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자 잉거스의 노래 / 예이츠
머리 속에 타는 불 있어
나 개암나무 숲으로 갔네
가서 나뭇가지 꺾어 껍질 벗기고
갈고리 바늘에 딸기 꿰고 줄을 매달아
흰 나방 날고
나방같은 별들 멀리서 반짝일 때
나는 냇물에 그 열매를 던져
작은 은빛 송어 한 마리 낚았네.
돌아와 그걸 마룻바닥에 놓고
불을 피우러 갔을 때
뭔가 마룻바닥에서 바스락거렸고
누가 내 이름을 불렀네.
송어는 사과 꽃을 머리에 단
어렴풋이 빛나는 아씨가 되어
내 이름을 부르곤 뛰어나가
빛나는 공기 속으로 사라졌네.
낮은 땅 높은 땅 헤매느라고
비록 나 늙었어도
그녀가 간 곳을 찾아내어
입 맞추고 손 잡으리,
그리하여 얼룩진 긴 풀 사이를 걸으며
시간과 세월이 다 할 때까지 따리라
달의 은빛사과
해의 금빛 사과를.
The Song Of Wandering Aengus
William Butler Yeats
I went out to the hazel wood,
Because a fire was in my head,
And cut and peeled a hazel wand,
And hooked a berry to a thread;
And when white moths were on the wing,
And moth-like stars were flickering out,
I dropped the berry in a stream
And caught a little silver trout.
When I had laid it on the floor
I went to blow the fire aflame,
But something rustled on the floor,
And some one called me by my names:
It had become a glimmering girl
With apple blossom in her hair
Who called me by my name and ran
And faded through the brightening air.
Though I am old with wandering
Through hollow lands and hilly lands,
I will find out where she has gone,
And kiss her lips and take her hands;
And walk among long dappled grass,
And pluck till time and times are done
The silver apples of the moon,
The golden apples of the sun.
샛강에 서서/ 허정분
수수만년 누대를 흐른 강물에 눈이 내린다
눈보라치는 혹한 아랑곳없다는 듯
강물은 눈을 먹으며
촤르르, 촤르르, 제 몸에 죽비를 친다
분분한 눈발들이 적막에 길들여진 강기슭에
켜켜이 쌓이는 어스름 녘
가난을 제 부리에 묻힌 새 몇 마리가
직선과 곡선의 골격으로 허공을 받드는
아카시아 나무에서 졸고
자폭하듯 뛰어내리는
눈발들을 끌어안은 이 강물은
어느 산골짝 샛강 여울을 돌아 흘러
초경 터트리듯
저리 순결한 신음소리로 앓는 것일까
소리 벽을 치는 물살들로 깨어 있는
강바닥의 크고 작은 돌들이
제 몸의 무늬들을 선명히 마모시키며
둥글게 사는 법을 배워가는 이 강은
아직 강 밖 더러운 세상을 모른다
낙동강, 영산강, 금강, 남한강,
반도의 母川들을
한 물살로 수장시켜 죽이려는
운하인지 시궁창인지 그 음모를 모른다
다만 이렇게 깨어있는 정신으로
늘 새 물길로 흐르면서
주름 깊고 부드러운 어머니의 자궁 같은
큰 물길에 보태져서 그 젖줄에
삶의 호적을 둔 숱한 생들을 기르고
새파랗게 낯선 꿈을 날마다 흘려보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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