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Newly)

(14063) 밤에 우는 버꾸기 / 손정모

intervia 2014. 8. 22. 17:42
      밤에 우는 버꾸기 / 손정모(14063) 요즘 버꾸기 울음이 이 산에서 저 산으로 버꾹 벅버꾹하고 운다 뭐 할라고 우는지 들판에도 종달새가 하늘 높이 날아올라 사방팔방으로 요란하게 뉴스를 전한다 버꾸기하고 노고지리가 잦아들 때 또 소근거린다 저것들 뭐라케삿뇨 마아 알이나 잘 까라 알 품는 것도 쉽지 않데이 새끼들 낳아봐라 얼마나 바쁜데이 저것들이 절로 커겠나 버꾸기가 뭐 아뇨 알 만 낳고 키워봤노 종다리가 헐 났제 지 새끼 챙긴다 아이가 웟다 그걸 어떻게 흔들고 다닌데냐 남사스럽게 니는 손 가리고 다 봤아지리 와구 알이 수정란인지 무정란인지 그걸 어케 아뇨 무작시리 품고 졸고 있네 열흘이면 나올라나 몇 년이면 나올라나 나온다는 보장도 없는 알 까는 일이 석달 열흘이 지나도 소식이 없네 이리 굴리고 저리 굴러도 살았을 것이여 암만 죽을 짓을 하겠어 죽은 것 보다야 살은 것이 났제 쳐진 것 보다야 선 것이 났제 아이고 내새끼 죽이고 남 새끼 키웠네 버꾹 버벅꾹 버꾹기가 좋아서 운다 노고지리가 하늘높이 올라 노고노고지리지리 방정맞게도 운다 뭐 할라고 저리 울어 샀노 와그라노 알 깔라고 울지 그냥 울겠나 당체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다카이 조놈무 씨끼 불알을 까든지 해야지 웟다 불알만 까모 되것는감 고양이 새끼 못 봤는감 그러거여 그런갑다 하고 자여 동창이 밝을 때까지 그냥 잠이나 자여 2014년8월22일ss ------------------------------------ 치마 / 문정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무언가 있기는 있다 가만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남자들은 평생 신전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신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들려고 애를 쓴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다 여자들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동굴? 놀라운 것은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팬 티 - 임 보 - 문정희의 '치마'를 읽다가 - 그렇구나 여자들의 치마 속에 감춰진 대리석 기둥의 그 은밀한 신전, 남자들은 황홀한 밀교의 광신도들처럼 그 주변을 맴돌며 한 평생 참배의 기회를 엿본다. 여자들이 가꾸는 풍요한 갯벌의 궁전, 그 남성 금지구역에 함부로 들어갔다 붙들리면 옷이 다 벗겨진 채 무릎이 꿇려 천 번의 경배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ㅡ, 그런 곤욕이 무슨 소용이리 때가 되면 목숨을 걸고 모천으로 기어오르는 연어들처럼 남자들도 그들이 태어났던 모천의 성지를 찾아 때가 되면 밤마다 깃발을 세우고 순교를 꿈꾼다. 그러나, 여자들이여, 상상해 보라 참배객이 끊긴, 닫힌 신전의 문은 얼마나 적막한가? 그 깊고도 오묘한 문을 여는 신비의 열쇠를 남자들이 지녔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보라 그 소중한 열쇠를 혹 잃어버릴까 봐 단단히 감싸고 있는 저 탱탱한 남자들의 팬티를 ! ------------------------------------ 세계가 놀란 희대의 변태성 음란 검사장 (댜한민국 정부의 차관급 인사). 존경받는 학자인 ‘지킬’ 박사라는 사람의 인간성에 관해서 심오한 연구를 하던 중 비상한 효력을 가진 비약(祕藥)을 제조했다. 먹기만 하면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아주 딴사람이 되어 버린다는 마약(痲藥)이었다. 박사 자신이 실험 대상이 돼 약을 복용하자 ‘지킬’ 박사는 ‘하이드’씨라는 완전히 새로운 인간으로 변신, 밤마다 거리를 나돌아 다니며 욕정을 채우고 있다. ‘하이드’씨는 ‘지킬’ 박사를 완전히 뒤집어 놓은 것 같은 존재로, 용모부터 예사롭지 않을 뿐더러 인간적인 양심이란 조금도 가지고 있지 않은 탐욕과 기행으로 가득찬 괴수(魁首)가 된 것이다. ‘지킬’ 박사는 자신이 아무도 모르게 완전 변신되는데 대해 남모를 희열을 느끼곤 했다. 