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4월
어머니 / 손정모(210401)
어디 계시나요
온종일 산길을
돌고 돌았습니다
바람결에 스치나요
솔내음 향기와
흰구름 떠가는
저산너머 아련하네요
찾을 수 없는 것에
너무 아픈 기억에
뵙고싶어도
어디에 계시나요
산길을 돌아도
이 허전한 가슴
어떻게 하나요
보이시나요
어머니
어머니
나의 어머니
남자의 눈물 / 손정모(210415)
이 세상에 태어나
한 세상 살면서
기쁜 일도 많았지만
슬픈 일도 많았지요
남자가 눈물 흘릴 때는
첫사랑을 보낼 때와
부모님을 보낼 때는
영원한 이별을 아쉬워
흘리지요
포부가 자절 되었을 때
자기 반성의 눈물도 있지요
그런대 또 있더군요
국가에 대한 배신감에
한탄의 눈물도 있더군요
남자의 능력으로 어쩔 수 없는
무한한 것이 어디 한 두개 입니까
눈물 뒤에
남자의 눈물 뒤에 내리는
그 무엇들이 고뇌와 고통과
번민 그것을 씻을 수 있다면
울어 넘쳐 흐르고
잊혀지는 이름
그 이름조차 보내버린
내 이름을 아무도 모르게
묻는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나의 이별
남자의 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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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 손정모(210401)
어디 계시나요
온종일 산길을
돌고 돌았습니다
바람결에 스치나요
솔내음 향기와
흰구름 떠가는
저산너머 아련하네요
찾을 수 없는 것에
너무 아픈 기억에
뵙고싶어도
어디에 계시나요
산길을 돌아도
이 허전한 가슴
어떻게 하나요
보이시나요
어머니
어머니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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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4월07일 부산,서울
시장 보선이 완승으로 끝나고
4월08일 새벽부터 열심히
낚시를 했다
박시장이 오후에 시민공원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달렸다
사랑채 앞에서 3번째로 악수했다
대어를 못 잡으면 피라미 잡고
피라미로 대어를 잡으면 되고
그런 마음의 여유가 있으니
악수를 했다
구청장님 입니다 왜 그랬을까
상대는 구청장이라고 하는데
까짓것 고기 못 잡으면 어때
세월 낚으면 되는 거지.....
(멋진 세상은 이렇게 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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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 손정모
허수아비는 황금들판 속 하루 종일 바람에 맞서
세상을 호령하는 무서운 아비라 생각했습니다
되돌아보면 지지배배 참새소리도 정겹습니다
내 맘의 허수아비는 늘 술이 한 잔 있고
멍석 위 잡기놀이 화투도 윳놀이도
소란스러운 날이 점점이 닥아 온
빈 아비 못난 아비 이였습니다
그 만큼 아들도 딸도
잘 나 주기를
떵떵 거리며
주도를 알아주는 잡기에 서기를 바랬습니다
아비가 점점 밀리어 참새소리에 놀라고
슝슝한 밀집 모자는 바람에 날아가고
가슴이 다아 헤어지고 너들 너들 해진
초라한 모습으로 헹하니 말문을 닫았습니다
그 무서운 불호령도
시들은 꽃잎에 낙엽같이 가을봄에
겨울 찬 뼈마디가 늘어진 햇살보름에
꽃피는 봄은 왔건만 아비도 허수아비도
취기어린 노래 단 한 번을 못 부릅니다
...........................................
