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Newly)

(15026) 따바리 / 손정모

intervia 2015. 11. 21. 12:56
      따바리 / 손정모(15026) 하늘이 높을수록 하늘을 찌르고 싶습니다 하늘이 너무 낮아 무너지는 것을 받치는 것 보다 높은 하늘이 꿈이 되고 낮은 어깨가 뭉개지는 것 보다 중간 받침이라도 따바리 하나 쯤 되어도 세상의 힘과 땀이 중화되는 물항아리의 출렁임이 목축임 보다도 더 절실한 눈빛이 있습니다 바늘에 찔리는 피부 붉은 피가 장미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이 있습니다 높은 하늘보다도 가끔씩 울어주는 빗물이 장미꽃 이슬 머금은 손수건 중간미학의 따바리 정형된 정물화 높은 하늘쯤 아무것도 아닌 눈빛 하나 있습니다 2015년11월21일.ss ---------------------------------------- 촛불 하나 켜고 / 최원정 어둠 밝힐 촛불 하나 켜고 욕기慾氣를 눌러 봅니다 내 몸 태우며 주위에 밝음 주는 몸짓에 겸허謙虛를 배워 봅니다 나의 그 무엇으로 당신에게 따뜻함을 줄 수 있을지... ----------------------------------------- 사랑은 가끔 아프다 / 김경훈 살아온 길도 살아갈 길도 아득한 날에는 사랑도 몸살처럼 가끔 아픔으로 온다 꽃 피는 날에 꽃잎에 쓰던 편지도 비 오던 날에 유리창에 쓰던 사연도 그 어느 것 하나 지워버리고 싶은 추억이 아니다 마음 깊은 곳에 사랑을 심어놓고 애태우며 바라보는 것은 슬퍼도 아름다운 기억이 아닐까 사랑하며 살 날도 살아가며 사랑할 날도 그리 길지 않음을 알면서도 우리는 가끔 사랑으로 아파하지만 그래도 우리 아파도 사랑해야 하고 사랑하며 아파도 사랑해야 한다 사랑은 무지개 끝에 피는 꽃이 아니라 홀로 흘리는 눈물 끝에 맺히는 간절한 바램이기에 ----------------------------------------- 정작 감사한 것들 / 차진배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미 코끝에 와 닿아 있다 때문에 우리는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미 살결에 와 닿아 있었다 때문에 우리는 싱싱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미 발 밑에 와 닿아 있었다 때문에 우리는 단단하게 딛고 서있는 것이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미 우리 속에 가득 차 있었다 초라한 모든 것을 끌어안아야 하고 불의로운 모든 것을 바르게 펴야한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미 우리의 가슴속에 우리 가슴 깊은 곳에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 김 현 태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 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밤에,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천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