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Newly)

(17021) 작은 것에 통달함 / 손정모

intervia 2017. 8. 7. 21:39
      작은 것에 통달함 / 손정모(17021) 내 작은 아들이 나 보다 더 커다 내가 작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 키를 낮출 때 알았다 작은 것을 줍어 모울 때 다아 쓰임이 있다고 믿었다 주름개미가 한 밤중에도 일한다는 것을 얼마전에 알았다 비우고 채우고 채우고 비우는 것이 술잔이 아닌 그대의 슬픈 시간이라는 것도 오늘에야 알았네 주름개미 그작은 것이 왜 자꾸 하늘로 올라가는지 내 작은 꿈이 저 높은 곳을 찾아가듯 하늘 가까이 청약을 하고 떨어지는 눈물의 방울이 아주 작은 것도 버려야 하는 것도 아들이 좀 더 커기를 말을 할 수록 그 말의 량이 많을 수록 말이 자꾸만 작아져 보이지 않는다 버리지 않아도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도 이제야 안 다음 마누라가 키가 하늘에 닿았고 아들의 키가 너무 커다는 것을 왜 몰랐는지 몰라 우리 엄니 키는 늘 선반 위에 있었고 난 치마자락 부여 잡고 울었다 그런 시간 앞에 온 종일 매미가 울고 주름개미는 줄줄이 길길이 하늘로 올라갔다 더이상 오를 수 없는 곳에서 목숨을 걸고 뛰어 내렸다 기러기가 입수하기 위해 하늘 높은 곳에서 뛰어 내렸다 작은 것은 까불면 죽는다이 큰 것은 더 잘 보인다이 위대한 것은 말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키가 더 자랄 때까지 기다는 것이다 내 이놈 할때까지 2017.8.07.ss. 벌초날을 잡고서 ------------------------------------ 뜨거운 안녕 / 손정모(13038) 작열하는 태양 나무그늘 아래서 온전이 태우지 못하는 땀방울의 미소 흐릿해지는 낮과 밤 너무 양지에 울지마라 더운날 음지도 불빛에 춤추는 열정이 있다 죽은 자의 밤은 산 자의 부름이다 산 자에게도 낮밤은 무섭고 두려운 비명이다 그대의 천국에서 땀 흘러 내려 온 유구한 노래 빨간 하늘높이 푸른 융단 살픈이 내려 오시라 무지개 뜨는 시원함으로 속시원히 내려 오시라 저 미구의 외침 녹슬기 전 너는 나의 삶이고 꿈이고 영광이다 어젯밤 꿈에도 멋떠러진 외침 자유는 숭고한 절차이고 땀은 진실한 사랑이고 보람이다 누군가 저 별빛에 밤세워 시를 쓰고 누군가 저 뜨거운 태양 아래 깨끗한 심판이 되자 국민이 되고 선량한 이웃이 되어 그 어디든 속 시원한 여름 추억이 되자 한 여름 밤에도 달콤한 가족이 되자 .................................. 설익은 수박 / 손정모 (13039) 5월은 푸른 고도의 씨앗을 내리고 무릉도원의 결의로 잎을 키워 낸 따뜻한 갈매의 품을 보았습니다 꿈에 그 목소리 못 잊도록 갈고 딱고 빛이 나는 광체 그 눈빛에 녹았습니다 황홀경에 취한 그리움도 가두어 둔체 나만의 외로운 산책 담고 담고 온 길 그 황토길에는 이름모를 꽃이 아주 많이 옹기종기 피었습니다 긴 줄기를 이어가며 열매 맺기를 오늘 오월의 씨앗을 맛 보았습니다 아주 크고 둥근 그럴듯한 열매를 개봉 했습니다 하얀 속 씨앗 없는 깨끗한 너무도 순수 했습니다 하얗게 질러버린 그 순간에도 두어달을 자위하며 세달이면 빨갛게 익어가는 맛 있는 수박을 이 뜨거운 열정으로 사랑합니다 .................................. 남과 남 사이 / 손정모(16019) 남과 남 사이에는 간격이 있다 가깝고도 먼 거리를 간격이라는 조율 잣대는 늘 심오한 말이 오간다 지구 반대편의 거리도 대화자의 가까움에 현금은 찰라보다 빠르게 간격을 무시한다 현혹의 순간은 정말로 황홀하다 남과 남 사이에는 우리가 있고 친구가 있고 그럼에도 늘 혼자 마침표를 찍었다 나도 찍고 너도 찍었을 사이의 간 붉었다 . . . 