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외로움 / 정량(18008)
겨울을 보내고 찾아온 깊은 외로움
밤 깊은 고독을 음미하는 새봄 어느날
미움은 미움의 꽃이 필거라는 자괴감
새봄에 태고를 하듯 고운 마음을 가지자
내몸을 돌아보며 못난 곳을 어루만지며
용서하고 화해를 하자 뜻깊은 봄을 위해
내 영혼의 초심을 기리며 빙그레 미소짖자
나와 함께한 못난 구석도 청소를 하자
새봄에 꽃피는 가슴에 향기 좋은 마음
잊지 못하는 그리움도 용서를 하자
그리하여 좀 더 가까운 햇빛을 사랑하자
눈 감으면 저멀리 닥아오는 햇빛의 그림자
귀 기울어 보면 들릴듯한 목소리 내남자
우람한 몸에 가느다란 노래를 불려 오는
내여자의 미소를 모아 드리는 꽃이 핀다
미움을 털어 내고 깨끗하게 빨래한 옷감
따뜻한 햇살에 울끗불끗 흩날리는 외로움
이제는 모두 잊어야할 것 같아 흐르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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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 고향 / 정량(18009)
일보
한발은 마음에서 내 딛는다
부자는 이 마음에서 포근하듯
풍요로운 생각은 넘처 흐른다
젖줄은 누구에게나 간절히 맛있다
십보
열걸음을 옮길 동안 꽉찬 힘
세상보다 자신의 힘이 넘친다
마음은 어디가고 저 앞 발아래서
노닐다 바쁘게 한 걸음속으로 숨는다
백보
아차 깜박 생각난 것
그냥 갈까 가 돌아갈까 돌아
시원도 하고 섭섭도 한 이별
만남의 기대감보다도 보고싶다
천보
무어 그리 인구가 많다고
고층 아파트들 시골의 마천류네
폐가는 늘고 버스도 안 다니는데
빈 고향이 눈 앞에서 욕을 한다
만보
꽃 피고 지고 잘 있었느냐
꿈에도 못잊어 찾아 왔건만
반기는 이 들속 생명의 잔치
뭔 힘 있다고 또 왔어 오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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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지는 작별 / 정량(18010)
83...88...90...100...
무슨 준비가 필요있겠어요
만남이 그러하듯 헤어짐도
어스럼하게 오는 새벽같이
생의 한가운데 빛나는 얼굴
하루하루 그리운 목소리들
바삐 살았든 사랑의 노래를
아주 아득히 아득히 보내는
그런 날을 기다리는 하루들
한시름 한시름 야위워가는
고드름 낙수 그마음 소리를
부모 형제자매 가슴에 묻는
그런 시간 저물 때면 뜨는 별
그 고운 자태도 여기에 있네
목소리도 여기어디 겹처지는
아롱진 그리움 가슴에 뜨는 별
꽃이 피었습니다 비도 내리고
바람도 불어옵니다 그곳에도
어머니 별이 뜨나요 보름달같이
씹어 삼키는 울음같은 빗물이
그곳에도 내리나요.....
