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링이야기

생이 아파올 때

intervia 2014. 9. 12. 18:41

 

 

 

 

 

 

 

      안개 속에서 / Hermann Hesse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신기하다. 덤불과 돌은 저마다 외롭고, 나무들도 서로를 보지 못한다. 모두가 다 외롭다. 나의 인생이 아직 밝았을 때, 세상은 친구들로 가득했다. 이제 안개가 내리니,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인간을 모든 것으로부터 슬그머니 떼어놓는 저 어둠을 , 전혀 모르는 이는 진정 현명하다 할 수 없다. 안개속을 거니는 것은 신기하다. 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 사람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모두가 다 외롭다. ------------------------------------ 아버지의 길 / 이근모 걷는다. 내 아버지가 걸어가셨던 그 길을 등뼈 마디마디에 자리 틀고 있는 세월 안으로 걸어 볼 수 있는데 까지 걸어 본다. 지팡이는 저 멀리 산너머에 있지만 그 곳까지 가는데 그 누구도 손 내민 자 없지만 고갯길 사이사이 휘어지고 부러지는 나뭇가지 움켜쥐고 나뭇가지 부러 저도 힘없는 다리는 주저앉지 않는다. 열대야 하얗게 지새는 밤 마실 오는 별님 달님 주머니에 한 아름 꿈을 담아주고저 행복을 담아주고저 아~ 땀 흘리는 여름밤 바람도 쉬어가지 않는 여름밤에도 걷고 있는 아버지의 길 눈보라 순백의 대지에 아버지 발자국이 찍히고야 아버지 걸어가신 길이 새하얗다는 걸 알았다. 패인 발자국에 고인 아버지의 눈물이 너무나 쓸쓸하다. ------------------------------------ 향 심 그냥 그렇게 흘러가듯이 사는게야 인생이 특별히 다르다고 생각하지 말자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모두가 똑 같다면 어떻게 살겠어 뭔지 모르게 조금은 다를 거라고 생각하면서 사는게지 단지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사는게 또 우리네 인생이지 숨가쁘게 오르막길 오르다 보면 내리막길도 나오고 어제 죽을 듯이 힘들어 아팠다가도 오늘은 그런 대로 살만해 어제의 일은 잊어버리며 사는 게 우리네 인생이 아니겠어 더불어 사는 게 인생이지 나 혼자 동떨어져 살수만은 없는 거잖아 그래 그렇게 사는 거야 거짓없이 친구에게 말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거야 그래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 나 혼자 버거워 껴안을 수 조차 없는 삶이라면 적당히 부대끼며 말없이 사는거야 ------------------------------------ 친정 / 조정숙 나 가끔 친정으로 돌아가면 금세 엄마의 어린 딸이 되어 먼 여행에서 돌아온 것처럼 몸도 마음도 녹신녹신해져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한 일들 그만 까마득해지고 길을 가다 지나쳐 만난 사람처럼 남편 얼굴도 서먹서먹해져서 엄마 손에서 익은 물김치 호록호록 떠먹어가며 밤새도록 친구 같은 수다를 떨었네. 엄마도 참, 고생이 많수 서로 마음을 만지작거리다가 니, 사는 게 그리 호락호락 한 줄 아나 좀 더 살아봐라 내 맘 알끼다 엄마를 관통한 바람이 목적도 없으면서 천천히 나에게 불어오는 내 속엔 작은 엄마가 있어서 가는 허리가 자꾸 허청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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