남과 남 사이가 얼마나 가까운데 너는 알기는 아니 남과 남 사이가 말 못할 사이라는 걸 눈 뜨면 보이는 것 거기 필요한 단어 간격 꽉 찬 숨소리 얼마나 사랑했는지 몰라봐도 돼 뒤 돌아 보지 않아도 돼 성공하고 잘 살아야 돼 우리가 없어도 돼 친구는 원래 없었든 거야 . . . 그래도 아주 먼날 우리사이 친구였다고 너무 늦게 알아 미안하다고 그렇게 말 안해도 돼 우린 늘 식어 빠질 때 친구였네 그걸 남과 남 사이라고 하는거야 아니 형제사이라고 해도 믿는 사람 아무도 없네 2016년7월29일ss .................................. 무제(무죄) 비겁자라 할까 / 손정모(14058) 늙은 여우가 달빛도 없는 산등성이를 넘었다 왕후장상의 무덤에서 재주를 두어번 넘고 신발이 벗겨진 체 밤이슬에 젖었다 사람들이 그러더구나 암컷 여우가 아닌지 모른다고 어떤 사람은 숫 컷이 맞기는 맞다고 한데 반백이 되고 해골 골수도 백골화된 아픔도 괴로움도 없는 추잡스런 구더기만 득실거리는 영혼의 흔적을 지울 수 없어 이름은 못 남기고 가죽만 남겼다구나 둥근달이 떠는 밤에 혹 매미가 울거든 늙은 여우의 슬픈 탄식 소리로 들린단다 산자도 죽은 자도 환영받지 못하는 전설 같은 늙은 여우의 꿈이 잠든다 2014년7월30일ss 그는 무죄를 택했을까 남자답지 못하다 누가 더 비겁자인가 그를 추종했던 그들이 진정 더 슬픈 비겁자가 아닐까 .................................. 저녁이 있는 삶 / 손정모(14059) 술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술이 당기는 날이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을 기대했는데 그가 모든 걸 내려놓으면서 얼마나 가슴 쓰러왔을까 호탕하게 웃으며 마침표를 찍어 내리는 어투에서 소낙비가 내린다기 보다 태풍이 몰고온 비바람에 온 몸이 식어가는 아쉬운 작별 같은 마지막 남은 한 잔의 독한 술을 마시고 취한 듯 비틀거리며 빛나는 별을 잠재웠으리라 어제 밤에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아내의 깊은 잠자리 날숨을 쉴 때 마다 지독히 취한 술 향내가 났다 그 술을 다 마신 나는 밤새도록 술에 취해 몽롱해 했다 장난은 누가 치고 그 장난을 막지 못한 내가 술에 취했다 그런 밤이 또 오진 않을꺼야 2014년8월1일ss .................................. 흐른 뒤 / 손 정 모(15018) 돌아본다는 것은 바르게 가겠다는 것이다 멀리 본다는 것은 가까이도 잘 보겠다는 것이다 한 걸음 두 걸음 산으로 오르는 것은 한 길 두 길 바다 깊이도 모르면서 하늘 가까이 더 높은 곳에서 내 눈을 씻어 보고자 함이다 무엇이 된다고 무엇이 되었다고 무슨 말을 하겠는가 살아서 볼 수 없음은 꿈에서도 볼 수 없더라 사랑하는 그대여 슬퍼마라 돌아본다고 울고 간 그대가 웃고 있지 않으리 한 걸음 두 걸음 오르고 오르다 보면 그 바다도 보이리 한 길 두 길 그 속을 알다보면 그대 마음도 보이리 모진 가슴인들 열어보고 싶지 않으리 돌아본다는 것은 살아서 볼 수 없음을 죽어서도 볼 수 없음을 꿈엔들 알았으라 내에 알았으라 사랑하는 그대여 멀리 볼 수 없다 해도 더 가까이 볼 수 없음도 슬퍼하지 마라 돌아볼 수 있다함은 말하지 않아도 그 가슴이 뜨겁다는 것을 사랑 할 수 있음도 꿈꾸고 있음을 저 산인들 모르라 저 바단들 모르라 2015년8월02일ss .................................. 