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저녁이 있는 삶 / 손정모
술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술이 당기는 날이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을 기대했는데
그가 모든 걸 내려놓으면서
얼마나 가슴 쓰러왔을까
호탕하게 웃으며
마침표를 찍어 내리는 어투에서
소낙비가 내린다기 보다
태풍이 몰고온 비바람에
온 몸이 식어가는
아쉬운 작별 같은
마지막 남은 한 잔의 독한 술을
마시고
취한 듯 비틀거리며
빛나는 별을 잠재웠으리라
어제 밤에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아내의
깊은 잠자리 날숨을 쉴 때 마다
지독히 취한 술 향내가 났다
그 술을 다 마신 나는 밤새도록
술에 취해 몽롱해 했다
장난은 누가 치고
그 장난을 막지 못한 내가
술에 취했다
그런 밤이 또 오진 않을꺼야
~~~~~~
흐른 뒤 / 손 정 모
돌아본다는 것은
바르게 가겠다는 것이다
멀리 본다는 것은
가까이도 잘 보겠다는 것이다
한 걸음
두 걸음
산으로 오르는 것은
한 길
두 길
바다 깊이도 모르면서
하늘 가까이
더 높은 곳에서
내 눈을 씻어 보고자 함이다
무엇이 된다고
무엇이 되었다고
무슨 말을 하겠는가
살아서 볼 수 없음은
꿈에서도 볼 수 없더라
사랑하는 그대여
슬퍼마라
돌아본다고
울고 간 그대가 웃고 있지 않으리
한 걸음
두 걸음
오르고 오르다 보면 그 바다도 보이리
한 길
두 길
그 속을 알다보면
그대 마음도 보이리
모진 가슴인들
열어보고 싶지 않으리
돌아본다는 것은
살아서 볼 수 없음을
죽어서도 볼 수 없음을
꿈엔들 알았으라
내에 알았으라
사랑하는 그대여
멀리 볼 수 없다 해도
더 가까이 볼 수 없음도
슬퍼하지 마라
돌아볼 수 있다함은
말하지 않아도
그 가슴이 뜨겁다는 것을
사랑 할 수 있음도
꿈꾸고 있음을
저 산인들 모르라
저 바단들 모르라
~~~~~~
목숨을 걸지 못했다 / 손정모
멍청한 것에도 목숨을 걸지 못했다
그 많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도
공부하는 것에도 돈 버는 것에도
삶과 죽음 사이에도 용기가 없었다
목숨 걸고 싸워보지도 못했다
산사람도 죽은 사람도 아쉽고 아쉽다
왜 멍청하게 목숨을 걸지 못했는지
죽어 가면서도 목숨 거는 법을 몰랐다
거저 하늘이 말해 줄 것이라 믿었고
그 하늘이 천벌도 내려 줄 것이라고
내 손에 피 묻히기를 두려워했다
멍청하게 거짓말을 하면서 옳다하고
멍청한 사랑도 진실이라고 말하면서
멍청하게 얻어맞고 살다가 죽을꺼야
사는 것에 덧없어 남 말하는 것도
누가 내가 그렇게 목숨을 걸지 못했다
목숨이 너무 소중한 것이라 말하였기에
영원히 감춰질 것이라고 믿고 믿었기에
언젠가 밝혀지고 안 밝혀진다 하더라도
그게 하늘의 뜻이지 내 뜻은 아니라고
그러니 목숨 걸 일도 아니라 했을 거야
누가 내가 무엇으로 목숨을 걸지 했다
~~~~~~
밤하늘에 배 띄우고 / 손정모
바다는 멀어도 내 가슴에 있었다
구비쳐 흘러 온 강물이 바다가 되고
두고 온 산천마저 저리 몸부림 쳐
부셔지고 엎어져 사라진다
바다는 내게도 손 흔들고
가슴 깊은 맥을 집어 올린다
한 여름밤에 울리는 별빛 보다도
이게 금도끼냐 은도끼냐