존경받고 예의 바른 사회 지도층인 ‘지킬’ 박사는 그의 명성과 사회적인 체면 때문에 많은 사회적 제약과 도덕성에 충실히 따라야만 했다. 현대 정신분석학 용어에 따르자면 박사의 무의식층에는 항상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정신적, 심리적 억압에 짓눌려 있었다. 그러나 약을 먹었을 때 변신되는 ‘하이드’씨,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변신하면 사회적 체면과 도덕적인 구속과 억압이 깨끗이 제거된 자유분방하고 탐욕스런 ‘밤의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변신한 ‘하이드’씨는 밤거리를 헤매고 다니면서 온갖 해괴한 짓과 악행을 저지른다. 그러나 일단 집을 돌아와 환원제를 마시면 ‘하이드’라는 존재는 소멸되고 또 다시 점잖고 근엄한 존경받는 ‘지킬’ 박사가 되는 것이다. ‘지킬’ 박사는 이렇게 해서 밤마다 도덕적이고 근엄한 자신을 벗어 던지고 혼자만 아는 비열한 인간으로 밤거리에서 비밀의 탐욕스런 쾌락에 빠져든다. 그러던 중 ‘지킬’ 박사에게 일종의 중독 증상 같은 괴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만다.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고 신뢰하는 박사에게 ‘하이드’씨라는 타락하고 탐욕스런 인간성의 요소가 점점 강해진 것이다. 때문에 ‘지킬’ 박사로 되돌아오는 환원제의 복용량도 날로 달로 늘어 갔다. 끝내 무서운 사태가 벌어졌다. ‘하이드’씨로 바뀐 얼굴로 외출했다가 집으로 되돌아와 본래의 모습인 ‘지킬’ 박사로 환원되는 약을 먹고는 잠을 자고 깨어보니 '지킬'박사로 변신되지 않고 ‘하이드’ 씨로 그대로 있었던 것이다. ‘지킬’ 박사는 자신의 비밀이 세상에 알려질까 하는 두려움과 공포로 마침내 극약을 먹고 그 자리에서 자살하고 만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소설가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Robert Louis Stevenson, 1850 ~1894)’이 지금부터 128년 전인 1886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Dr. Jekyll and Mr. Hyde)의 개략적인 내용이다. 이 소설은 자아와의 싸움을 주제로 인간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선(善)과 악(惡), 미(美)와 추(醜)의 내면적 모순과 갈등을 감각적, 상징적으로 서술했다. 겉으로는 체면을 차리고 근엄하면서도 속으로는 욕정으로 가득한 동물적 인간의 근본적 양분에 대해 꿰뚫듯이 묘사, 인간 본연의 위선(僞善)적인 경향을 리얼리티(reality)로 그려냈다.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52)이 심야 대로변에서 해괴한 음란행위를 저지르다가 길 가던 소녀에게 발각, 우리 사회지도층의 겉과 속이 다른 무서운 이중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전 지검장의 마음속 어느 구석엔 ‘하이드’씨가 되고자 하는 욕망이 숨어서 꿈틀거리다가 시간만 되면 현실로 나타났다. 그의 범행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계속돼 온 상습범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리는 그가 고도의 도덕성과 사회성, 중후한 인품의 검찰 고위직 인사이기를 원했지만 그는 '하이드'씨 같이 성도착증 환자, 변태 성욕자, 노출증 환자임을 은밀하게 감춘 채 낮과 밤이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던 것이 끝내 들통 나고 말았다. 우리는 이미 재직 중 혼외자 문제, 피의여성과의 성교사건, 성상납 수수사건, 뇌물수수 사건 등등으로 검찰 고위직에서 쫓겨난 사례를 잇달아 목격했다. 