돌아보면 / 손정모
돌아보면
먼 것이 더 가깝다
아득할 때
더 먼 것이 꿈 같다
돌아보면
지혜가 있고
보람이 있고
아쉬움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아
가까워도
더 멀리 가지마라
내 사랑이
돌아보면
손에 잡힌다
꿈 속에도 더 가까운
그대 있으니
돌아볼 이유가 없었네
길은 멀어도
눈 앞에 있고
돌아보면
그 길 아득하여도
보이지 않느냐
잡히지 않느냐
사랑하는 이여
꿈 같이 살자
강 건너
꽃 지는 그 날까지
돌아보면 그렇지
먼 것이 더 가깝다
~~~~~~~~~~~~~~~~~
봄 배의 출항/손정모
그 예쁜 복사꽃도
봄비에 떨고
비바람에 날리니
처량도 하구나
민낮에 주름
한잔 술에 달래보니
사랑도 한 때
우정도 한 때
영광도 명예도
부질없이 떠났네
아서라 그대
추하지 말자
한잔에 취한 모습
낙화유수
시절이 어지러워
바람소리도
빗소리도
천방지축
팔자거니
숙명이거니
그 예쁜 마누라도
시름에 울고
웃음도 늙은 고양이
꽃바람에 밤을 세웠네
다시 못 올 눈물이여
슬프지 않네
슬프지 않는 빗물이 흐르고
내 사랑 꽃잎도 떠가네
어쩌다 마주친 웃음도 의미가 없네
한 밤이 지나면 꿈길을 다녀 오고
지난 밤 이슬에 청춘도 취하고
횡설수설 그러다가 입도 눈빛도 흐려
그냥 잠들고 말았지
그런거야
꽃잎이 떨어저 울 때는
세월도 그렇게 처량하더군
알콩달콩 짠 맛 단 맛 신 맛도
쓴 것 보다야 나은거야
약을 붓고 보약을 삼킨들
아서라 그대
꿈 길만 하겠는가
따뜻한 체온 그 느낌으로
못다한 한을 풀고
검은 머리 팟뿌리
천길 낭떨이지
꿈길을 간다네
새하얀 종이 위에
뒤 늦은 혈서를 써고
널 사랑한 우정으로
배를 띄워야지
만선의 기를 올리고
출항을 해야지
~~~~~~~~~~~~~~~~~
흐르는 물처럼 / 손정모
아침마당을 돌아 텃밭에 물을 주고
몇몇 나무와 지난겨울 이야기를 나누고
너는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되어 있는 것을 다듬질 하는 것이라고
새해 첫날 뿌린 씨앗이 제법 인사를 한다
저 꽃이 피어 반기는 아침 햇살이 곱다
너는 꽃피어 질 때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나는 머문 흔적 같은 것을 지운다
아침을 지우고 한 낮을 지우고 너 마저...
불꽃 연기 속 타고 오르는 화기도 지우고
끝 간 곳 없는 미물 깨끗해 질 수 있다면
이 봄의 의미도 함께 가자고 부른다
~~~~~~~~~~~~~~~~~
봄날의 외로움 / 손정모
겨울을 보내고 찾아온 깊은 외로움
밤 깊은 고독을 음미하는 새봄 어느날
미움은 미움의 꽃이 필거라는 자괴감
새봄에 태고를 하듯 고운 마음을 가지자
내몸을 돌아보며 못난 곳을 어루만지며
용서하고 화해를 하자 뜻깊은 봄을 위해
내 영혼의 초심을 기리며 빙그레 미소짖자
나와 함께한 못난 구석도 청소를 하자
새봄에 꽃피는 가슴에 향기 좋은 마음
잊지 못하는 그리움도 용서를 하자
그리하여 좀 더 가까운 햇빛을 사랑하자
눈 감으면 저멀리 닥아오는 햇빛의 그림자
귀 기울어 보면 들릴듯한 목소리 내남자
우람한 몸에 가느다란 노래를 불려 오는
내여자의 미소를 모아 드리는 꽃이 핀다
미움을 털어 내고 깨끗하게 빨래한 옷감
따뜻한 햇살에 울끗불끗 흩날리는 외로움
이제는 모두 잊어야할 것 같아 흐르는 눈물
~~~~~~~~~~~~~~~~~
역린 / 손정모
파리는
무조건 잡고 보는 거다
삶에 대한 즐거움도 알기 전에
생명마저 빼앗아 버린다
모기를 잡는 것은 희열일까
핏빨아 먹는다고 죽였는데
피빨아 먹는 놈은 잘도 산다
금세기 세상은 잔인하다
살아 남기위해 더 악랄해지고
악한 곳에는 이중성이 남는다
백로야 까마귀 노는 곳에는
먹물 아깝다고 생각지 마라
살아남기 위해 변신을 해야지
파리에게는 꽃보다도 똥이
최고의 선이고 아름다움이다
피를 보면 모기는 거머리다
사람도 그렇다 하더구나
죽을 자도 살린다는 그것이
똥보다 더 기엽고 예쁘고
찬란하다 하더구나
파리의 똥에는
노약자를 강탈하고
임산부를 검탈하고
미성년자에게 사기치고
모기의 피에는
알 수 없는 모기 소리가
밤마다 울어댄다 하더구나
내 피를 내 놓아라고 내 피를.....