소도둑 물음에 뱃고동 싸늘히 떠난다
어제였나 그제였나 그그제였나
바다는 멀리 있어도
저하늘 은하수 보다 더 가깝다
은하의 별이 바다에서 가물거릴 때
내 바다는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오늘 이밤도 별은 내 가슴에 잠들고
검은 바다는 저리도 구슬프다
~~~~~~
작은 것에 통달함 / 손정모
내 작은 아들이
나 보다 더 커다
내가 작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
키를 낮출 때 알았다
작은 것을 줍어 모울 때
다아 쓰임이 있다고 믿었다
주름개미가 한 밤중에도
일한다는 것을
얼마전에 알았다
비우고 채우고
채우고 비우는 것이
술잔이 아닌
그대의 슬픈 시간이라는 것도
오늘에야 알았네
주름개미 그작은 것이
왜 자꾸 하늘로 올라가는지
내 작은 꿈이 저 높은 곳을 찾아가듯
하늘 가까이 청약을 하고 떨어지는
눈물의 방울이
아주 작은 것도 버려야 하는 것도
아들이 좀 더 커기를
말을 할 수록 그 말의 량이 많을 수록
말이 자꾸만 작아져 보이지 않는다
버리지 않아도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도
이제야 안 다음
마누라의 키가 하늘에 닿았고
아들의 키가 너무 커다는 것을
왜 몰랐는지 몰라
우리 엄니 키는 늘 선반 위에 있었고
난 치마자락 부여 잡고 울었다
그런 시간 앞에
온 종일 매미가 울고
주름개미는 줄줄이 길길이
하늘로 올라갔다
더이상 오를 수 없는 곳에서
목숨을 걸고 뛰어 내렸다
기러기가 입수하기 위해
하늘 높은 곳에서 뛰어 내렸다
작은 것은 까불면 죽는다이
큰 것은 더 잘 보인다이
위대한 것은 말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키가 더 자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내 이놈 할때까지
(나는 늘 당당하고자 노력했다
내 앞에서 내가 당당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나의 행복이라는 것도
내 도리를 했다는 것
큰 것 보다 작은 것
그것이 태산이라는 것
한번의 당당함이 아닌
늘 당당한 것은 작은 것이다
두 자식의 집을 마련했다
(그들 능력으로)
어려운 시기에 힘들어 하는
그 절박함을 알기에
내가 IMF 때 전세권자의
목메임에 집을 원가에 주었듯이
노할머니의 절박한 소리에
그 아들과 그 노할머니의 흑빛,
잔금날 딴 사람같은 두사람의
얼굴빛을 보고 참 잘했다
그 참 잘했다는 것은
나에게 올 것 이라는 것도
아들이 2년전, 딸이 이번에
같은 아파트를 샀다
사람은 누구를 만나고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생의 길이 결정됨을
아주 소소한 차이가
환경을 바꾸고 적응하는 것도
그 당당함에서 오는
나의 행복이다
아참
나는 주위 어려운 지인에게
혹, 돈이 급하게 필요하면
나에게 말해주게 하는
버릇이 있다
그런데 한번 빼고는 지금껏
요청 받지 못했다
왠지는 나도 모른다
다음에 그 친구들에게
물어 본다하면서도
우짠지 물어보지 못한다
왜 일까)
~~~~~~
여름날에는 / 손정모
여름날에는
뻐꾸기 울음소리도 듣고 싶다
님소식 기리는 소쩍새 울음소리도
강남 갔든 제비가
먼바다를 건너와 집을짓고 알을 낳고
