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Newly)

(14060) 목숨을 걸지 못했다 / 손정모

intervia 2014. 8. 5. 18:36
      목숨을 걸지 못했다 / 손정모(14060) 멍청한 것에도 목숨을 걸지 못했다 그 많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도 공부하는 것에도 돈 버는 것에도 삶과 죽음 사이에도 용기는 없었다 목숨 걸고 싸워보지도 못했다 산사람도 떠난 사람도 아쉽고 아쉽다 왜 멍청하게 목숨을 걸지 못했는지 죽어 가면서도 목숨 거는 법을 몰랐다 거저 하늘이 말해 줄 것이라 믿었고 그 하늘이 천벌도 내려 줄 것이라고 내 손에 피 묻히기를 두려워했다 멍청하게 거짓말을 하면서 옳다하고 멍청한 사랑도 진실이라고 말하면서 멍청하게 얻어맞고 살다가 죽을꺼야 사는 것에 덧없어 남 말하는 것도 누가 내가 그렇게 목숨을 걸지 못했다 목숨이 너무 소중한 것이라 말하였기에 영원히 감춰질 것이라고 믿고 믿었기에 언젠가 밝혀지고 안 밝혀진다 하더라도 그게 하늘의 뜻이지 내 뜻은 아니라고 그러니 목숨 걸 일도 아니라 했을 거야 누가 내가 무엇으로 목숨을 걸지 했다 2014년8월05일ss (호랑이는 아주 작은 먹이인 토끼를 사냥할 때도 전력을 다한다고 한다 그것이 생사(상대)의 예의 아니 예우라고 나는 생각한다) ----------------------------------- 재아가 물었다. "사람 구실하는 사람은 '함정 속에 사람이 빠졌습니다' 하면은 뛰어듭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왜 그렇기야 할라구! 참된 사람은 가보기는 하겠지만 풍덩 빠지지는 않을 거다. 둘리는 수도 있지만 속아 떨어지지는 않지." 宰我問曰 仁者雖告之曰 井有仁焉 其從之也 子曰 何爲其然也 君子可逝也 不可陷也 可欺也 不可罔也 -雍也- 원문은 '우물에 인(仁)이 있다면'인데, 번역은 '함정 속에 사람이 빠졌다면'으로 되어 있다. '인'으로 보면 철학적인 질문이고, '사람'으로 보면 구체적인 상황이 된다. 어찌 되었든 재아의 질문은 교묘하다. "우물 속에 사람이 빠졌는데 인자(仁者)라면 뛰어듭니까?" 뛰어든다고 해도, 안 뛰어든다고 해도 꼬투리를 잡힐 것 같은 질문이다. 군자의 행동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우물에 사람이 빠졌다고 해도 전후좌우를 살피지 않은 채 무조건 우물에 뛰어들지는 않는다. 말의 진실성을 확인하고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 좀 다르게 얘기하면, 진리가 저기 있다고 해서 무조건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는 사람에게 쉽사리 속아 넘어가는 것은 군자의 행동거지가 아니다. 군자는 미혹되지 않고 경거망동하지 않는다. 그런데 재아의 팽팽한 질문에 공자의 대답은 좀 헐렁해 보인다. 더 이상 논쟁거리를 만들지 않겠다는 듯.... ----------------------------------- 연장통 / 마경덕 장례를 치르고 둘러앉았다. 아버지의 유품을 앞에 놓고 하품을 했다. 사나흘 뜬눈으로 보낸 독한 슬픔도 졸음을 이기진 못했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나무상자는 관처럼 무거웠다. 어서 짐을 챙겨 떠나고 싶었다. 차표를 끊어둔 막내는 자꾸 시계를 들여다봤다. 이걸 어쩐당가, 마누라는 빌려줘도 연장은 안 빌려 준다고 해쌓더니.... 엄니는 낡은 상자를 연신 쓰다듬었다. 관 뚜껑이 열리듯 연장통이 열리고 톱밥냄새가 코를 찔렀다. 술과 땀에 절은 아버지, 먹통, 끌, 대패, 망치를 둘러매고 늙은 사내가 비칠비칠 걸어나왔다. 몽당연필을 귀에 꽂은 아버지, 대팻밥이 든 고무신에서 고린내가 풍겼다. 자식 농사만은 대풍을 거두셨다. 망치는 부산으로, 톱은 서울로, 줄자는 울산, 말라붙은 먹통은 분당으로, 아버지는 그렇게 아홉 번 찢어지셨다. 가방을 뚫고 나온 이 빠진 톱날이 악어처럼 사나웠다.
기억해(Piano&violin) ... Various Arti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