나 하나 사기를 쳐
평생을 살 수 있다면
나 하나 죽어 열이 살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
선하게 살라고 말하지 마라
소총으로 탱크를 무찌를 수 없다
항복하는 것이 최선의 호강일 수 있다
무엇을 위하여 오늘도 무사한지
종을 울리고 똥을 싸는지
악마들의 무도회 천사들도
악녀의 춤이고 노래일 뿐
그 노래가 악마의 노래일 수 없듯이
그 춤이 천사의 춤이 아니라
악마들의 춤도 천사같다 하더구나
혼돈의 세상에서는
악마들의 함성도
천사들의 함성으로 새겨 듣거라
가장무도회에 이중 가면을 쓰면
더욱 신비한 물음을 던진다
공평을 평가한 못난이의
최후진술이 거기에 있었다
~~~~~~~~~~~~~~~~~
좋은 세상 만들기/손정모
서럽지 않는 하늘이 되자
더불어 편안한 안식을 위하여
아이에게 희망을 주고
사랑의 아픔과 깨달음을
함께하는 진정한 하늘이 되자
자신을 믿되 하늘을 믿지마라
하늘을 믿는자 자신은 없다
공중부양된 명량한 헛소리는
되돌아 오지 않는다
공허한 씨앗은 잡초
예의바른 세상에 앉자
부끄럽지 않은 산자의 노래
너가 하늘이고 내가 땅인 것을
서러워 말자
어쩌다 하늘을 보고 땅을 본들
오늘 나보다 더 좋을 수 없다
~~~~~~~~~~~~~~~~~
꽃 피는 봄날 / 손정모
꽃 피는 봄날
소풍가듯 너울너울 꽃잎 춤추고
새악씨 향기 서방님 장단 맞추고
사르르사르르 꽃잎을 열어
간드러진 봄을 맞네
낮에는 햇빛에
밤에는 불빛에
화려한 춤사위 바람에 날리어
오는 발걸음 가는 발걸음
쉬어가는 하룻밤도 곱네
허리춤에 감싸않은
청춘의 씨앗 발화를 꿈꾸는
벌나비 취기에 쓰러져 잦아들고
봄날에 흔들리는 마음도
쉬어 갔으면
꽃 피는 봄날
저 바쁜 꽃잎도 지고나면
푸르디푸른 내 마음도 춤출 것을
무어 아쉬워 넉 놓아 취 하는가
아, 봄날 소풍은 잘 다녀왔는가
~~~~~~~~~~~~~~~~~
봄날의 구애(求愛) / 손정모
꽃이 예뻐서가 아니라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봄날의 청춘이라서
뭔지 몰라도 그냥 반했다
꽃이 잘났서가 아니라
꽃이 멋져서가 아니라
봄바람에 취했어
그냥 해 본 소리가 아니라
청춘에 반해 본 사람은
한 눈에도 사랑스럽다
구애를 거절당해 본 사람은
사랑의 눈물이 뭔지도 안다
한 걸음을 때지 못해
몇 날을 지새우기도 하고
아롱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그렇게 애타는 봄이 왔다
봄바람이 따뜻하지만도 않은
가슴앓이 속으로 지나갈 때에도
꽃 향이 더 사랑스럽다는 것을
예전엔 눈앞에 두고도 몰랐다
울며불며 말하지 않아도
청춘은 봄바람에 휘날린다
수채화 같은 봄이 지나고 나면
사랑은 언제나 향기롭지 않다
한 때는 늘 바람처럼 지났다
볼수록 생각나는 사람도
그리운 향기에 울지 못했다
사랑은 언제나 청춘에 울면서도
꽃이 피니 청춘 같은 소리를 하고
돌아누우니 화려한 봄날은 간다
언제 어느 때 만나보면 또다시
열렬한 구애 같은 봄이 온다
꽃 피고 지니 하루 밤도 기인 밤
무얼 숨겨놓은 보석 같은 꿈의 알갱이
사그락 사그락 날 바람에 웃는
창밖은 꽃 피는 봄에도 화장을 한다
정열의 노래로 모셔 온 손님 같은 봄
이 봄에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면
더 붉은 화장으로 유혹하고픈 바람처럼
온 몸을 휘감듯 탱고의 봄은 간다