(긴시간이 걸렸다 첫 병문안 후
시골산소도 다시 다녀오고
몇 번의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방문하고 확인하는 얼굴
90은 문제없을 것 같으나
그 이어진 점이 어디에서 멈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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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 불공평 / 손정모(13028)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떠나면서
푸른 녹음의 향연을 보았다
살아서 미안한 사람은
죽어서도 예의가 있지
살아서 환영 받은 꽃들은
죽어서도 때깔이 곱다고 하던가
이해 할 수 없는 말의 홍수에 밀려
귀담아 들을 얘기도 잡담이 된다
전쟁 아닌 전쟁 속에서
꽃은 제 갈 길 가는데
난리는 잡담 쓰레기만 남고
나무 그늘 아래 잠시 쉬었다 가는 것도
잡것에 대한 한탄이 쏟아진다
그림은 좋은데 썩은 물이다
인간의 죄는 깊고도 넓어
사는 것도 말이 천리를 돌아 정수리에 꼿힌다
네 죄는 네가 알렸다
(미완의 인간은 죄인이다
그 죄는 미완성의 이기심과 미완성의 욕망이다
보는 것으로 배우는 것이다 솔선수범인가
《동물적 기본》
가르치는 것은 인성이다 거룩한 노래이던가
《인간의 고등가치》
불감은 모두가 아니라 일부
네 죄는 모두가 아니라
일부분이다
썩은 고기는
바다에 나가도 젖 깔이 될 수 없다
다만 네 죄가 이 세상의 거름이 되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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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을 위하여
(잔을 들라) / 손정모(16010)
거기 있을 것 같아
거기 가면 없고
분명 거기 있는데
찾을 수 없는 모습들
어쩌면 좋을지
나는 지척을 갈구하고
뒤돌아 떠난 영혼들
되돌아오면 진토의 백
그 모습 엄니의 마음도
거기서 여기 어디 쯤
살아 숨 쉬는 봄내음
있는 듯 없는 듯 맴돌다
돌아보면 거기 나 홀로
어쩌지 못해 살아 온
그날 오늘도 어제 같은
엄니의 고향 들 마당
봄꽃만 외로이 피고진다
자, 잔을 들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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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세워 부르는 노래/손정모(13027)
복사꽂 환한 미소로 꿈꾸는 밤
내 취기는 호사스러운 산을 넘고
저 먼 바다와 강이 만나 어울린 노래
작은 배들이 하나 둘 취기를 들춘다
바람 불어 향기도 좋은데
어느듯 복사꽃 지고 어지러운 별이 저문다
아들아 내 딸아
무엇이 그렇게 슬픈거니
이 밤에 복사꽃 지는 것도 아득한데
가다보면 꿈 마저 익어오는 별도 있겠지
어제 보다 내일이 오늘 보다 어제가 더 그립다
돌아가지 못하는 먼 바다를 두고
가슴을 찟누르는 갯가에 누워
화려한 꿈에 잠든다
맹한 아침이 올 때까지
꽃잎은 아쉬운 별을 지운다
불타는 가슴을 소리쳐 부른다
너와 나의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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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구애(求愛) / 손정모(16009)
꽃이 예뻐서가 아니라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봄날의 청춘이라서
뭔지 몰라도 그냥 반했다
꽃이 잘났서가 아니라
꽃이 멋져서가 아니라
봄바람에 취했어
그냥 해 본 소리가 아니라
청춘에 반해 본 사람은
한 눈에도 사랑스럽다
구애를 거절당해 본 사람은
사랑의 눈물이 뭔지도 안다
한 걸음을 때지 못해
몇 날을 지새우기도 하고
아롱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그렇게 애타는 봄이 왔다
봄바람이 따뜻하지만도 않은
가슴앓이 속으로 지나갈 때에도
꽃 향이 더 사랑스럽다는 것을
예전엔 눈앞에 두고도 몰랐다
울며불며 말하지 않아도
청춘은 봄바람에 휘날린다
수채화 같은 봄이 지나고 나면
사랑은 언제나 향기롭지 않다
한 때는 늘 바람처럼 지났다
볼수록 생각나는 사람도
그리운 향기에 울지 못했다
사랑은 언제나 청춘에 울면서도
꽃이 피니 청춘 같은 소리를 하고
돌아누우니 화려한 봄날은 간다
언제 어느 때 만나보면 또다시
열렬한 구애 같은 봄이 온다
꽃 피고 지니 하루 밤도 기인 밤
무얼 숨겨놓은 보석 같은 꿈의 알갱이
사그락 사그락 날 바람에 웃는
창밖은 꽃 피는 봄에도 화장을 한다
