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링이야기

태풍이 오는 날

intervia 2015. 8. 25. 14:29

 

 


      태풍이 오는 날은 바다는 더욱 그립다 파도가 울부짖고 비바람이 후다닥 거릴때면 사람의 혼을 앗아간다 귀신 울음소리들이 천지를 휘젖고 나면 온바다도 난장판이다 살아있다는 것이 기적이고 감사하는 날이 있었다 벌러덩 누었다면 한가로운 이야기다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다보면 기력이 남아있을리 없다 떨어지고 부셔지고 깨어진다 밥그릇도 서류뭉치도 쓰레기도 한동네 친구이다 너네없이 얼굴이 누렇다 음식은 먹을 수도 없다 그런데도 근무시간은 제깍 닥아온다 우우우 하다보면 너도 내도 없다 그런 바다가 그립다 태풍이 올때면 즐거운 날보다 고생한 그런 날이 더 그립다 그립다는 것은 보고싶다는 것이 아니라 생각난다는 것이다 그립다는 것은 돌아가고싶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있음을 감사한다는 것이다 사랑했던 바다여 너무 울지마라 . . . . . 너무 울지마라 2015년8월25일ss (전쟁의 위기에서 구한 날 유감하나로 다 덮어 주는 날 세상에 어려운 일 중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이다 ㄴ ㄴ 돈도 없어 몸으로 때운다 그것이 ㅅ ㅅ 이것이 현실이다)

       

       

       

       

       

       

       

       

       

       

       

       

       

       

       

       

      보라에 대하여 / 서안나 주먹을 쥐면 어떤 다짐을 하게 된다​ 주먹을 펴면 붙잡을 수 없는 결의만 남는다​ 보라는 주먹을 펼친 색 본드를 부는 창백한 아이처럼 별이 빠져나간 젖은 얼굴에 불을 붙이는​ 슬픔은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것이다 슬플 때 당신은 당신에게 가장 가깝다​ 보라는 영혼이 스쳐 지나간 색 보라라고 쓰면 흐를 유자 같은 울음소리 들린다​ 어떤 영혼은 보라에서 펼쳐진다​ 보라는 깊은 저녁을 찢고 나오는 녹슨 눈​ 입술을 스스로 지우는 이교도의 피처럼 고요한 ​ 보라와 보라 사이 ----------------------------------------- 요약 / 이갑수 모든 일은 시작하는 순간 반으로 요약된다 배부름은 첫 술에 요약되어 있다 어떤 술도 그 맛은 첫잔과 마주한 사람이 나누어 좌우한다 귀뚜라미는 소리로서 그 존재를 간단히 요약한다 평행한 햇살을 요약하여 업은 잎사귀 하나 아래로 처지고 있다 방향은 가늘게 요약되어 동쪽은 오로지 동쪽임을 묵묵히 담당한다 요란한 것들을 집합시켜 보면 사소한 것 하나로 요약할 수 있다 물질은 한 분자에 성질을 전부 요약하여 담는다 한 방울 바닷물이 바다 전체를 요약하고 있다 서해는 서해를 찾아드는 모든 강의 이름을 요약한다 목숨은 요약되어 한 호흡과 호흡 사이에 있다 파란만장한 생애는 굵고 검은 활자로 요약되어 부음란에 하루 머무른다 하루살이는 일생을 요약하여 하루에 다 산다 너는 모든 남을 요약하여 내게로 왔다 ----------------------------------------- 바다에서 / 서정윤 꿈의 벼랑에 서서 바람을 맞으면 혼자 마시는 술은 어쩌면 불이다. 누군가의 눈빛 속으로 꺼져가는 바다. 파도로 울먹이던 그들은 가고 그냥 바라보는 꿈이다. 어쩌다 해보는 사치스런 절망의 일부, 단한번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내 의식의 사과나무 장작이 살아난다. 꿈의 벼랑에 서서 너의 바람을 맞이하면 아무 말 없이 그냥 가버리는 너가 고맙고 아직도 돌아 볼 수 없는 그림자에게 미안하다. 파도는 자꾸만 발밑으로 내 생명을 유혹하고 빈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는 날은 언제인가 아프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 이외수 저녁비가 내리면 시간의 지층이 허물어진다 허물어지는 시간의 지층을 한 겹씩 파내려 가면 먼 중생대 어디쯤 화석으로 남아있는 내 전생을 만날 수 있을까 그 때도 나는 한 줌의 고사리풀 바람이 불지 않아도 저무는 바다쪽으로 흔들리면서 눈물보다 투명한 서정시를 꿈꾸고 있었을까 저녁비가 내리면 시간의 지층이 허물어진다 허물어지는 시간의 지층 멀리 있어 그리운 이름일수록 더욱 선명한 화석이 된다 ----------------------------------------- 바다가 주는 말 / 정채봉 인간사 섬바위 같은 거야 빗금 없는 섬바위가 어디에 있겠니 우두커니 서서 아린 상처가 덧나지 않게 소금물에 씻으며 살 수밖에 ----------------------------------------- 바다는 / 용혜원 밀물로 몰려드는 사람들과 썰물로 떠나는 사람들 사이에 해변은 언제나 만남이 되고 사랑이 되고 이별이 되어 왔다. 똑같은 곳에서 누구는 감격하고 누구는 슬퍼하고 누구는 떠나는가? 감격처럼 다가와서는 절망으로 부서지는 파도 누군가 말하여 주지 않아도 바다는 언제나 거기 그대로 살아 있다. ----------------------------------------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난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죽어서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놓아 주었다. 삼백육십오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 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Heart to Heart / Ernesto Cortaz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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