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세월호 끝나지 않는 슬픔

intervia 2014. 8. 28. 18:54
      세월호의 끝은 어디인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고이 잠들 수 있을까 끝을 보지 못하고 긴 단식을 중단했다 세월호의 마지막 녹화 영상과 시내버스의 마지막 녹화 영상이 저 견고한 벽을 허물지 못한다 얼마나 많은 눈물의 고통과 울부짖음의 분노속에서 언제쯤 평화의 안식을 누릴 수 있을까 침몰한 세월호 시내버스 건저 올려야 되지 않는가 교주의 장례식 그 전에 안전을 염원하는 바램 의지가 꺾이는 그 하늘에 슬픈 현실을 털어 보낸다 2014년8월28일ss ------------------------------------ 비가(悲歌) / 이제인 너를 안았던 손으로 다시 너의 마지막 길을 수습한다 일상처럼 너의 겉옷을 벗기고 피 묻은 속바지를 벗긴다 오늘처럼 내가 염쟁이라서 다행인 적도 없다 첫날밤 그 떨리는 손길로 나를 향한 너의 미소도, 기도 소리도 너와 나의 못다 한 고백마저도 차곡차곡 접어 노잣돈으로 네 손에 꼭 쥐어준다 무심히 망자를 보내고 돌아와 무언가 미안해 의식처럼 밥만 푸던 나의 손을 가만히 잡아 주던 너의 따스한 체온을 생각한다 그때가 내 생의 봄날이었다는 것을 나는 차마 몰랐다 깨달음은 늘 너무 늦었고, 낯설었으며 날아간 새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하얀 종이꽃 죽음의 옷을 입고 너는 말이 없고, 나는 못다 한 말이 너무 많아 끝끝내 너를 떠나보내지 못한다 ------------------------------------ 복사꽃 핀다 / 김영환(해당시지역 국회의원) 팽목항에 비 내리고 복사꽃 핀다 거친 파도 맹골수도에 갇혀서도 서로의 손 꼭잡고 "미처 말못할까봐 보내논다. 엄마 사랑해" 끝끝내 너희들 곁을 지켜낸 선생님들 어둠속에서 서로서로 부둥켜안고 흔들리지 않았다. 어둠바다 흩어진 252개의 꽃잎들 정조시간(靜潮時間)마다 다시 모인다. 팽목항에 봄이 오고 복사꽃 핀다 마지막이라도 너희 얼굴 외롭지 않았다. 선생님들과 친구들과 어둠속에서 복사꽃 핀다 지난 겨울은 달콤했으나 그리 길지 않았다. 그 추위 속에서 엄마의 사랑으로 싹트고 아빠의 땀방울로 망울졌으니 모두 버리고 사랑만 남은 너희들 이제 살아남은 자에게 사랑은 의무다 너희들은 이제 싸늘하게 식은 몸을 덮혀갈 것이다 뛰어놀던 단원고 교정에 봄이면 봄마다 복사꽃 핀다 발을 붙들어 맨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도 끝이 났다 애타게 기다리던 객실에는 구조의 손길이 와 닿지 않았다 그리하여 너희는 죽음의 그림자를 만났다 그러나 너희는 우리에게 사랑의 봄볕을 남겼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11시 20분 사랑만 남은 너희들은 대한민국의 복사꽃으로 부활하였다. ------------------------------------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 나태주 [1]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함께 약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한 남자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었던 여자이지요. 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밭 한 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나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2] 너무 고마워요, 남편의 병상 밑에서 잠을 청하며 사랑의 낮은 자리를 깨우쳐주신 하나님, 이제는 저이를 다시는 아프게 하지 마시어요.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죄로 한 번의 고통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하나님, 저 남자는 젊어서부터 분필과 함께 몽당연필과 함께 산, 시골 초등학교 선생이었어요. 시에 대한 꿈 하나만으로 염소와 노을과 풀꽃만 욕심내온 남자예요. 시 외의 것으로는 화를 내지 않은 사람이에요. 책꽂이에 경영이니 주식이니 돈 버는 책은 하나도 없는 남자고요. 제일 아끼는 거라곤 제자가 선물한 만년필과 그간 받은 편지들과 외갓집에 대한 추억뿐이에요. 한 여자 남편으로 토방처럼 배고프게 살아왔고, 두 아이 아빠로서 우는 모습 숨기는 능력밖에 없었던 남자지요. 공주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금학동 뒷산의 푸른 그늘만이 재산인 사람이에요. 운전조차 할 줄 몰라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남자예요. 승용차라도 얻어 탄 날이면 꼭 그 사람 큰 덕 봤다고 먼 산 보던 사람이에요. 하나님, 저의 남편 나태주 시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좀만 시간을 더 주시면 아름다운 시로 당신 사랑을 꼭 갚을 사람이에요. ------------------------------------
You beautiful love(언제나 향기로운 당신) / Back to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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