~~~~~~~~~~~~~~~~~
밤 세워 부르는 노래 / 손정모
복사꽂 환한 미소로 꿈꾸는 밤
내 취기는 호사스러운 산을 넘고
저 먼 바다와 강이 만나 어울린 노래
작은 배들이 하나 둘 취기를 들춘다
바람 불어 향기도 좋은데
어느듯 복사꽃 지고 어지러운 별이 저문다
아들아 내 딸아
무엇이 그렇게 슬픈거니
이 밤에 복사꽃 지는 것도 아득한데
가다보면 꿈 마저 익어오는 별도 있겠지
어제 보다 내일이 오늘 보다 어제가 더 그립다
돌아가지 못하는 먼 바다를 두고
가슴을 찟누르는 갯가에 누워 화려한 꿈에 잠든다
맹한 아침이 올 때까지 꽃잎은 아쉬운 별을 지운다
불타는 가슴을 소리쳐 부른다
너와 나의 노래를.....
~~~~~~~~~~~~~~~~~
청 마 / 손정모
바다는 굽이굽이 밀려와 부셔지는데
저 먼 바다를 건너와 들리는 파도소리
집으로 돌아와 문을 닫아도 짠하다
하얀 국화꽃 향기에 저물어 가는 노을도
잊을 수 없는 푸른 목소리로 들린다
어이하다 4월을 보내고 5월의 어느 날도
저 바다 먼 곳이 굴려와 발아래 엎혀질까
피리(구급차)소리 들리면 철렁거리는 그림자
바다를 건너는 사람은 닥아 오는데
밑이 없다 말도 없고 바다도 없다 허공
향을 타고 오르는 염원의 기도가 흐르는
4월은 점점이 멀어져 사람은 없고
말없는 그림자만이 꽃이 되고 허공 아래
강은 흐르고 바다는 역사를 잊고 있다
무슨 세월을 타고 가는 잣대 눈금도 없다
아무도 없는 곳에 홀로남아 파도를 씻고
꽃은 말없이 피고 지더니 휙 허공을 가른다
아득히 바람소리를 내더니 바다에 사픈 앉아
내 생애가 강을 건너 꽃 같이 날고 쓰러져도
이름 한 자에도 못 미치는 4월 허공에 운다
~~~~~~~~~~~~~~~~~
봄비가 내립니다 / 손정모
영혼이 가난한 자에게 비가 내립니다
내 영혼이 가난한지도 모르고
꽃이 피었다고 큰소리로 웃었던 날들이
오늘 비가되어 내 눈 위에 내립니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사랑한다는 것이
허무하게도 허무하게도 갈증만 부른다는 것을
꽃비가 내리는 날 혀끝으로 알았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이 기다림이라는 것이
고독한 낭인의 영혼
내 영혼이 흘리는
목마른 자
비가되어 흐르는 길을 찾아
꽃비에 울었습니다
지난 이력을 지우는 시간속에서
영혼의 갈망
아아 비가 내립니다 봄비가
봄비가 내립니다
산자와 죽은 자의 영혼으로
꽃비가 내립니다
한없이 내리는 봄비속을
내 영혼이 가물거리는 춤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위를 흔들고 있습니다
내리는 빗물이 멈추면
우리는 무엇을 만나고 이별하었는지
더 맑게 보이려고 오늘 비가 내립니다
한없이 한없이 내립니다
............................................
청춘 꽃비에 잠들다 / 손정모
꽃비 흩날리는 날
흐르는 강가에 앉아
하늘을 보니 구름도 흘려가더라
가만히 앉아 있어도
꽃은 피고지고
강물은 고요하지만 않더라
하물며 하늘의 구름인들
어찌 조용히 떠 있어라
여린 마음인들 가만히 있어라
굳건한 눈빛도
이리 흔들리는데
하늘거리는 치마살결이야
백옥의 섬섬옥수 걸음걸이
붉은들 무어 대단한 역사일까
멈춰서 좋고 흘려서 좋고
한 장의 그림 수 만장
내 생애 봄날은 그렇게 간다
어허이 청춘은 노을 속에 잠든다
.........
