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Newly)

(14051) 달빛이 흐릴 때 / 손정모

intervia 2014. 6. 30. 17:35
      달빛이 흐릴 때 / 손정모 (14051) 살아보니까 알겠더구먼 왜 사는지 몰라 한참 고생했어 그게 달이 뜨지 않으니 깜깜한 거야 어둠속에도 산이 보이고 저 높은 산에 둥근달을 그러보고 그 속에 딱 서 보니까 이게 사람이 되더라고 이게 사람 뽑는 도장도 되더라고 몇 년 만에 사람노릇도 그렇게 하더구먼 산 위에 달을 그러볼 때 저산을 오르는 것 저 달의 절반, 반달은 오로지 내 몫이었어 잘 나도 내가 갖고 못나도 내가 갖지 사는 게 그렇더라고 절반을 갖고 시작한다는 것은 행운이야 어둠도 절반 문 밖을 나서면 보름달이 웃지 환한 얼굴이 가슴에 와 닿는 거야 그 가슴에 절반을 묻고 보면 또 다른 절반의 반은 길 밖에서 그 짝지 절반의 반은 개울 건너서 한 밤에 셋이 모여 보름달을 띄워 봐 춤 사례가 절로 나오는 거야 달 북이 둥둥 거리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긴장을 타고 흐르는 땀을 훔쳐 날 세게 뛰어 봐 사는 게 그렇더라고 보름달을 서로 갖겠다고 뭔 짓을 하는지 그림자를 보면 알아 날이 밝고 나면 그게 꿈이라는 것을 알지만 다음날도 또 다음날 그리고 그 다음날도 사는 게 그렇더라고 너무 슬퍼말게 그림자는 그림자일 뿐 자네는 아니더라고 달빛은 자꾸만 바래어 절반은 내가 우는 것이고 또 다른 절반의 반은 그 그림자가 우는 것이지 그런데 그 절반의 반 그 반쪽은 길을 건넜는지 개울을 건넜는지 별 똥 별 만 아니라 하고 바람 없는 하늘에 자꾸만 떨어지네 줄줄이 떨어지네..... 2014년6월30일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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