새끼와 함께 하늘을 날으는 모습도 보고 싶다
떠난 이 모두가
떠난 마음 모두가 돌아 와
뻐꾹뻐꾹 뻐꾹이~ 노래를 하고
기다리는 내 마음도 소쩍새와 함께
소쩍소쩍 소~소쩍 노래를 하는
어느 여름날에
그것도 여름날 유성우가 떨어지는 밤에
강남 가는 제비가
아이들과 함께 그 먼길 떠나기 전에
뻐꾹뻐꾹 소쩍소쩍 들릴듯 말듯 울던
그런 여름날에
아주 오랜 철 지난 이야기를 또 하고 싶다
~~~~~~
새벽별 / 손정모
잔들어 포옹하던 날
활짝 핀 꽃잎 너울 보았지
한 잔의 술을 마시며 부르든 노래
아직도 귀가를 맴돌며 나 살아있는데
너는 어이 가고 잔만 높이 들어 외치네
영원히 함께 춤추며 가자고
지금은 없는 너를 안고 나는 간다
한 잔의 술을 높이 들어 삼키며
이 한 많은 술을 안 마실 수 있나
그대 돌아와 내 눈에 어리니
이제는 웃으며 너를 안고 나는 간다
이 뜨거운 여름날의 추억들은
파도가 밀려와 한바탕 울고
갈매기 날아와 울며불며
빛 바랜 수평선 저 너머
그대 소리쳐 부르며 나는 울었다
나의 여인이여 나 이제 가오니
한 잔의 술을 소리쳐 높이 마셔다오
서럽게 울었든 그 꽃잎을 내게 다오
거칠은 이 가슴 숨죽여 가오니
그 어디든 그대 손잡고 가리다
어둠을 지나 새벽별 그대 보인다
(먼 산에 고요히 노젖어 가는 청춘이여
젊음이 험하고 거칠어도 내 눈에 그대
자장가일쎄 어쩌면 그렇게 부르고 싶었든
그 노래도 이제와 돌아보면 새벽별 같은것
새벽이슬에 젖은 내 발길 그 어디든
피눈물 같은것.....)
~~~~~~
돌아서 가는 길 / 손정모
오늘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네
그대 저 소리 들리는가
여름도 다아 지났네
아쉬운듯 비는 내리고
빗소리 때문만은 아닐꺼야
낮선 거리를 헤메이는 이 느낌
소리내어 흐르는 강
오늘
그 강을 마주하고
뒹구는 낙엽 사이로
가고 없는 사람들의 노래가
내 가슴을 흔들고
그대가 부르는 노래 소리는
언제나
슬픈 빗소리 같이 남아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나룻배
오늘
빈 배로 돌아서 가네
~~~~~~~~~~~~~~~
희망사항 / 손정모
사랑은 언제나 희망이다
돈은 늘 꿈만 같은 희망이다
그래도 사람은 늙어 가더라
때로는
사랑도 울고 돈도 울고
그렇게
울고 가는것도 희망인 것을
우는 것이 행복이라
눈물없이는 행복도 없더라
희망은 역시 뭐니뭐니 해도
존재감의 표현인 것을.....
~~~~~~
밤에 우는 버꾸기 / 손정모
요즘 버꾸기 울음이 이 산에서 저 산으로
버꾹 벅버꾹하고 운다 뭐 할라고 우는지
들판에도 종달새가 하늘 높이 날아올라
사방팔방으로 요란하게 뉴스를 전한다
버꾸기하고 노고지리가 잦아들 때
또 소근거린다 저것들 뭐라케삿뇨
마아 알이나 잘 까라
알 품는 것도 쉽지 않데이
새끼들 낳아봐라 얼마나 바쁜데이
저것들이 절로 커겠나
버꾸기가 뭐 아뇨 알 만 낳고 키워봤노
종다리가 헐 났제 지 새끼 챙긴다 아이가
웟다 그걸 어떻게 흔들고 다닌데냐
남사스럽게 니는 손 가리고 다 봤아지리
와구 알이 수정란인지 무정란인지
그걸 어케 아뇨 무작시리 품고 졸고 있네
열흘이면 나올라나 몇 년이면 나올라나
나온다는 보장도 없는 알 까는 일이
석달 열흘이 지나도 소식이 없네
이리 굴리고 저리 굴러도 살았을 것이여
암만 죽을 짓을 하겠어
죽은 것 보다야 살은 것이 났제
