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 / 손정모 (14039)
목소리가 커야 사람이 되는가
사람은 천금보다도 무겁고
깃털보다도 가벼워야 한다
사람의 매력은 목소리에도 있다
조용하면서 격조 있는 음성은
인품뿐만 아니라 기품도 있다
태풍 전야는 너무도 조용하다
소리내지 않는 격정이 때 되어
포호할 때 인자는 말이 무겁다
가벼운 것은 오히려 하늘이다
그대 가슴이 하늘보다 더 깊은
무거운 신음으로 소리를 배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이미 떠나간 깊이를 다 모아도
천금은 깃털같이 침묵하리라
2014년5월15일ss
내가
가벼운 사람인가
무거운 사람인가
삶의 무게에 따라
그 집안의 무게도 다르다
가벼운 사람에게
그 무게는 형벌이다
무거운 사람에게
삶의 무게는 자랑이다
사람에게도 품위가 있음을
사람에게도 품격이 있듯이
어떤 인격을 느껴 보았는가
스승의 날을 맞아
선생님의 참 모습을 생각한다
그럴만한 사회도
토대를 잃어버린 자양분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
한 집안의 가풍은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가풍이 위태로울 때
나라도 위태로운 것이다
나라가 그렇다면
그 집안은 이미 무너지고 있다
서당개가
라면을 끓이지 못하면
그 서당의 종소리는
개들의 신고식 못지않은
서열화 목소리로 종을 울린다
노랑물 다 들었는데
어느사람 고르라고
(투표 하는게
로또 보다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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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사돈 / 김형수
눈 펑펑 오는 날
겨울눈 많이 오면 여름 가뭄 든다고
동네 주막에서 술 마시고 떠들다가
늙은이들 간에 쌈질이 났습니다
작년 홍수 때 방천 막다 다툰
아랫말 나주양반하고 윗말 광주양반하고
둘이 술 먹고 술상 엎어가며
애들처럼 새삼 웃통 벗고 싸우는데
고샅 앞길에서 온 동네 보란 듯이
나주양반네 수캐 거멍이하고
광주양반네 암캐 누렁이하고
그 통에 그만 홀레를 붙고 말았습니다
막걸리 잔 세 개에 도가지까지 깨뜨려
뒤꼭지 내물이에 성질 채운 주모 왈
오사럴 인종들이 사돈간에 먼 쌈질이여 쌈질이
개싸움/ 권기호
투전꾼의 개싸움을 본 일이 있다
한 쪽이 비명 질러 꼬리 감으면
승부가 끝나는 내기였다
도사견은 도사견끼리 상대 시키지만
서로 다른 종들끼리 싸움 붙이기도 한다
급소 찾아 사력 다해 눈도 찢어지기도 하는데
절대로 상대의 생식 급소는 물지 않는다
고통 속 그것이 코앞에 놓여 있어도
건들이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개들이 지닌 어떤 규범 같은 것을 보고
심한 혼란에 사로 잡혔다
이건 개싸움이 아니다
개싸움은 개싸움다워야 한다(개판 되어야 한다)
개싸움에 무슨 룰이 있고 생명 존엄의 틀이 있단 말인가
나는 느닷없는 배신감에 얼굴이 붉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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