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빛이 흐릴 때 / 손정모 (14051)
살아보니까 알겠더구먼
왜 사는지 몰라 한참 고생했어
그게 달이 뜨지 않으니 깜깜한 거야
어둠속에도 산이 보이고 저 높은 산에
둥근달을 그러보고 그 속에 딱 서 보니까
이게 사람이 되더라고
이게 사람 뽑는 도장도 되더라고
몇 년 만에 사람노릇도 그렇게 하더구먼
산 위에 달을 그러볼 때
저산을 오르는 것
저 달의 절반, 반달은 오로지 내 몫이었어
잘 나도 내가 갖고 못나도 내가 갖지
사는 게 그렇더라고
절반을 갖고 시작한다는 것은 행운이야
어둠도 절반
문 밖을 나서면 보름달이 웃지
환한 얼굴이 가슴에 와 닿는 거야
그 가슴에 절반을 묻고 보면
또 다른 절반의 반은 길 밖에서
그 짝지 절반의 반은 개울 건너서
한 밤에 셋이 모여 보름달을 띄워 봐
춤 사례가 절로 나오는 거야
달 북이 둥둥 거리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긴장을 타고
흐르는 땀을 훔쳐 날 세게 뛰어 봐
사는 게 그렇더라고
보름달을 서로 갖겠다고 뭔 짓을 하는지
그림자를 보면 알아
날이 밝고 나면 그게 꿈이라는 것을 알지만
다음날도 또 다음날 그리고 그 다음날도
사는 게 그렇더라고
너무 슬퍼말게
그림자는 그림자일 뿐
자네는 아니더라고
달빛은 자꾸만 바래어
절반은 내가 우는 것이고
또 다른 절반의 반은 그 그림자가 우는 것이지
그런데 그 절반의 반 그 반쪽은
길을 건넜는지 개울을 건넜는지
별 똥 별 만 아니라 하고
바람 없는 하늘에 자꾸만 떨어지네
줄줄이 떨어지네.....
2014년6월30일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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