밤하늘에 배 띄우고 / 손정모(15019) 바다는 멀어도 내 가슴에 있었다 구비쳐 흘러 온 강물이 바다가 되고 두고 온 산천마저 저리 몸부림 쳐 부셔지고 엎어져 사라진다 바다는 내게도 손 흔들고 가슴 깊은 맥을 집어 올린다 한 여름밤에 울리는 별빛 보다도 이게 금도끼냐 은도끼냐 소도둑 물음에 뱃고동 싸늘히 떠난다 어제였나 그제였나 그그제였나 바다는 멀리 있어도 저하늘 은하수 보다 더 가깝다 은하의 별이 바다에서 가물거릴 때 내 바다는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오늘 이밤도 별은 내 가슴에 잠들고 검은 바다는 저리도 구슬프다 2015년8월06일ss ................................... ------------------------------------ 8월의 시 / 오세영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 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 번쯤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 산을 생각하는 달이다. .................................. 중년의 가슴에 8월이 오면 / 이채 한 줄기 바람도 없이 걸어가는 나그네가 어디 있으랴 한 방울 눈물도 없이 살아가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여름 소나기처럼 인생에도 소나기가 있고 태풍이 불고 해일이 일 듯 삶에도 그런 날이 있겠지만 인생이 짧든 길든 하늘은 다시 푸르고 구름은 아무 일 없이 흘러가는데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여, 무슨 두려움이 있겠는가 물소리에서 흘러간 세월이 느껴지고 바람소리에서 삶의 고뇌가 묻어나는 중년의 가슴에 8월이 오면 녹음처럼 그 깊어감이 아름답노라 ------------------------------------ 세월 / 허윤정 까치 한 마리 비젖은 전신주에서 울고 있다 서럽게 가버린 날들도 그리움으로 울고 있다 나르시스여 너는 시들은 꽃잎 속에 지워 버린 눈물이다 죽은 자와 산 자를 가르는 세월의 앙금 속에 한 가닥 슬픔을 흉내내듯 풍향기는 날개 끝에 돌아간다 바람은 저쪽으로 불다가 다시 이쪽으로 불어오고 그늘 짙은 나무들은 이 여름을 손짓한다 ------------------------------------ 지금 여기 / 심보선 나는 우연히 삶을 방문했다 죽으면 나는 개의 형제로 돌아갈 것이다 영혼도 양심도 없이 짖기를 멈추고 딱딱하게 굳은 네발짐승의 곁으로 그러나 나는 지금 여기 인간 형제들과 함께 있다 기분 좋은 일은 수천수만 개의 따뜻한 맨발들로 이루어진 삶이라는 두꺼운 책을 읽을 때에 나의 눈동자에 쿵쿵쿵 혈색 선명한 발자국들이 찍힌다는 사실 나는 왔다 태어나기 전부터 들려온 기침 소리와 기타 소리를 따라 환한 오후에 심장을 별처럼 달고 다닌다는 인간에게로, 그런데 여기서 잠깐 질문을 던져보자 두 개의 심장을 최단거리로 잇는 것은? 직선? 아니다! 인간과 인간은 도리 없이 도리 없이 끌어안는다 사랑의 수학은 아르키메데스의 점을 우주에서 배꼽으로 옮겨온다 한 가슴에 두 개의 심장을 잉태한다 두 개의 별로 광활한 별자리를 짓는다 신은 얼마나 많은 도형들을 이어 붙여 인간의 영혼을 만들었는지! 그리하여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인간이기 위하여 사랑하기 위하여 무(無)에서 무(無)로 가는 도중에 있다는 초라한 간이역에 아주 잠깐 머물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