학교친구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신혼 길을 집사람과 함께 걸었다
주마등 같이 흐르는 생애의 파노라마
아직도 청춘인줄 알았더니
알게모르게 지나가버린 편린의 조각
눈 감으니 더 선명하게 맞추어지는
지난날의 열정과 삶이 꽃보다 붉고
아름다워 황혼에 흩날리더라
~~~~~~~~~~~~~~~~~
~~~~~~~~~~~~~~~~~
푸른 하늘을 / 김수영
푸른 하늘을 제압(制壓)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웠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詩人)의 말은 수정(修正)되어야 한다
자유(自由)를 위해서
비상(飛翔)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革命)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
~~~~~~~~~~~~~~~~~
빈 그릇을 들 때는 가득찬
물을 들 듯 하고
빈 방을 들어 갈때는
어른이 있는 듯 들어가세요.
인생은 값지고 값진것
알면 알수록 시간이 아까워지는
인생의 시간,
참기름 진액을 진하게
진하게 남김없이 짜내듯
우리의 삶을 참기름 보다
진한 향기를 만들어내야 겠습니다.
세상의 피조물은 결국 소멸되지만,
우리의 인생의 진액은
짜낼수록 진하여 지고,
인생을 깊이 깊이 곱씹어 볼수록
더 더욱 감칠맛 나는
인생의 그맛,
참으로 말로 다 할수 없습니다.
-이은별 '지혜의 숲'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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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담아두지 마라
흐르는것은 흘러가게 놔둬라.
바람도 담아두면 나를 흔들때가 있고,
햇살도 담아두면
마음을 새까맣게 태울때가 있다
아무리 영롱한 이슬도
마음에 담으면 눈물이 되고,
아무리 이쁜 사랑도
지나가고 나면 상처가 되니
그냥 흘러가게 놔둬라...
마음에 가두지마라
출렁이는 것은 반짝이면서 흐르게 놔둬라.
물도 가두면 넘칠때가 있고,
빗물도 가두면 소리내어 넘칠때가 있다.
아무리 즐거운 노래도
혼자서 부르면 눈물이 되고,
아무리 향기로운 꽃밭도
시들고나면 아픔이 되니
출렁이면서 피게 놔둬라.
이젠 그대의 손을 놓아 드립니다
-'좋은 사람으로 사는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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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샛 문
내가 어렸을 때
시골집에는 대문이 있고
뒤쪽이나 옆모퉁이에
샛문이 있는 집이 많았다.
우리 집에도 뒤뜰 장독대 옆에
작은 샛문이 하나 있어
이곳을 통해 대밭 사이로 난 지름길로
작은집에 갈 수 있어서 자주 드나들었다.
이 샛문은 누나들이나
어머니가 마실을 가거나
곗방에 갈 때,
그러니까 어른들 몰래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어른들의 배려인지도 모른다.
옛날 어른들은 알면서도
눈감아 주고 속아 준 것 같다.
이것은 마음의 여유이고
아량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열세 살 때의 일이다.
황금물결 넘실거리던 가을 들녘은
추수가 끝나자 삭막하였지만,
넓은 마당은 다니기도 어려울 만큼
나락베눌로 꽉 차 있었다.
하늘 높이 쌓아 놓은 나락베눌은
어린 우리들이 보기에도 흐뭇했는데,
여름 내내 땀 흘리며 고생한 어른들이야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을 것 같다.
그 속에서 우리는 신나게
숨바꼭질을 하며 놀았다.
늦가을 어느 날 타작을 하여
나락을 마당에 쌓아 놓고
가마니로 덮어 놓았다.
다음날 아침 어수선한 소리에
나가 보았더니 때까우(거위) 한 마리가
목이 잘린 채 대문 앞에 죽어 있었다.
원래 암놈은 목소리가 크고 맑아
소리를 쳐서 엄포를 놓거나
주인에게 구호 요청을 하고,
수놈은 허스키 목소리를
꽥꽥 소리를 지르며
목을 길게 빼고 날개를 치면서
덤벼들어 물어뜯는
고약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동네 아이들도 무서워서
우리집에는 얼씬도 못했다.