정열의 노래로 모셔 온 손님 같은 봄
이 봄에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면
더 붉은 화장으로 유혹하고픈 바람처럼
온 몸을 휘감듯 탱고의 봄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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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노송 / 손정모 (14032)
오늘이 천년같이 천년이 하루같이
아무리 천수를 살아간들 오늘 같이
귀하고 슬프지 않겠는가 세어보면
하루가 또 하루가 겹쳐 쌓이고 올라
돌아보면 천년이 이 하루에 있음을
족하다 무얼 더 말하여 날을 흐릴까
내 나이가 싸여 비릿한 고기 젖인들
한입에 쏘옥 들어오지 않겠는가
한 비늘 한 비늘 골을 타고 흐르는
인고의 자태는 슬프다 하지 않는가
차마 내 얼굴이 나이들 수록 곱다면
비할 수 없는 자태를 겨누어 살리라
천년에 스린 역경의 한 수를 배우리라
오늘이 곱다면 내일 하루도 고울 터
못 난 것이 싸여 천수를 잡을 수 없다
산길에 핀 꽃이 아무리 곱다 하여도
고토에 새긴 삶이 천년 발아래 역사
한 눈에 보아도 대단한 전경 아서라
무얼 빗대어 생을 더하고 돌아갈까
몇 생을 겹쳐보아도 제일 못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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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봄날 / 손정모 (14031)
꽃 피는 봄날
소풍가듯 너울너울 꽃잎 춤추고
새악씨 향기 서방님 장단 맞추고
사르르사르르 꽃잎을 열어
간드러진 봄을 맞네
낮에는 햇빛에
밤에는 불빛에
화려한 춤사위 바람에 날리어
오는 발걸음 가는 발걸음
쉬어가는 하룻밤도 곱네
허리춤에 감싸않은
청춘의 씨앗 발화를 꿈꾸는
벌나비 취기에 쓰러져 잦아들고
봄날에 흔들리는 마음도
쉬어 갔으면
꽃 피는 봄날
저 바쁜 꽃잎도 지고나면
푸르디푸른 내 마음도 춤출 것을
무어 아쉬워 넉 놓아 취 하는가
아, 봄날 소풍은 잘 다녀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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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 / 손정모 (14030)
파리는
무조건 잡고 보는 거다
삶에 대한 즐거움도 알기 전에
생명마저 빼앗아 버린다
모기를 잡는 것은 희열일까
핏빨아 먹는다고 죽였는데
피빨아 먹는 놈은 잘도 산다
금세기 세상은 잔인하다
살아 남기위해 더 악랄해지고
악한 곳에는 이중성이 남는다
백로야 까마귀 노는 곳에는
먹물 아깝다고 생각지 마라
살아남기 위해 변신을 해야지
파리에게는 꽃보다도 똥이
최고의 선이고 아름다움이다
피를 보면 모기는 거머리다
사람도 그렇다 하더구나
죽을 자도 살린다는 그것이
똥보다 더 기엽고 예쁘고
찬란하다 하더구나
파리의 똥에는
노약자를 강탈하고
임산부를 검탈하고
미성년자에게 사기치고
모기의 피에는
알 수 없는 모기 소리가
밤마다 울어댄다 하더구나
내 피를 내 놓아라고 내 피를.....
나 하나 사기를 쳐
평생을 살 수 있다면
나 하나 죽어 열이 살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
선하게 살라고 말하지 마라
소총으로 탱크를 무찌를 수 없다
항복하는 것이 최선의 호강일 수 있다
무엇을 위하여 오늘도 무사한지
종을 울리고 똥을 싸는지
악마들의 무도회 천사들도
악녀의 춤이고 노래일 뿐
그 노래가 악마의 노래일 수 없듯이
그 춤이 천사의 춤이 아니라
악마들의 춤도 천사같다 하더구나
혼돈의 세상에서는
악마들의 함성도
천사들의 함성으로 새겨 듣거라
가장무도회에 이중 가면을 쓰면
더욱 신비한 물음을 던진다
공평을 평가한 못난이의
최후진술이 거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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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 손정모 (14029)
아침마당을 돌아 텃밭에 물을 주고
몇몇 나무와 지난겨울 이야기를 나누고
너는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되어 있는 것을 다듬질 하는 것이라고
새해 첫날 뿌린 씨앗이 제법 인사를 한다
저 꽃이 피어 반기는 아침 햇살이 곱다
너는 꽃피어 질 때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나는 머문 흔적 같은 것을 지운다
아침을 지우고 한 낮을 지우고 너 마저...
