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링이야기

막스 에르만의 잠언시

intervia 2016. 1. 3. 16:22


      막스 에르만의 잠언시 세상의 소란함과 서두름 속에서 너의 평온을 잃지 말라. 침묵 속에 어떤 평화가 있는지 기억하라. 너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서도 가능한 한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라. 네가 알고 있는 진리를 조용히 그리고 분명하게 말하라. 다른 사람의 얘기가 지루하고 무지한 것일지라도 그것을 들어주라. 그들 역시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므로. 소란하고 공격적인 사람을 피하라. 그들은 정신에 방해가 될 뿐이니까. 만일 너 자신을 남과 비교한다면 너는 무의미하고 괴로운 인생을 살 것이다. 세상에는 너보다 낫고 너보다 못한 사람들이 언제나 있기 마련이니까. 네가 세운 계획뿐만 아니라 네가 하는 일이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것일지라도 그 일에 열정을 쏟으라. 변화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것이 진정한 재산이므로. 세상의 속임수에 조심하되 그것이 너를 장님으로 만들어 무엇이 덕인가를 못 보게 하지는 말라. 많은 사람들이 높은 이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모든 곳에서 삶은 영웅주의로 가득하다. 하지만 너는 너 자신이 되도록 힘쓰라. 갑작스런 불행에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정신의 힘을 키우라. 하지만 상상의 고통들로 너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지는 말라. 두려움은 피로와 외로움 속에서 나온다. 건강에 조심하되 무엇보다 너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 너는 우주의 자식이다. 그 점에선 나무와 별들과 다르지 않다. 넌 이곳에 있을 권리가 있다. 너의 일과 계획이 무엇일지라도 인생의 소란함과 혼란스러움 속에서 너의 영혼을 평화롭게 유지하라. 부끄럽고, 힘들고, 깨어진 꿈들 속에서도 아직 아름다운 세상이다. 즐겁게 살라. 행복하려고 노력하라. 특히 사랑을 꾸미지 말고 사랑에 냉소적이지도 말라. 왜냐하면 모든 무미건조하고 덧없는 것들 속에서 사랑은 풀잎처럼 영원한 것이니까. ------------------------------------ 겨울 들녘에 서서 / 오세영 사랑으로 괴로운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빈 공간의 충만 아낌 없이 주는 자의 기쁨이 거기 있다. 가을 겉이가 끝난 논에 떨어진 낱말 몇개. 이별을 슬퍼하는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지상의 만남은 하늘에서 영원케 하는자의 안식이 거기 있다. 먼 별을 우러르는 둠벙의 눈빛 그리움으로 아픈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너를 지킨다는 것은 곧 나를 지킨다는 것 홀로 있음으로 오히려 더불어 있게된 자의 성찰이. ------------------------------------ 겨울 노래 1 / 백창우 그대 찬 겨울 속으로 다시 길 떠나고 함박눈은 소리 없이 그대 흔적 다 덮어버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바람은 태연히 불고 그대 없는 겨울 나는 자꾸 춥고 자꾸 목이 타고 자꾸 무언가 그리워지고 이놈의 겨울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마음은 겨울 하늘을 둥둥 떠다니고 ------------------------------------ 햇볕 좋은 날 / 강승남 오늘처럼 햇볕 좋은 날엔 그대를 잠시 햇볕에 말리겠습니다 바위에 그대를 펼쳐놓겠습니다 한때 햇살보다도 눈부신 기쁨이었으나 어느 날 내 몸 가장 깊은 곳에 불치의 슬픔으로 남은 그대 죽기까지 지니고 살 수밖에 없는 그대 오늘처럼 햇볕 좋은 날엔 그대를 잠시 햇볕에 말리며 오래간만에 즐거웠던 기억도 떠올리며 잠시나마 기쁜 눈물도 흘리기도 할 것입니다 견딜 수 없이 아픈 날 많지만 가끔씩은 오늘처럼 눈부시게 햇볕 좋은 날도 있어서 그대를 평생이라도 지니고 살 수 있겠습니다 ------------------------------------ 길 / 정희성 아버지는 내가 법관이 되기를 원하셨고 가난으로 평생을 찌드신 어머니는 아들이 돈을 잘 벌기를 바라셨다 그러나 어쩌다 시에 눈이 뜨고 애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 나는 부모의 뜻과는 먼 길을 걸어왔다 나이 사십에도 궁티를 못 벗은 나를 살 붙이고 살아온 당신마저 비웃지만 서러운 것은 가난만이 아니다 우리들의 시대는 없는 사람이 없는 대로 맘 편하게 살도록 가만두지 않는다 세상사는 일에 길들지 않은 나에게는 그것이 그렇게도 노엽다 내 사람아, 울지 말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아라 평생에 죄나 짓지 않고 살면 좋으련만 그렇게 살기가 죽기보다 어렵구나 어쩌랴, 바람이 딴 데서 불어와도 마음 단단히 먹고 한치도 얼굴을 돌리지 말아야지 ------------------------------------ 송년의 노래 / 홍수희 늘 먼저 떠나는 너는 알지 못하리 한 자리에 묵묵히 서서 보내야만 하는 이의 고독한 가슴을 바람에 잉잉대는 전신주처럼 흰 겨울을 온몸에 휘감고 서서 금방이라도 싸락눈이 내릴 것 같은 차가운 하늘일랑 온통 머리에 이고 또 다른 내일을 기다리고 섰는 송년의 밤이여, 시작은 언제나 비장(悲壯)하여라! ------------------------------------ 송년의 시 / 윤보영 이제 그만 훌훌 털고 보내주어야 하지만 마지막 남은 하루를 매만지며 안타까운 기억 속에서 서성이고 있다 징검다리 아래 물처럼 세월은 태연하게 지나가는데 시간을 부정한 채 지난날만 되돌아보는 아쉬움 내일을 위해 모여든 어둠이 걷히고 아픔과 기쁨으로 수놓인 창살에 햇빛이 들면 사람들은 덕담을 전하면서 또 한 해를 열겠지 새해에는 멀어졌던 사람들을 다시 찾고 낯설게 다가서는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올해 보다 더 부드러운 삶을 살아야겠다 산을 옮기고 강을 막지는 못하지만 하늘의 별을 보고 가슴 여는 아름다운 감정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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