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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 이름 / 손정모(16011)
어디서 왔는가
봄에는 봄비 가을엔 가을비
이름을 불려보면
애틋한 이름도 남 같은 이름도
바람같이 구름같이 떠돌다
내리는 비
구비구비 사연도 많은 구연설화
한 계단 두 계단 이름을 불려
나 여기 있었네
잘났거나 못났거나
구름비 되고 바람비 되어
그 이름 애틋한 전설의 이름
봄에는 봄비의 이름으로
가을에는 가을비의 이름으로
그 이름 불려보니
비의 이름도 하늘의 이름같이
흐르고 흘려서
전설의 강이 되고 바다가 되어
또 누가 그 옛날
비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가
2016년5월04일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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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 카페 / 지정애
여기까지 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격했던 시간들 내 몸에서 서서히 빠져나가고
짓물렀던 슬픔도 엷어진 이제
내 품으로 돌아온 생이
몇 백년 된 나무를 껴안고 숨을 고르는 동안
케냐의 뜨거운 태양이 녹아 있는 커피를 마신다
햇살의 비늘을 쪼며 줄지어 가는 오리들
마음 한켠의 그늘은 물 위로 흘러가고
빈 숲속의 고요가 부르는 소리 들린다
끊어졌던 길로 다시 돌아가면
부르다 만 노래는 아직 따스하고
햇살 한 자락 내려앉은 꽃의 이마는 눈부시다
모든 상념들은 잦아들고
나는 먼 하늘빛에 물들어간다
내일, 풀빛 아침의 등에 업힌 햇살과
나를 지나쳤던 별들이 찾아와
검은 커튼 쳐진 추억의 집을 밝혀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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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 지 우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에
내가 미리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욱은
내가슴에 쿵쿵 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온다
기다려본적 있는 사람은
알것이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자리
내가 미리 와있는 이곳에서
문을열고 들어오는
모든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것이다가
다시 문이닫힌다
사랑하는이여
오지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도 너에게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지금 오고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 천천히
오고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통해 내가슴에
쿵쿵 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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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치고 / 류시화
나는 당신 앞에 선
한 그루 나무이고 싶다.
내 전 생애를 푸르게 푸르게
흔들고 싶다.
푸르름이 아주 깊어졌을 때 쯤이면
이 세상 모든 새들을 불러
함께 지는 저녁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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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강에 서서 / 류시화
1
날마다 바람이 불었지.
내가 날리던 그리움의 연은
항시 강 어귀의 허리 굽은 하늘가에 걸려 있었고
그대의 한숨처럼 빈 강에 안개가 깔릴 때면
조용히 지워지는 수평선과 함께
돌아서던 그대의 쓸쓸한 뒷모습이 떠올랐지.
저무는 강, 그 강을 마주하고 있으며
보이는 것이라곤 온통
목숨처럼 부는,
목숨처럼 부대끼는 기억들뿐이었지.
2
미명이다.
신음처럼 들려오는 잡풀들 숨소리
어둠이 뒷모습을 보이면
강바람을 잡고 일어나 가난을 밝히는 새벽 풍경들
항시 홀로 떠오르는 입산금지의 산영(山影)이 외롭고
어떤 풍경도 사랑이 되지 못하는 슬픔의 시작이었지
3
다시 저녁.
무엇일까 무엇일까 죽음보다 고된 하루를 마련하며
단단하게 우리를 거머쥐는 어둠,
어둠을 풀어놓으며 저물기 시작한 강
흘러온지 오래인 우리의 사랑
맑은 물 샘솟던 애초의 그곳으로 돌이킬 수 없이
우리의 사랑도 이처럼 저물어야만 하는가
긴 시름 끝의 마지막 인사를
끝내 준비해야만 하는가
4
바람이 불었다.
나를 흔들고 지나가던 모든 것은 바람이다
그대 또한 사랑이 아니라 바람이다
강가의 밤, 그 밤의 끝을 돌아와
불면 끝의 코피를 쏟으며
선혈이 낭자하게 움트는 저 새벽 여명까지도
바람이다. 내 앞에선 바람 아닌 게 없다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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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독백 / 허후남
슬픔 많은 사람들
사연 한가지씩 떼어내서
하늘에다 묻어 두면
헝클어져
다 풀어내지 못한 사연들
그만 비되어 내린다
젖은 몸 마르는거야
잠시라지만
손바닥만한 가슴 하나
쉽사리 마르지 않더라
그대를 떠나 보내고
눈치 채이지 않게
한참을 달려와 뒤돌아보면
언제나 떠나주지 않고 서성이는
이름 하나
당신의 베갯머리에
무수히 쏟아져 함께 누웠어야 할
나의 말들이
오늘은 차마 비되어 내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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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강가에 설 때 / 문근영
그대 강가에 설 때
푸른 바람으로 설게요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대 창가에 쏟아져 내리는 별처럼
무지갯빛 꿈결로 다가설게요
어젯밤 꿈속 그 환한 웃음처럼
깊어가는 그리움으로
남아 있을게요
나뭇가지 흔들리는 산언저리에 서면
영롱한 한 줄기 빛으로
따사로이 내려앉아
그대 밝혀줄게요
뜻 모를 그리움이 밀려오면
수런대는 생각을 건너
올올이 풀어내는 추억 속에
한 조각구름으로 머무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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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만나고 부터 / 이생진
어두운 길을
등불 없이도 갈 것 같다
걸어서도 바다를 건널 것 같다
날개 없이도 하늘을 날 것 같다
널 만나고 부터는
가지고 싶던 것
다 가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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