불꽃 연기 속 타고 오르는 화기도 지우고
끝 간 곳 없는 미물 깨끗해 질 수 있다면
이 봄의 의미도 함께 가자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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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날에 / 손 정 모
그대 꽃피는가
환한 웃음 같은
아름다운 미소 같은
그대 꽃피는가
아침여명에 이슬같은
눈부신 별 빛 같은
화살맞은 심장
봄바람 날리는 분향기
눈물겨워 흘리는
재채기 소리
꽃잎자락
그대 꽃피는가
같이 놀아 볼
주고 받을 미소
그대 꽃피는가
그대 꽃피는가
꽃피는 날에
언제나 그날
너와 나는
세살먹은 웃음으로
화살을 쏜다
꽃피는 날에
꽃비가 내리네
화살같은 붉은 비
참이슬 한잔
심장에 흐르네
그향기 코끝에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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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 손정모 (14027)
허수아비는 황금들판 속 하루 종일 바람에 맞서
세상을 호령하는 무서운 아비라 생각했습니다
되돌아보면 지지배배 참새소리도 정겹습니다
내 맘의 허수아비는 늘 술이 한 잔 있고
멍석 위 잡기놀이 화투도 윳놀이도
소란스러운 날이 점점이 닥아 온
빈 아비 못난 아비 이였습니다
그 만큼 아들도 딸도
잘 나 주기를
떵떵 거리며
주도를 알아주는 잡기에 서기를 바랬습니다
아비가 점점 밀리어 참새소리에 놀라고
슝슝한 밀집 모자는 바람에 날아가고
가슴이 다아 헤어지고 너들 너들 해진
초라한 모습으로 헹하니 말문을 닫았습니다
그 무서운 불호령도
시들은 꽃잎에 낙엽같이 가을봄에
겨울 찬 뼈마디가 늘어진 햇살보름에
꽃피는 봄은 왔건만 아비도 허수아비도
취기어린 노래 단 한 번을 못 부릅니다
.......................................................
돌아보면 / 손정모(17009)
돌아보면
먼 것이 더 가깝다
아득할 때
더 먼 것이 꿈 같다
돌아보면
지혜가 있고
보람이 있고
아쉬움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아
가까워도
더 멀리 가지마라
내 사랑이
돌아보면
손에 잡힌다
꿈 속에도 더 가까운
그대 있으니
돌아볼 이유가 없었네
길은 멀어도
눈 앞에 있고
돌아보면
그 길 아득하여도
보이지 않느냐
잡히지 않느냐
사랑하는 이여
꿈 같이 살자
강 건너
꽃 지는 그 날까지
돌아보면 그렇지
먼 것이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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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 흩날리는 봄날 /손정모(14026)
밤길
터널을 벗어난 불빛만 위안이 되어
호롱불 나불거리는 길가에 서서
꽃잎 하나 홀로 피어 웃다가
어둠 저쪽 남겨둔
물안개 자욱한
꿈속 무언가 중얼거리는
살비늘 따라 흐르는 발자국 그 밤길
연분홍
치맛자락 곱살이 부여잡고
고개숙인 바람이 미소 짓는 노랫말
한줌의 갈등도 사그러진 이승의 갈림
밤에
왜 꽃은 더 아름다운지
불빛 꿈속에 연분홍 날리는 봄날
죽어 살아도 살아 죽어도 그 살비늘
유혹
함께하지 못하는 이별도 사랑도
꿈같은 하루 밤 그 바람에 피고 지더라
불빛에 빛나는 타고남은 내속은 까맣다
열정
무엇담시 그란다요
그냥 죽여다오
봄바람에
지는 꽃잎처럼
(널 품은 날밤 꽃은 그렇게 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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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을 울어 보는 자 / 손정모(14025)
이아침 꽃길을 걸어 왔습니다
눈을 들어 산을 보니 꽃이 피었습니다
가까이도 먼 곳에도 꽃눈이 할랑입니다
이 가슴에 저물지 못하는 외로움
하나 가득 피었습니다
복사 꽃피는 내 고향에도
떠난자의 그리움으로 핀 꽃이 보입니다
꽃가마 타고 가신 어머니
내 사랑 당신과 함께한 생애 기념일
친구들과 어울린 유년의 꽃구경
소풍나간 외로움이 그리움되어 오는
이곳저곳이 환하게 밝아옵니다
이산저산 이길저길 꽃비 휘날리는
봄의 정경 너의 봄이 내게도 봄이다
꽃비 곡비되어도 저산이 웃는다
너무 예쁘게 웃는다 참 곱구나
너의 아름다움이 네게도 기쁨이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꽃구름도 핀다
이 하늘 우러러 그려보는 그 세상도
길 떠난 꽃비에게 고생했지 고생했다
험난한 저 하늘에 하늘하늘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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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립니다 / 손정모
영혼이 가난한 자에게 비가 내립니다
내 영혼이 가난한지도 모르고
꽃이 피었다고 큰소리로 웃었던 날들이
오늘 비가되어 내 눈 위에 내립니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사랑한다는 것이
허무하게도 허무하게도 갈증만 부른다는 것을
꽃비가 내리는 날 혀끝으로 알았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이 기다림이라는 것이