쳐진 것 보다야 선 것이 났제
아이고 내새끼 죽이고 남 새끼 키웠네
버꾹 버벅꾹 버꾹기가 좋아서 운다
노고지리가 하늘높이 올라
노고노고지리지리 방정맞게도 운다
뭐 할라고 저리 울어 샀노
와그라노 알 깔라고 울지 그냥 울겠나
당체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다카이
조놈무 씨끼 불알을 까든지 해야지
웟다 불알만 까모 되것는감
고양이 새끼 못 봤는감
그러거여 그런갑다 하고 자여
동창이 밝을 때까지
그냥 잠이나 자여
~~~~~~
고향 어머니 품에서 / 손정모
세월이 차고 넘처 바람따라 흘러가고
내마음 차고 넘처 물결따라 흘러가네
배고픔에 저린 시절 어디간단 말도없네
눈에 어린 고향산천 돌아보니 보고싶네
내어머니 꼬부랑 할머니 주럼많든 웃음
바람불어 그 어디 간단 한말씀도 없었네
잔잔한 물결일어 차고넘치는 별과 같이
눈감아도 내고향은 깊고 푸르고 찬란하다
그대품에 안긴 내고향은 사랑이 행복하다
그대 고향의 품이 내 품같이 포근하다
절로절로 가는 세월 차고넘처 푸르다
내마음 차고 넘처 밤세워 하늘에 메이고
그대 사랑 이리도 차고 넘처 흐르고 흘러
무성한 숲풀 밤벌레 울음소리 고고하네
잠못이룬 오늘밤도 내일에 가고 울었다
~~~~~~
태풍이 오는 날은
바다는 더욱 그립다/ 손정모
파도가 울부짖고
비바람이 후다닥 거릴때면
사람의 혼을 앗아간다
귀신 울음소리들이
천지를 휘젖고 나면
온바다도
난장판이다
살아있다는 것이
기적이고
감사하는 날이 있었다
벌러덩 누었다면
한가로운 이야기다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다보면
기력이 남아있을리 없다
떨어지고 부셔지고
깨어진다
밥그릇도
서류뭉치도 쓰레기도
한동네 친구이다
너네없이 얼굴이 누렇다
음식은 먹을 수도 없다
그런데도 근무시간은
제깍 닥아온다
우우우 하다보면
너도 내도 없다
그런 바다가 그립다
태풍이 올때면
즐거운 날보다
고생한 그런 날이
더 그립다
그립다는 것은
보고싶다는 것이 아니라
생각난다는 것이다
그립다는 것은
돌아가고싶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있음을
감사한다는 것이다
사랑했던 바다여
너무 울지마라
~~~~~~
단절 / 손정모
국제시장 꽃분이네
그 친구가 생각나네
오늘 아침
어떤 친구
무슨 의리인지
마차를 탓다네
그렇게 소식없더니
잘난 소식
별단으로 장식하며
웃는 것 보니
꽃분이도 갔구먼
시시콜콜 전하던 소식
하루 아침에 끊고
소식없는 것 보니
잘 사는가 보이
세상살이 그렇거니
글세 그렇다 하니
나도 잘 사니
소식 안 전한다
우리 사이 다리도
그렇거니
그렇게
잊어져 갈 것을.....
마차는 떠나고
꽃분이만 서럽네
~~~~~~
9월의 노래 / 손정모
어느듯
하늘은 높고 푸르다
살면서
풍요로운 마음 갖지 못해도
오늘을 위하여 축배를 들자
단 하루를 살더라도
겸손하자
겸허한 마음으로
함께한 여러분에게
감사하자
내게
높은 하늘이고
늘 푸르렸으니
언제
겨울이 오고
봄날이 온다 하여도
오늘
그대를 향한 삶
9월의
노래를 부른다
(어제 보다 더 좋은
오늘을 위하여
내일 보다 더 좋은
오늘을 위하여
9월의 노래를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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