웬만한 개보다도 사나워
집 지키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그 무렵은 식량이 귀하던 때라
도둑이 성해 개나 때까우를
키우는 집이 많았다.
그런데 웬일일까?
그날 밤 도둑이 든 것이다.
때까우가 도둑놈 바짓가랑이를 물자
낫으로 목을 후려치고는
나락을 퍼담아 가지고 간 것이다.
그날 밤은 초겨울 날씨로
바람이 몹시 불고 좀 추웠다.
싸락눈이 내려
발자국이 눈 위에 선연하게
나타나 있었다.
나는 아버지 뒤를 따라
강아지마냥 종종걸음으로 쫓아갔다.
발자국은 고샅을 지나 맨 꼭대기
오두막 집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되돌아서 발자국을 지우며
오시는 것이었다.
평소 호랑이같이 무섭고 급한 성격이라
당장 문을 차고 들어가
도둑의 목덜미를 잡고 끌어내어
눈밭에 팽개치거나
동네 사람들을 모아 높고
그들이 보는 앞에서
멍석말이라도 했어야했다.
아니면 경찰서로 끌고 가서
곤욕을 치르게 하거나
형무소라도 보냈음직한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뒷짐을 지고 돌아오시며
“어린 새끼들을 데리고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이런 짓을 했을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어린 소견이지만
여름 내내 불볕더위 속에서
땀 흘리며 농사지어
탈곡해 놓은 나락을 훔쳐 간 도둑을
당장 요절이라도 냈어야
평소 아버지의 위엄이
설 것 같았는데…….,
그런데 미지근하고
우유부단한 행동이
두고두고 못마땅하기까지 했다.
그러한 생각은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야
아버지의 깊은 뜻을
조금이나마 헤어릴 수 있었다.
그것이 마음의 여유이고
지혜라는 것을.
도둑은 잡지 말고 쫓으라는 뜻도…….
경행록에도
“남에게 원수를 맺게 되면
어느 때 화를 입게 될지 모른다”
고 했고,
제갈공명도 죽으면서
“적을 너무 악랄하게 죽여
내가 천벌을 받게 되는구나”
라고 후회하며,
적도 퇴로를 열어주며
몰아붙여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날 이후 H씨는 평생토록
원망과 원한 대신에
나락 한 가마니 빚을 지고
아버지에게 그 은혜를 갚기 위해
우리 집에서 살다시피 하며
궃은일 마다 않고 해냈다.
아버지께서는
가끔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세상일은
꼭 생각같이 되는 것이 아니여.
이치나 원칙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이 있단다.
남의 사소한 실수 같은 것을
덮어 주지 못하고
몰아세우고 따지는 말은 삼가야하고,
사람을 비난할 때도
상대방이 변명할 수 없도록
공격하는 것은 좋지 않아,
상대방이 달아날 구멍을
조금 남겨 놓아야 한다” 고...
우리 일상생활에도
샛문과 같은 여백의
아름다움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동양화에서 여백은
무한한 뜻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 여백은
보는 이의 몫으로
구름. 새. 꽃, 나아가 보이지 않는
바람까지도 그려 넣을 수 있는
여유의 공간이다.
우리는 수묵화의 넉넉함과
아름다움은 즐길 줄 알면서도
자신의 마음은 비우지 못하고
항상 위만 쳐다보고 달려가고 있으니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무소유가 마음의 평안을 가져오고,
여유를 가진 삶이
풍요를 누린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또 너무 완벽하고 철두철미한 사람은
타인이 접하기가 어렵고
경계의 대상이 된다.
공자는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살 수 없는 것처럼
사람도 남의 옳고 그른 것을
살피다 보면
친구가 남아있지 않는다’고 했다.
때로는 약간 엉성하고 빈틈이 있어야
함께 어우러지기도 하고
동화도 되지 않을까?
아내가 출근길
엘리베이터 앞까지 따라 나와,
미처 못 채운 와이셔츠 단추도
채워 줄 수 있도록
빈틈을 남겨 놓는 것도
여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출처미상 모셔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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