고독한 낭인의 영혼
내 영혼이 흘리는
목마른 자
비가되어 흐르는 길을 찾아
꽃비에 울었습니다
지난 이력을 지우는 시간속에서
영혼의 갈망
아아 비가 내립니다 봄비가
봄비가 내립니다
산자와 죽은 자의 영혼으로
꽃비가 내립니다
한없이 내리는 봄비속을
내 영혼이 가물거리는 춤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위를 흔들고 있습니다
내리는 빗물이 멈추면
우리는 무엇을 만나고 이별하었는지
더 맑게 보이려고 오늘 비가 내립니다
한없이 한없이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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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꽃비에 잠들다 / 손정모(15013)
꽃비 흩날리는 날
흐르는 강가에 앉아
하늘을 보니 구름도 흘려가더라
가만히 앉아 있어도
꽃은 피고지고
강물은 고요하지만 않더라
하물며 하늘의 구름인들
어찌 조용히 떠 있어라
여린 마음인들 가만히 있어라
굳건한 눈빛도
이리 흔들리는데
하늘거리는 치마살결이야
백옥의 섬섬옥수 걸음걸이
붉은들 무어 대단한 역사일까
멈춰서 좋고 흘려서 좋고
한 장의 그림 수 만장
내 생애 봄날은 그렇게 간다
어허이 청춘은 노을 속에 잠든다
학교친구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신혼 길을 집사람과 함께 걸었다
주마등 같이 흐르는 생애의 파노라마
아직도 청춘인줄 알았더니
알게모르게 지나가버린 편린의 조각
눈 감으니 더 선명하게 맞추어지는
지난날의 열정과 삶이 꽃보다 붉고
아름다워 황혼에 흩날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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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녀에게 / 문병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 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그대 몇 번이고 감고 푼 실올
밤마다 그리움 수놓아 짠 베 다시 풀어야 했는가.
내가 먹인 암소는 몇 번이고 새끼를 쳤는데,
그대 짠 베는 몇 필이나 쌓였는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사방이 막혀버린 죽음의 땅에 서서
그대 손짓하는 여인아
유방도 빼앗기고 처녀막도 빼앗기고
마지막 머리털까지도 빼앗길지라도
우리는 다시 만나야 한다
우리들은 은하수를 건너야 한다
오작교가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을 딛고 건너가 다시 만나야 할 우리
칼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이별은 이별은 끝나야 한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을 노둣돌 놓아
슬픔은 슬픔은 끝나야 한다, 연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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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에 지치거든 / 오세영
그리움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푸른 그늘 아래에 앉아
한잔의 차를 들자
들끓는 격정은 자고
지금은 평형을 지키는 불의 물
청자 다기에 고인 하늘은
구름 한점 없구나
누가 사랑을 열병이라고 했던가
들뜬 꽃잎에 내리는 이슬 처럼
마른 입술을 적시는 한모금의 물
기다림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푸른 그늘 아래에 앉아
한잔의 차를 들자
누가 누가 사랑을 열병이라고했던가
들뜬 꽃잎에 내리는 이슬 처럼
마른 입술을 적시는 한모금의 물
기다림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푸른 그늘 아래에 앉아
한 잔의 차를 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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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제사 / 박지웅
향이 반쯤 꺾이면
즐거운 제사가 시작된다.
기리던 마음 모처럼 북쪽을 향해 서고
열린 시간 위에 우리들 一家는 선다
음력 구월 모일,
어느 땅 밑을 드나들던 바람
조금 열어둔 문으로 아버지 들어서신다
산 것과 죽은 것이 뒤섞이면
이리 고운 향이 날까
그 향에 술잔을 돌리며 나는 또
맑은 것만큼 시린 것이 있겠는가 생각한다
어머니,
메 곁에 저분 매만지다 밀린 듯 일어나
탕을 갈아 오신다 촛불이 휜다
툭, 툭 튀기 시작한다
나는 아이들을 불러모은다
삼색나물처럼 붙어 다니는
아이들 말석에 세운다.
유리창에 코 박고 들어가자
있다가자 들리는 선친의 순한 이웃들
한쪽 무릎 세우고 편히 앉아 계시나
멀리 山도 편하다
향이 반쯤 꺾이면
우리들 즐거운 제사가 시작된다
엎드려 눈감으면 몸에 꼭 맞는
이 낮고 포근한,
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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