는 마흔이 두려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슬프게 멀쩡했다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리라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 권순진 글 나도 나이 열여섯에 얼른 스무 살이 되기를 갈망했다. 하지만 그때 서른은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서른이 넘으면 무슨 재미로 살아가나 싶었다. 그렇게 낡은 나이로 남은 생을 산다는 건 지루하고 비루하기 짝이 없을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세상에 두려울 게 없고 충분히 찬란하고 아름다운 나이였던 이십대가 싱겁게 가버렸고 서른이 되어 있었다. 이십대의 가운데 토막은 군대에서 빡빡 기었고 또 몇 년은 실패한 연애에 열중했다. 그때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는 있지도 않았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 내 나이 마흔을 넘기고서야 간간히 이 노래를 들으며 지나간 청춘을 돌아보았다. 영화 ‘빠삐용’에서 마지막 홀로 남은 ‘드가’의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때만 해도 마흔이 청춘인 줄 몰랐다. 정말 몰랐었다. 언젠가 ‘나가수’에서 인순이가 이 노래를 불렀을 때 눈을 감고 들으면서 비로소 생각했다. 그때가 내 인생의 꽃이었음을 인정했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깨달았다. 그리고 양희은의 ‘내 나이 마흔 살에는’이란 노래를 들으면서 까닥까닥 다가오는 예순의 나이를 막연히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제서야 알겠네. 우린 언제나 모든 걸 떠난 뒤에야 아는 걸까. 세월의 강위로 띄워 보낸 내 슬픈 사랑의 작은 종이배 하나...’ 어느새 예순을 훌쩍 넘겼다. 내가 최선을 다해 재롱을 피우면 방긋 웃어주는 손녀도 생겼다. 이즈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 너그러워졌을 뿐, 여전히 ‘난 슬프게 멀쩡했다.’ 그러나 더 이상 누구도 쉰을, 예순을 위로하거나 노래해주지는 않았다. 다만 이 시의 다른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정현종 시인의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이란 시를 읽고부터 나는 되도록 나이를 세지 않으려는 버릇을 붙이기로 했다.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는지 모르는데 그때 그 사건이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그리고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인 것을,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는 걸 온몸으로 살아내고서 때가 되면 사라질 것을 소망하노니. ------------------------------------ 중 년 / 손진은 열쇠를 돌리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문득 등을 끄지 않은 채 차에서 내린 간밤의 기억이 몰려온다 낭패, 눈꺼풀도 내리지 않고 정신없이 꿈속을 헤매는 사이 핏기를 잃어버린 내 눈알 어떤 것에 뒤집혀 긴 밤 긴 생을 후들거리는 다리와 텅 비어가는 머리도 모른 채 내 헤드라이트는 발광했을 것이다 무언가에 홀려 뚫어지게 바라보는 동안 계절은 가고 주름살은 깊어졌고 흰 머리는 늘어났다 어디로 가는가 철철 넘치던 팔뚝의 푸른 힘줄은 전류처럼 터져 나오던 생기, 머릿속을 흐르던 생각은 어느 허공으로 날아가버리고 까칠하고 초췌해진 몸뚱이로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았는가 어저께까지도 명품이라고 믿었는데 눈 한번 들었다 내려놓는 사이 어떤 것에 취해 이렇게 떠밀려온 두드려도 가없는 무슨 소리만 내보내고 있는 중년을 일으키려 저기, 정비기사가 달려온다 또 하나의 몸이 부끄러운 듯 마중하러 간다 .................................................... 권순진 글 자동차 키를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허둥대고 백화점 주차장에 차 세워둔 곳을 잊어버리고서 헤매는 경우는 건망증에 해당하지만 막상 운전석에서 자동차 키를 어떻게 해야 시동이 걸리는지 까맣게 잊는 경우는 명백한 치매 증상이라 하겠다. 좀 자극적인 사례로 남자가 화장실에 서서 볼일을 볼 때 아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이 물건을 소변용도로 말고 달리 사용했던 게 언제였지?’ 생각나지 않으면 그저 기억력의 쇠퇴라 간주되겠으나, ‘이게 무엇에 쓰는 물건이지?’ 했다면 불행히도 심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얘기다. 이 시는 건망증이나 기억력 감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육체적 쇠잔을 자각할 때 필연적으로 따르는 심리적 변화를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 ‘무언가에 홀려 뚫어지게 바라보는 동안’ 방전된 세월에 관한 자기 고백이며 성찰이다. 단테의 신곡 첫머리엔 이런 고백으로 시작된다. ‘내 인생 여정의 한복판, 그 캄캄한 숲 속에서 감각을 되찾았을 때 난 바른 길을 잃어버린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단테의 나이는 35세였다. 그 시대엔 그 나이가 중년이었고 삶의 정돈을 생각할 시기였다. 과거엔 마흔 안팎의 나이를 중년이라 했으나 수명연장과 환경의 변화로 지금은 50대까지를 포함해 중장년이라고 일컫는다. 일생에서 가장 활동이 왕성하고 성공과 실패를 민감하게 경험하는 시기이며, 따라서 온갖 인생의 영욕과 더불어 때로는 두렵고 잔혹한 세월이기도 한 것이 중년이다. 소설가 김영하는 나이 40에 누렸던 대학교수와 방송진행 그리고 인기작가라는 안락한 일상을 처분하고 시칠리아로 떠나기 전 그 시절을 '실로 숨 막히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뒤통수 어딘가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기분' 이란 표현까지 썼다. 아파트와 차, 안정된 생활에 안주했던 그는 자신이 '그토록 한심해 하던 중년의 사내' 모습이었다고 얼굴을 찡그렸다. 패기만만했으나 지금은 순식간에 퍼져있는 저 중형차처럼 내 몸 또한 그러하지 않는가. 스스로 그럴듯하기보다는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한 생은 아니었던가. 어쨌거나 일단 몸부터 일으키고 봐야겠다. 세월 앞에 무기력해진 명품도, 방전된 나도 정비를 좀 받아야겠다. 기름칠을 하고 나사도 조여야 쓰겠다. 한때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물음에 ‘그랜저’로 대답했다는 돼먹지 않은 신차 광고처럼 삐까뻔쩍한 처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아직 보여줄 게 남아있어야겠다. ------------------------------------
01. 가고파02. 고향생각03. 그집앞04. 동심초05. 따오기06. 떠나는 배07. 망향
08. 바우고개09. 복숭아10. 비목11. 얼굴12. 옛동산에 올라13. 저 구름 흘러 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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