많은 성실한 검사들은 몇몇의 해괴하고 부패한 범죄 검사들 때문에 도매금으로 욕을 먹고 있어 매우 안타깝고 서글프기는 하나 검찰내에 엄연히 현존하는 숨길 수 없는 악폐를 국민은 분명하게 확인하고 있다. 존경받을 만한 직위, 부(富), 명성을 지닌 사회지도층 인사들 가운데는 지탄을 받을 만한 언행을 하거나 반사회적 처신으로 나라와 지역 사회에 해악을 끼치고는 죄악을 숨긴 채 위선의 가면을 쓰고 뻔뻔하게 사는 경우 또한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또 그럴 소지가 다분한 많은 사람들이 동물적 본성을 숨긴 채 우리 곁에서 이중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이 시대를 산다는 것이 얼마나 소름끼치는 끔찍한 일인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 모든 분야의 지도층에서 빈번하게 노출되거나 또는 숨겨진 상태에서 진행 중인 범죄 또는 기행(奇行)은 반드시 지도층에게만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배운 자와 못 배운 자, 지위가 높은 자와 낮은 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명성이 있는 자와 없는 자 등에 관계없이 각계각층에서 똑같이 발생한다. 다만 지도층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사회의 정점(頂點)에 있기 때문에 더욱 빈번하고 상세하게 세상에 노출되고 있을 뿐이다. 사회 지도층의 ‘이중 인격적’, ‘동물적’인 본성을 드러내는 부패·타락이 극에 이르면 국가와 국민 또한 반드시 부패·타락하고 우리 사회의 권력, 부, 명예 등의 모든 기존의 가치도 완전히 붕괴되고 만다. 국가는 전체 국민의 ‘정상 사고와 정상 행동’에 의해 지탱된다. 이것이 '정상 국가의 본질’이자 ‘국민 눈높이’이다. 사회 지도층의 솔선수범하는 ‘정상 사고와 정상 행동’이 무엇보다 절실한 지금 국민은 낮과 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지도층을 기다리고 있다.(최영기) ------------------------------------ 독배 / 나태주 아빠는 왜 그렇게 포기하지 못하고 그러는 거예요? 혼자만 고집부리고 그러는 거예요? 의사들이 다들 안 된다 그러고, 자료를 봐도 아빠는 살 수 없는 사람이 확실한데 왜 아빠 혼자만 그렇게 포기하지 못하고 끝까지 매달리고 울고불고 그러는 거예요? 그렇다면 날더러 그냥 죽으란 말이냐! 그런 건 아니구요, 아빠가 하도 포기하기 못하고 매달리고 그러니까 애달파서 하는 말이에요. 아니, 어떤 딸이 그렇게 애비한테 매정하게 말할 수 있단 말이냐! 아빠, 생각해보세요. 엄마 뱃속에서 나오자마자 죽은 아이도 있고 젊은 시절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도 있어요. 그걸 좀 생각해보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시라고 드리는 말씀이에요. 이렇게 말을 하고 저렇게 말을 바꾸어도 그것은 죽으라는 말밖에 다른 말이 아니지 않느냐! 어떤 딸이 이렇게 애비 가슴에 화살을 쏘고 애비 마음에 독을 뿌린단 말이냐! 그것은 멀쩡한 배신이요 독배였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아이한테서 받은 독배였다. 병실 침대에 누워 멍하니 앉아서 오래오래 딸아이의 말들을 곱씹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보고 마음을 굴려보아도 그것은 섭섭한 노릇이고 딱한 노릇이었다. 그러나 끝내는 그 섭섭함이 나를 살렸다. 딸아이의 독과 화살이 나를 살렸다. 그래, 하나밖에 없는 딸아이마저 저러는 판에 내가 뭘 주저하고 망설일 게 있단 말이냐. 무작정 살아보는 거다! 내가 살고 싶은 대로 내가 사는 거다! 정말로 내가 이대로 거꾸러질 수는 없지 않느냐! 그 오기와 괘씸함과 억울함이 병상에서 나를 조금씩 일으켰다. 아, 그것은 하나의 극약처방. 때로 약보다 독이 더 좋은 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바로 그때부터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